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펀치(404)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위클리펀치(404)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By | 2014-10-30T17:55:59+00:00 2014.05.28.|

위클리펀치 404호 :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6.4 지방선거, 그리고 게임의 법칙 6·4지방선거의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는 표현을 언론을 통해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본래 이 말은 기원 전 49년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주사위는 던져졌다.”라고 선언한 뒤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로 진격했다는 일화에서 나온 말이다. 주사위는 놀이 도구의 하나로서, 무작위로 선택된 어떤 결과를 얻고자 할 때 사용되는 장난감이다. 주사위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결과의 무작위”이다. 카이사르는 원로원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지만, 순순히 패배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결과의 무작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는 그의 운명론적 사고가, 저 비장한 문장 안에 녹아 있다. 우리 국민들은 주사위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국민오락 ‘부루마불 게임’을 생각할 것이다. 아직도 완구 코너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부루마불은 1982년 씨앗사에서 출시한 보드게임이다. 2인 이상이 참여하고, 번갈아가면서 2개의 주사위를 굴려 도착한 곳에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 재산증식형 게임이다. 세부 규칙도 간단하다. 돈을 나누어 갖고,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만큼 자신의 말을 이동시킨다. 주인이 없는 영토에 멈추면 땅을 살 수 있고, 상대의 영토에 멈추면 통행료를 내야 한다. 이때 자신이 소유한 땅을 팔아도 통행료를 낼 수 없으면 게임은 끝난다.
결국 참가자의 목적은 상대를 ‘파산’시키는 것이다. 부루마불에 투영된 철학은 무섭다. 상대가 파산해야만 승자가 되는 게임의 구조는, 참가자에게 설국열차의 외롭고 지독한 승객이 되라고 강요한다. 파산 직전에 몰린 게이머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는 게임 속 규칙은 없다. 은행은 높은 이자의 약탈적 대출만을 제공하고, 내가 빈곤해질수록 게임의 상대는 더 높은 통행료를 요구하며 내가 이 구조에서 ‘이탈 되’길 바랄 뿐이다.

어느 순간 “결과의 무작위”로 빈곤해진 게이머는, “결과의 무작위”라는 주사위의 속성을 통해 부유해질 수 있다는 기대조차 할 수 없는 “구조적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다시 지방선거로 돌아와 보자. 우리는 이번 선거에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는 표현을 별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 하지만 정말로 주사위는 던져졌을까? 우리의 선거는 어느덧 부루마불 판과 많이 닮았다. 게임에서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를 사기 위해서는 8만원이 들지만, 미국과 영국의 주요 도시인 뉴욕과 런던을 사기 위해서는 35만원이 든다. 도시의 가치를 오직 국가의 영향력과 부에 따라 화폐척도로 제시하는 천박한 기능주의적 습성은 우리의 선거에서도 다르지 않다. 언론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후보들만을 집중적으로 다룰 뿐, 의미 있는 공약과 높은 시민의식으로 무장(했을지도 모르는) 군소정당의 후보들은 소외한다. -군소정당 후보들의 대한 기사가 거의 없어 본인조차 ‘했을지도 모르는’ 이라는 만약…화법을 구사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언론의 검증과 비판을 받아 지지가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검증과 비판마저도 받을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10%미만의 지지를 받다가 낙선하고, ‘선거 참여에 의의’를 두었다고 담담히 말하고는 한다. 부루마불과 선거의 공통점은 이외에도 여럿 있다. 게임에서는 땅을 사고 그 위에 건물을 지으면 더 높은 통행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건물을 지을수록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한 곳을 선점한 게이머는 그곳에 호텔도 짓고, 빌딩도 짓고, 별장도 짓는다. 건물이 늘어날수록 상대 게이머는 그곳을 사실상 탈환할 수 없게 된다. 영호남의 선거가 이 양상과 유사하다. 각 지역의 패권정당들은 당선자를 배출한 지역에, 지역감정을 짓고, 색깔론을 짓고, 계파를 지어왔다. 불평등한 벽이 두꺼워 질수록 “우리가 남이가”는 위력을 발휘한다. 게임에서 빈곤해질수록 우리는 상대에 대한 불쾌를 넘어 게임의 심판이라고 할 수 있는 은행장에게까지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파산 위기에 몰린 게이머는, 은행장이 돈을 제때에 지급하지 않았다거나, 룰을 편파적으로 적용했다거나, 상대 게이머와 짜고 날 빈곤으로 몰아넣었다고 의심할 수 있다. 만약 이 은행장이 부유한 상대 게이머와 친한 사람이거나 서로 이익이 합치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러한 의심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그럴수록 더 공정하고 투명하게 은행 관련 업무를 집행해고, 게임이 과열될수록 적절한 환기를 시키는 것이 은행장의 역할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그동안 받은 비난을 만회하고, 공정하고 투명하고 엄격하게 선거를 진행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꽃을 제주에서 평창까지 피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6·4지방선거의 주사위가 던져졌다고? 총 6면으로 구성된 주사위는 총 6개의 경우의 수를 가졌다. 하지만 지역과 정당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말 앞에 놓인 칸이 모두 당선으로 써져있고, 누군가에게는 모두 낙선으로 쓰여 있기도 하다. 1980년대 만들어진 게임의 룰이 2014년까지 지배하고 있다. 이렇게 가다간 5,000만 국민 모두 주사위 던질 맛 하나도 안 나게 생겼다. 신라의 안압지에서도 출토되었던 우리의 흥을 이렇게 지워버릴 것인가? 나는 부루마불을 보고 싶다, 한적한 박물관에서“만”.

   댓글을 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