1.

스웨덴의 스톡홀름으로 가족과 함께 유학 온 S씨. 추운 겨울이 다가오는데 걱정이 늘었다. 그 동안 지도교수의 딸이 서울로 유학을 가면서 비게 된 집에서 묵었었는데 갑자기 딸이 돌아온다고 하여 집을 비워줘야 한다. 스톡홀름에서 집을 빌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서울에서는 살고 싶은 동네 정하고 근처 복덕방 몇 군데 돌아다니면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스톡홀름에서는 어쩐 일인지 이게 쉽지가 않다. 셋집을 찾기 위해서 일단 우리나라의 벼★시장, 중고★라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를 검색해야 하는데 가격도 적당하고 사진도 예쁜 주택은 올라오기 바쁘게 거래가 끝이 난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내고 집주인과 통화가 되기까지 한 3주는 걸린 거 같다. 오랜 고역 끝에 집주인과 상담을 했다. 집은 그럭저럭 마음에 들지만 월세가 부담스럽다. 10,000 크로나, 우리 돈으로 150만 원 정도나 된다. 선뜻 계약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때마침 사업차 장기간 스웨덴에 머물고 있는 K씨가 놀러왔다. 자초지종을 들은 K씨는 차라리 집을 사라고 한다. 응? 유학생이 무슨 집을 사? 잠깐 의아한 표정을 지으니 웃으며 부연설명을 해준다. 스웨덴에서 집을 산다고 하면 보통 지분 또는 전세권(Bostadsrätt)을 사는 거란다. 응? 스웨덴에도 전세가 있어? 또 자세한 설명이 뒤따른다. 스웨덴의 주택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우리 식으로 하자면 단독주택(Småhus)과 공동주택(Flerbostadshus)이다. 단독주택은 전체 주택의 44% 정도인데 대부분 소유자가 직접 거주하고 있어서 집 전체를 세를 놓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공동주택은 우리나라로 치면 아파트인데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경우는 10%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협동조합과 지방공사가 70%를 소유하고 있고 기타 주택법인이 25% 정도를 소유하고 있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한국에서는 상위 10%의 사람들이 전체 주택의 40%를 지니고 있다고 하던데 스웨덴에서는 다주택자가 거의 있을 수 없고 그래서 시중에서 셋집을 구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이다. 아무튼 빌릴 수 있는 집의 대부분이 공공임대이거나 협동조합주택인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은 전체 주택의 18% 정도인데 해당 지역의 거주기간과 직업에 따라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라서 몇 년 이상 거주한 사람들이 아니면 들어가기가 불가능하다. 남는 방법은 협동조합주택을 얻는 것인데 협동조합에 출자를 하여 조합원이 되고 다달이 조합비를 내면 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별도의 임대기간은 없다. 살고 싶을 때까지 살면 된다. 이 때 부담해야 하는 출자금이 주택가격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집을 산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농담하니? 가난한 유학생이 그 많은 출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니?’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씩 웃으면서 출자금의 90%를 연2%의 이율로 융자해준다고 한다. 계산기를 두들겨보니 월세 10,000 크로나인 주택과 동일한 가격의 협동조합주택을 얻는데 출자금 빌리는 이자와 주택관리비에 해당하는 조합비를 합쳐서 월 7,000크로나 즉 우리 돈으로 100만 원 정도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월세보다는 싸지만 우리나라 전세보다는 부담스럽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협동조합주택에서 나올 때 출자금을 돌려주는데 집값이 오른 만큼 이자를 붙여서 돌려주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인다. 전세금에 이자가 붙는 셈이다. 이는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 일종의 배당금이라고 볼 수 있다. 정해진 임대기간도 없고 일반적인 월세보다도 비용이 저렴한, 심지어 이자까지 붙는 전세를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2.

풍납동의 45평 아파트에 거주하는 Y씨는 4억 원에 전세를 살고 있다. 하지만 3년 째 전세값이 미친 듯이 오르니 집주인이 전세금을 6천만 원 올려달라고 한다. 아니면 월세를 25만원 내라고 한다.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반전세이다. 그나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Y씨는 차라리 집을 사버릴까라고 욱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집값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까, 광진구에 아버님이 거주하는 주택을 이미 가지고 있는데, 아이들이 졸업하면 구태여 이 동네에 있을 필요도 없는데… 하지만 2년마다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소리에 언짢아질 것을 생각하면 집을 사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그러나 전세금은 나중에 그대로 돌려받는 것이지만 집값은 오르면 모를까 떨어지면 손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3.

스웨덴의 전세와 우리의 전세는 주택 공급자의 측면 또는 법률적 측면에서 보면 전혀 다른 제도처럼 보인다. 스웨덴의 전세금은 협동조합에 대한 출자금이지만 우리나라의 전세금은 주택의 사용권(용익물권)을 얻기 위한 대가라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을 이용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다를 것이 없다. 목돈을 주고 들어왔다가 다시 돌려받고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안정된 주거권 보장이란 측면에서 스웨덴이 좀 더 향상된 전세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세제도가 우리나라에만 있고 외국에는 없다고 하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1]

4.

전세제도와 같은 형태의 임대차구조가 존재하는 이유는 주택의 실제 사용자에게 좀 더 유리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월세에 비해서 전세가 인기가 높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전세금이 치솟는 상황에서도 전세주택은 주택임대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전세금이 너무 과도하게 올라서 월세보다도 많은 이자의 빚을 져야 되는 상황이 오지 않는 한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가 줄지는 않을 것이다.

5.

정부에서는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가 월세로 바뀌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추세”라며 “추세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 뿐더러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면서 마치 전세에 비해 월세가 선진적인 제도라는 식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2] 그 근거는 외국에는 전세제도가 없다는 것인데 앞서 살펴보았듯이 사용자 입장에서 전세와 유사한 임대차구조는 다른 선진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스웨덴의 경우처럼 개인이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전세를 놓는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이 조합원에게 전세를 주면서 안정적인 주거권을 보장해 준다는 점이다. 이런 형태의 주택공급이 가능한 것은 공공이 주택을 이윤추구의 수단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위한 필수요소로 정의하고 정책을 펼치기 때문일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개인이 여러 채의 주택을 지니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정부는 ‘주택으로 돈을 벌 수 있게 해야 주거가 안정된다’라는 궤변[3]을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높은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고 다주택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40%에 달하는 주택재고를 실제로 주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방안에 노력을 쏟아야 한다. 그것이 주택시장이 정상화되기 위한 기본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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