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코 프로젝트 최종 보고서 「도시의 맥락으로 본 사회 혁신」 소개

윤찬영 현장연구센터장 | 손호석 객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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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코(WILCO) 프로젝트는…

윌코(WILCO, Welfare Innovations at the Local level in favour of COhesion)를 우리말로 옮기면 ‘(사회) 결속을 위한 지역 차원의 복지 혁신이다. 이 긴 이름의 연구 프로젝트는 ‘지역 차원의 사회 혁신이 국가 및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 목표다. 다시 말해, 지역 복지 안에서 벌어지는 혁신을 개념화함으로써 그 혁신들이 다른 도시들에선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지 해답을 찾아보려 했다. 지역과 국가(또는 유럽 전역) 사이의 ‘끊어진 연결 고리’를 찾는 연구 프로젝트인 셈이다.

유럽 각 나라의 많은 도시들엔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넘쳐나고 있다. 시민과 전문가, 정책 입안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시도들을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그러한 도시 또는 지역 차원의 혁신들이 유럽 전체로 퍼져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의 결속을 강화하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은 유럽연합(EU)이 지향하는 주요 정책 목표다. EU는 이러한 정책 목표를 실현하는 최전선에 각 나라의 지역 복지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아직 ‘승리’까지 가야할 길이 멀다. 여전히 불평등은 늘고 결속은 줄어들며 곳곳에서 통합 정책의 실패 징후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WILCO 프로젝트의 참신함은 사회적 배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에서 발생한 혁신 활동이 어떻게 다른 곳에서도 효과적으로 실행될지를 연구하는 데 있다.”

프로젝트의 총책임을 맡은 타코 브랜슨(Taco Brandsen) 교수의 말이다. 윌코 프로젝트는 ‘왜 어떤 도시는 다른 도시들보다 더 혁신적인지’를 찾아나갔다. 즉 “새로운 접근과 수단들이 나타나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역 복지의 혁신’이 어떻게 시작되고 실행되며 확산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윌코 프로젝트는 유럽 10개 나라의 연구자와 대학들이 공동으로 진행한 방대한 프로젝트다. 2012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해 2014년에 10개 나라, 20개 도시, 77개 지역 혁신 사례를 집대성한 보고서를 제출한 데 이어, 다시 2년 뒤인 2016년에 이론적 분석을 더한 최종 보고서 「Social Innovations In the Urban Context」(도시의 맥락으로 본 사회 혁신)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윌코 프로젝트의 최종 보고서 「Social Innovations In the Urban Context」를 소개하는 데 목적이 있다(최종 보고서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 4.0 국제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다). 300쪽이 넘는 최종 보고서에 담긴 핵심 연구 결과를 가능한 만큼 그대로 뽑아내 전달하려 노력했으며(의역을 자제했다), 한국의 상황과 비교하거나 적용 방안을 찾는 일은 다음 연구로 미뤘다. 더 많은 자료들은 프로젝트의 공식 사이트인 http://www.wilcoproject.eu 에서 볼 수 있다.

1. 도시 거버넌스와 사회 혁신 왜 도시에 주목하는가

* Chapter2. Urban Governance and Social Innovations(Sandro Cattacin and Annette Zimmer)

보고서는 ‘먼저 사회 혁신이 어떻게 전면에 나서게 되었을까’ 하는 물음을 던진다. 연구팀은 사회 혁신이 체인지 메이커들의 기업가 정신에서 출발한다는 통념이나, 확고한 비즈니스 계획이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한다는 주장에 의문을 던지면서, ‘적자생존’, ‘경쟁적 시장’과 같은 원리가 사회 혁신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들이 바라보는 사회 혁신은 주어진 (지역적) 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된 ‘정치적 과정’이다.

우리는 특히 지역 차원에서의 사회 혁신의 등장과 발전 및 공고한 구축은 정치적 과정을 구성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정치적 과정의 결과물은 환경적 요인들의 조합과 특정한 행위자들의 집단 모두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볼 때, 사회 혁신은 주어진 환경에 깊이 연관돼있다.”

주어진 환경은 당연하게도 나라마다 또 지역마다 너무도 달랐는데, 특히 자유나 다양성, 접촉의 빈도 같은 몇몇 환경 요소들이 혁신과 연관이 있으며, 이러한 요소들이 곧 ‘혁신의 역량’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물론 이게 다가 아니다. 경제적 사회적 영역에서의 정부의 결정 및 로비와 관련된 전략과 역학(dynamics)도 큰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연구팀은 사회 혁신에 대해 분석할 때는 이러한 결정과 행위자들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사회 혁신은 도시 각각의 특정한 맥락적 배경에 따라 분석되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지역 차원의 사회 혁신은 정치적 과정의 산물이자, 제도적 관점에서는 지역 특유의 복지 문화의 반영이며, 정치적 관점에서는 지역 거버넌스 방식의 반영이다.”

거버넌스, 도시를 운영하는 새로운 규칙

거버넌스(Governance)는 결정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전통적 정부의 대척점에 있다. 정부 관료들과 더불어 시민 사회 조직이나 비즈니스 공동체를 대표하는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 행위자들의 새로운 집단이 함께 운영하고 이끌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위계가 없는 수평적 방식이다.

단지 결정 과정만을 설명하는 건 아니다간단히 말해, 도시 거버넌스는 도시를 운영하는 규칙들의 조합을 구성한다.”

그렇다면 거버넌스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연구팀은 거버넌스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복잡한 연합의 구성 과정(coalition-building processes)의 결과”로 바라봤다. 여기에 더해 지역의 전통과 문화의 영향도 강하게 받는다고 보았다.

연구팀은 도시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환경 변수들로 행정 구조와 정부 조직의 제도적 맥락 지역 복지 제도가 자리 잡은 복지 제도의 맥락 특정 규범과 가치의 반영이자 결과물로서의 지역의 정치 문화 등이 있으며, 이러한 변수들이 사회 혁신 행위자들이 연합을 형성하려는 기회를 때로는 뒷받침하기도 하고 때로는 방해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연구팀은 유럽 도시들이 위계적이고 수직적인 거버넌스 모델에서 점차 다양한 층위를 지닌 방식의 거버넌스 모델로 바뀌고 있다고 보았다. 행위자들끼리의 수평적 통합이 늘고, 서비스 생산자의 영역이 더 넓어지는 가운데 자원의 결합과 동등한 연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러한 전략이 이어지려면 더 많은 이들이 행위자이자 생산자로서 받아들여져야 하며, 사회적으로 배제된 이들에겐 역량을 기르는 정책이 절실하다. 그럴 때만이 새로운 자치의 자원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부장적(온정적) 정책에서 역량 강화 정책으로의 전환이 이러한 이웃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줬다. 다른 말로 하면, 가난한 이들의 자원을 활용하려면 그들이 자신의 자원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 그들이 일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 를 가져야 한다.”

어떤 거버넌스가 도시를 혁신적으로 만드는가

연구팀은 20개 도시들 사이의 공통 트렌드와 주요 차이에 집중했다. 이들은 국가 복지 체계가 도시 문제들에 대응하기 어려운 건 단지 재정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고 보았다. 정책적 대답을 내놓기까지 거쳐야 하는 복잡한 과정과 의사결정 구조도 한 몫 한다고 본 것이다. 도시가 복잡한 문제에 대응해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적합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연구팀은 연방제 국가의 더 많은 자치권을 가진 도시들(스위스 베른, 독일 뮌스터 등)이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는 데 더 용이한 반면, 단일 정부 국가(unitary state)의 도시들(폴란드 프워츠크, 스페인 팜플로나 등)이 그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연구팀은 사회적 도전에 대응하는 주요한 정책 트렌드로 ‘권한 부여(enabl -ement)’를 꼽았다. 이들은 “사람들, 기관들 그리고 네트워크는 반드시 최대한 자치가 이뤄지도록 뒷받침되어야 하며, 혁신 정책을 위한 입법 구조는 뒤이은 평가와 실험에 따라 정책이 변할 수 있게 유연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도시의 사회 정책은 이데올로기나 파퓰리즘이 아니라 실용주의가 그 특징이 되어야 한다사회적 도전의 거버넌스(사회 혁신에 유리한 거버넌스로 뒤에서 설명)에서 네 개의 구체적 공통 트렌드들을 꼽는다면, 공동생산(co-production), 역량 기반의 접근(a capabilities-based approach) 분산(decentralisation)과 지역 집중(territorial focalisation) 등이다.”

공동 생산은 행정과 비영리 기관들 사이의 증가하는 파트너십 모델을 가리킨다. 국가(또는 경제) 주도의 도시 거버넌스에서 정책과 서비스를 공동으로 생산하는 거버넌스로의 전환이 공통적인 트렌드다.

개인의 역량에 대한 투자는 두 번째 공통 트렌드다. 복지의 수혜자에 집중하던 관점에서 사람, 사람 중심 서비스에 집중하는 관점으로 트렌드가 분명히 바뀌고 있다.

모든 도시들에서 민주적 분산에 초점을 맞추는 공통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마을의 참여형 프로젝트와 메카니즘은 공공 행정을 더 많은 이들에게 민주적으로 개방한다. 이러한 경향은 위계적 의사 결정 체계로부터 공동 의사 결정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

▘마지막 트렌드는 도시들이 그룹(계층)에 집중하기 보다는 상황과 지역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관련이 있는데, 개입에 앞서 구체적 맥락을 분석하고 도시 계획 정책과 이웃 참여를 통해 선제적으로 행동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도시의 사회 정책과 경제 정책 간의 관계에 따라 20개 도시들을 네 개의 거버넌스 체제로 나눴다.

첫 번째 거버넌스 타입은 공동 운영 거버넌스(the governance of co-operation)다. 이 체제는 경제 정책과 사회 정책 사이의 시너지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도시들은 프로젝트로서 또 삶의 방식으로서 도시성(urbanity)을 발전시키려 한다. 여기서 도시성이란, 자유분방하고(bohemian) 혁신적이고, 차이에 열려있으며 약자들을 책임지려는 경향이다. 모든 행위자가 공유하는 가치는 도시성, 실용주의 그리고 효율성 등이다. 이데올로기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린다. 암스테르담, 베른, 뮌스터, 바로셀로나 등.

두 번째 거버넌스 타입은 성장 거버넌스(governance of growth)로, 이 체제는 경제 정책에 우선권을 둔다. 이들 도시는 반도시(anti-urban)를 지향하고, 정치는 경제적 이해집단들로부터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 이 ‘성장 기구(growth-machine)’들은 사회 문제들을 개인의 잘못으로 떠넘기곤 한다.

가령, 영국 버밍엄의 정치적 복지적 문화는, 생동감 넘치는 경제가 공동체의 발전을 가장 효과적으로 뒷받침한다는 아담 스미스의 패러다임과 여전히 일치한다. 이에 따라 성장 거버넌스는 사회 정책을 종속 경제 정책에 종속된 것으로 여긴다. 여기에 더해 버밍엄은 단일 정부에 포함된 도시는 중앙정부로부터 독립된, 선견지명을 갖춘 사회 정책을 발전시키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도시에서는 수도인 런던에서부터 날아오는 정책 지시와 돈에 발맞춰 투자와 삭감을 반복하는 ‘가다 서다’ 정책을 따라야 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사회 정책에서의 혁신은 대개 작은 규모로 이뤄졌으며, 최소한 런던으로부터의 재정적 독립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에 기반을 뒀을 때라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팜플로나, 도버, 버밍엄 등.

세 번째 거버넌스 타입은 사회적 도전의 거버넌스(governance of social challenges)로, 서비스 생산을 지향하는 사회 정책에 우선권을 두는 거버넌스다. 경제적 역동성은 사회 정책과 병행적(Parallel)으로 다뤄지며, 두 가지는 서로 연관을 맺지도 대립하지도 않는다. 이 거버넌스 체제는 지역 정부가 서비스를 만들고 확산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전통적인 사회 복지 정책을 따르며, ‘연대’와 ‘국가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가치를 공유한다. 정당 및 기존 정치는 이것들을 더 가부장(온정적) 지향적인 사회 정책으로 정의한다. 말뫼, 스톡홀름, 제네바, 릴, 낭트 등

마지막 거버넌스 타입은 사회적경제적 도전의 거버넌스(governance of social and economic challenges)다. 이 거버넌스는 약한 지역 정부와 강한 경제적ㆍ사회적 이해 집단의 조합으로 형성되며, 경제적 투자와 사회적 투자 사이의 갈등을 낳는다. 다른 가치 지향으로 사회 정책에서 대립을 보이며, 사회적 로비와 경제적 로비가 충돌한다. 각 사회 정책은 개인주의와 개인의 책임, 그리고 연대와 집단 책임 사이의 논쟁을 낳는다.

독일 베를린이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인데, 이 도시는 지난 수십 년간 유럽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로 발전했다. 벤자민 에워트(Benjamin Ewert)는 유럽 전역에서 베를린으로 청년들이 몰려드는 이유를, 두 개의 매우 다른 정치 시스템과 이데올로기가 공존하고 있는 데서 찾는다. 이러한 특성이 다양한 삶의 방식과, 새로운 프로젝트, 대안적 지향성을 위한 풍부한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는 냉전 시기의 서베를린을 냉전 시기 예술과 문화가 꽃을 피웠던 자유분방한 도시(bohemian city)이자 동시에 전 세계의 예술가들이 몰려와 활동하면서 이른바 경계 도시(frontier city)에서의 삶을 경험했던 도시라고 설명한다. 베를린, 밀란 등.

“20개 도시들은 저마다 조건이 달랐지만, 많은 공통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민 사회 행위자들의 참여, 여러 서비스들의 공동 생산, 재정 지원의 혼합, 공간적 (차원) 또는 더 나은 도시 차원의 사회 정책의 재발견 등이다.”

연구팀은 “단 하나의 최선의 해법은 존재하지 않았다”면서도 연방제 체계 안에 놓인 도시 거버넌스가 사회 혁신에 더 유리하다는 점만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즉, 지역에 더 많은 권한이 주어질수록 더 혁신적인 접근법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흥미로운 점 하나를 더 지적하고 있는데, 지역 정부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가 사회 민주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는가, 또는 보수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 두 가지 전통 사이의 차이는 단지 “사용되는 수단과 도구의 차이로 전환된다”는 것이 이들이 얻은 결론이다.

또한 연구팀은 최근 EU에 통합된 도시들이 EU로부터 정책 처방과 재정 지원을 받으면서 새로운 사회 정책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이렇게 바깥에서 이식된 해법이 다른 도시들에서 아래로부터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해법에 견줘 얼마나 더 지속가능할지도 앞으로 더 긴 시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사회 혁신에 적합한 거버넌스를 형성하려면, 무엇보다 더 나은 삶의 질을 향한 엔진이 되어줄 자치 조직과 시민 사회의 주도권(initiatives)을 형성하는 것이 첫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2. 메시지로서의 사회 혁신 : 지역 복지 시스템의 민주적 실험

* Chapter 9. Social Innovations as Messages : Democratic Experimentation in Local Welfare Systems(Adalbert Evers and Taco Brandsen)

연구팀은 사회 혁신을 설명하기 위해 ‘메시지(massage)’라는 은유를 사용한다. 메시지로서의 사회 혁신은 “무엇보다도 혁신이 일어난 그 지역에서의 즉각적인 효과를 넘어 다른 곳에서도 같은 행위를 촉발시킨다(trigger)”는 뜻이 담겨 있다.

사회 혁신을 메시지로 이해한다는 것은 또한 “혁신을 행위자와 지역적 맥락 사이의 전파 과정으로 본다는 뜻”이다. 이 경우 보통 ‘확산(diffusion)’이라는 표현을 더 선호하지만, 혁신이 어떤 특정한 또는 배타적 수취인이 없는 ‘누구에게나 열린 메시지’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었다고 이들은 설명한다.

반복되고 공유된 복지 혁신의 특징 다섯 가지 혁신

사용자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방식

이 메시지는 사용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거나 그들의 기술을 향상시킴으로써 의존성을 줄이고 역량을 강화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찾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지금까지의 노동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제공된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엄격하게 대상자를 구분한다. 반면, 많은 혁신적 조치들은 더 느슨하고 열린 접근을 추구한다. 잠재적 사용자들에게 행정적 요구를 하거나 세세한 지시를 하지도 않는다.

공공 행정과 복지 부서들이 서로 다른 업무와 필요, 계층으로 나눠지면서 고도로 분화된 체계에서 복잡하고 때로는 독특한 고객의 필요를 해결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그러나 이번 연구로 세분화된 형태의 지원에 접근할 수 있는 개인화된 지원 묶음을 발전시키려는 많은 조직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규모 이민과 실업, 늘어가는 불평등의 시대에 문화와 인종의 다양성과 가난, 사회적 배제의 문제는 더 늘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서비스와 전문 직원들이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닿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때로는 필요한 서비스가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이해하기 어렵거나, 믿음이 부족해 활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 서비스와 실제 사람들의 삶 사이의 차이를 잇는 혁신적 방법을 찾는 일은 반복되는 도전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도와 권리에서의 혁신

일과 삶의 방식이 변하고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사회적 위기’들이 생겨나고 있다. 때로 어떤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긴급한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으며, 이런 것들은 표준화된 매뉴얼로는 대응할 수 없다.

빠른 해결을 제공하고, 때로는 선제적인 해결을 제공하는 것이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잃어버린 고리일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새롭게 부상하는 위기들을 해결하려는 즉각적 지원의 유연한 형태들을 보여주었다.

전통적으로 대부분의 복지 서비스는 수혜자들에게 무조건적 권리로 여겨졌고, 어느 정도의 조건만 충족되면 제공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복지 경향은, 특히 노동 복지에서 미래의 행동과 관련된 전제 조건들을 정하는 계약 관계를 맺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고객들이 스스로에게 배타적 책임을 지도록 요구한다. 권리에서 계약으로 옮겨가는 또 다른 형태의 움직임도 있다. 어떤 봉사활동을 하거나, 구체적으로 정의된 공동체의 약자들을 위한 지원 활동을 했을 때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거버넌스의 혁신

혁신은 산출물의 혁신이자 절차의 혁신이었다. 절차의 혁신이란 의사 결정의 내부 구조와 주변 환경, 행정,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회적 파트너와 정치적ㆍ행정적 당국 등과의 상호작용(의 혁신)을 가리킨다. 다양한 새로운 종류의 서비스를 발전시키려는 사회 혁신도 거버넌스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떤 혁신의 경우는 거버넌스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고 변화시키려는 것 그 자체가 주요 목적이다.

전통적 서비스 조직과 시스템은 대부분 각각의 고유한 업무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여 왔고 그 안에 갇힌 채 효율성을 추구했다. 반면 사회 혁신은 아이디어와 관심사, 실천 등의 나눠진 것들을 한데 모아 더 많은 것들이 포함되고 연결된 방식으로 운영되는 조직의 형태를 만든다.

사회 혁신은 특정 계층에게 공적 영역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의제를 설정하고 우선순위에 대한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논쟁을 조직하고 숙의를 진행하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한다.

일하고 재정을 확보하는 혁신적 방안

사회 혁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법은 행정이나 비즈니스 영역보다 훨씬 더 다양한데, 그 이유는 편하고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유급 고용뿐 아니라 다양한 자원봉사와 시민의 기여 형태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후자는 단기 참여에서부터 정기적인 장기 무급 봉사까지, 직접 몸으로 일하는 자원봉사에서부터 정규 운영 이사회에 시민 참여 형태로 정기적으로 기여하는 것까지 그 범위가 다양하다.

많은 사회 혁신 프로젝트들은 다양한 펀딩 자원의 결합에 기초를 두고 있다. 때로는 여전히 정부의 재정 지원이 가장 중요하기도 하다. 재정 지원 체계는 대개 불안정하고 한시적이었다.

복지 체계를 새롭게 구축하는 과제

복지 체계는 보통 제3섹터, 시장 영역, 공동체와 가족에 대한 복지 서비스와 책임을 포함한다. 우리가 살펴본 사회 혁신 사례들은 이미 존재하는 네 개의 (지역) 복지 체계의 요소인 (지방)정부, 기업, 제3섹터 그리고 비공식 공동체와 가족 네트워크 간의 상호 관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사회 혁신을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 및 뒷받침의 수준과 효과는 매우 다양했다.

다르게 행동하고 조직하고 또는 제안할 권리가 거부당하는 곳에서는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 중앙에서 통제되는 거대한 민간 영역의 기업 조직이나 민간 영역의 과점이 지배하는 특정 시장 영역이 그렇다. 따라서 사회 혁신의 여지를 둔다는 것은 때로 복지 체계가 더 많은 다양성과 지방분권화를 추구한다는 뜻을 내포한다. 나아가, 혁신을 뒷받침한다는 것은 이미 주어진 천편일률적 표준과 다양성 간의 새로운 균형을 허락하는 체계를 선택한다는 것을 뜻한다.

사회 혁신은 왜 확산되기 힘든가

연구팀은 사회 혁신은 대개 특정한 사회적 관계 안에 포함돼있어서, 아이패드와 같은 기술적 혁신과는 달리 세계 어느 곳에서나 똑같이 쓰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회 혁신은 “목적과 과정 모두에서 훨씬 더 복잡”하며 “그것이 특정 지역에서 시작된 사회 혁신이 간단히 더 큰 규모로 확산될 수 없는 이유”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연구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과제)들을 6개의 문장으로 정리했다.

위험한 여정 : 비기술적이고 비시장 기반의 혁신의 확산

실제 확산 과정은 무엇이 확산되느냐에 따라 매우 다르며(목적, 콘텐츠, 개념, 구조, 정책 수단 등) 어느 정도로 확산되느냐에 따라서도 다르다(간단한 영감을 그대로 복사해가는 것에서부터 둘 사이의 다양하고 복잡한 조합에 이르기까지). 게다가 보내는 쪽과 받는 쪽/적용시키는 쪽 사이의 여정은 대단히 위험하고 때로는 복잡하다. 확산이 어려운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전해지는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사라지거나 손상되고 또 변형된다.

보내지기 보다는 퍼지기 : 확산 과정의 불투명한 특성

어느 한 지역에만 배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즉 어느 정도 확산된 사회 혁신은 적어도 네 가지 특징을 보인다.

ⓐ 제3섹터의 조직들과 혁신이 발생하는 특정한 환경의 문화적 지향이 일으키는,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가는(bottom-up) 특징을 뚜렷하게 지닌다.

ⓑ 영역을 뛰어넘는 지역 네트워크의 협력 활동을 통해 발전하는데, 그 주도력은 지역 정당이나 정책입안자, 행정가들과 같은 정책 기업가(policy entrepreneurs)로부터 나온다.

ⓒ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확대하는 국가적 프로그램과 틀 안에서 지역의 고유한 결과물(local varieties)로 형성된다.

ⓓ 무게중심이 중앙이나 지방 어느 쪽에도 있지 않고 국가적 수준(범위)의 시민 사회 네트워크에 놓여있는 사례도 있는데, 이들은 대개 인터넷 연결에서 출발한다.

의도적/비의도적 확산자(Sender)

사회 혁신은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비즈니스 영역과 달리 반드시 확산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지역 사회혁신 행위자들은 지역적 맥락을 넘어서는 것에 관심이 없는 행위자(때로는 자원봉사자)들인 경우가 많고, 또 당면한 지역의 필요를 해결하고자 행동에 나선 경우가 많다. 다른 지역 또는 나라로의 확산이 그들의 역량을 벗어나는 일이기에 관심 밖이다. 게다가 사회 혁신은 대체로 시장 가치도 없고 확산에 대한 금전적 인센티브도 없다. 또 많은 지역의 혁신들은 적용 과정에서 지식을 전하고 설득하는 데 취약하다.

중개인(Intermediaries)

지역에서만 쓰이도록 디자인 된 혁신과, 국가적(세계적) 차원의 사회 변화와 혁신으로 이어질 움직임 사이에 반드시 큰 차이가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우리는 중개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형태의 혁신보다 사회 혁신은 성공적 확산을 위해 중개인이 필요하다. 이들은 아이디어를 정치적ㆍ학문적 영역에서 현실로 끌어내려 지역 기관과 프로젝트에 적합하도록 만드는 일을 하고, 개념과 아이디어가 풀뿌리 수준에서 더 큰 공공의 수준으로 올라서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메시지 정리하기 : 전파와 적응에 앞선 과정

재구조화와 전환의 과정은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기와 같은 정부와 시민 사이의 새로운 협력을 요구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그 자체로 설득력을 갖지는 못한다. 사람들이 그에 대해 열려 있을 때만 그럴 수 있다. 다시 말해 혁신을 다른 지역에 적용시키는 일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콘텐츠, 협력, 또는 다른 일의 방식에 있어서 똑같은 제도적 관행의 파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확산을 위한 분석은 혁신의 실질적 적응 이전에 일어나야 한다. 단지 적합한 정책적 접근이나 수단 그 자체를 찾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사람들을 모으고, 새로운 의견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얼마나 되었는지를 살피는 사전 작업들이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다.

다른 이해들(Readings) 합치기 : 브리콜라주로서의 혁신의 적용

하나의 혁신이 다른 곳으로 아무런 왜곡 없이 정확히 복제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만약 그런 경우가 있다면 아마도 규제나 정책과 거의 상관없이 실행될 수 있는 굉장히 단순한 계획이거나 아주 제한적인 지역행위자들 사이의 협력이 요구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복지 영역의 복잡한 사회 혁신은 더 이상 그런 식으로 작동될 수 없다. 혁신적 접근은 새로운 맥락에 맞게 개선되어야 한다. 제도적 틀과 지향하는 가치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변화는 상호적이다. 정부 안에서 특정 정책 영역은 서로 다르게 분배돼있으며, 어떤 지역에서는 개인에게 맡겨진 서비스가 다른 지역에선 행정이 제공하는 일도 있다. 혁신은 지역 맥락에 맞게 재구성되어야 하는데 이는 다른 사회 경제적 배경과 제도적 배경, 또는 주요 정책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메시지를 얻었다고 강조한다.

많은 새로운 접근들은 종종 기대했던 것만큼 빠른 효과를 보이진 않았다. 버튼만 누른다고 효과가 있었던 건 아니다. 기존의 지배적 정책, 정치, 조직들과 사회 혁신 사이에는 아주 큰 격차가 있어 보였다. 두 가지가 합쳐지려면 아주 긴 학습의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지금도 많은 거버넌스는 여전히 의사결정에 있어 힘 있는 엘리트들이 중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며, “만일 위에서 아래로 결정이 내려오는 전통적 통치 체계와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가는 혁신적 방식이 화합할 수 있다면 실험과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변화를 준비해나가는 데 더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른바 “민주적 실험주의(democratic experimentalism)”다.

3. 사회 혁신 연구의 암묵적규범적 가정 : 어두운 면 받아들이기

* Chapter 24. The Implicit Normative Assumptions of Social Innovation Research: Embracing the Dark Side(Ola Segnestam Larsson and Taco Brandsen)

보고서는 ‘오늘날 유럽의 많은 복지 사회에서 사회 혁신이 정치적 각광을 받고 있다’며 유럽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이는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유럽의 기존 사회ㆍ복지 정책이 더 이상 늘어나는 사회 문제에 대응하기 힘든 현실을 반영한다. 그러니까 복지정책과 서비스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존의 복지 서비스를 세련된 기업가정신과 조직적 실천을 더해서 개혁ㆍ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사회 혁신의) 규범적 전제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집착은 자칫 실패, 정치적 갈등, 억압과 같은 사회 혁신의 어두운 면을 무시하는 경향”을 드러낸다는 뼈아픈 지적도 하고 있다. 사회 혁신에 대한 무조건적 긍정은 이론과 실제 모두에서 문제를 일으킨다는 게 연구팀의 생각이다.

시장과 정부로부터 벗어난 시각이 필요하다

사회 혁신은 시장의 대안으로 인식되지만 시장과 정부가 가진 기존 생각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순 없다. 특히, 규모와 시스템의 변화를 강조하는 점이 그러한데, 이러한 관점을 가진 이들은 반드시 성장하고 확산해야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사회 혁신의 등장(출현), 안정화 및 확장 과정을 포함한 라이프 사이클이 환경의 영향을 매우 강하게 받으며 결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연구에서 살펴본 사회 혁신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규모화(Scale-Up)와 확산(Diffusion)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팀은 먼저, 대부분의 지역 사회 혁신가들이 확장에 관심이 없었다고 말한다.

어떤 경우엔 사회 활동가들이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었으며 재정적 자원이 부족했고, 그에 견줘 시민의 기대치는 너무 높았다. 또 다른 경우엔, 시간이 제한된 파일럿 프로젝트로 시도되었고 규모도 작았기에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 어려웠다. 실제로 많은 경우 자금 조달이 중단된 뒤 프로젝트들이 사라졌다.”

그렇다고 이번 연구가 사회 혁신이 실은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팀은 “(라이프) 사이클을 강조하는 시각에서 보면,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실패했거나 좋게 봐도 잠재력이 발현되지 못한 혁신으로 비칠 수 있지만, 이러한 시각은 지나치게 비즈니스 중심의 관점, 규범적 가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시장과 국가에 관한 기존 관점들은 “거대한 돌파구(big breakthrough)에 의존하지 않는 체계적 변화로서의 대안적 개념을 부정하고, 또한 자발적인 조직 및 비공식적인 시도와 같은 대안 제공자의 역할을 평가절하 한다”고도 비판하고 있다.

사회 혁신 담론은 근본적으로 정치적이다

연구팀은 모든 혁신이 꼭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들은 “혁신적인 프로세스와 관련한 위험 요소와 지원 및 관리에 대한 문제점을 경시”하는 경향에 우려를 표하면서 “리스크는 혁신의 필수 요소지만, 이는 사회 혁신이 종종 실패한다는 뜻이며 다양한 부정적 효과를 가져 오기도 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사회 혁신은 사회적 관계의 변화와 관련이 있기에, 이를 통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역시 있다담론적 맥락(discursive context)에서 그들에게 주어진 위치에 따라 다른 감각을 습득한다. 이것은 혁신의 개방적이고 위험한 특징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또한 사회 혁신이 다양한 정치적 목표와 관련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넓은 의미에서의 정치적 특성과 제도의 영향 속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기도 하고, 일부 도시의 정치적 맥락과 연결될 때 높은 존중과 인정을 받기도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실제로 어떤 도시들에서는 사회 혁신이 다양한 정치적 연합에 의해 뒷받침되었지만, 또 다른 도시들에선 지방 정부와 기업 간의 조정ㆍ협력 부족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연구팀은 정치적 혼란과 권력 구조의 변화가 더 체계적인 협력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해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경제 위기와 예산 삭감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사회 혁신을 뒷받침할 지역 정치의 장이 약화가 되는가 하면, 정치적 불일치로 특정 혁신의 구현이 어려워지는 일도 있다.

지역 복지 전반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하며, 특히 사회 혁신의 촉진이 필요하다는 동의가 있더라도 사회 혁신의 출현과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방법론과 수단에 대한 여러 이해 관계자와 연합체의 의견이 불일치할 수 있다저항과 반대, 위험과 어려움, 부정적 영향과 오용은 사회 혁신이 가지는 규범적인 선함(normative good)에 관계없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러한 논쟁은 지금까지의 사회 혁신 연구에서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들은 “역설적이게도, 정치를 부정 하더라도 사회 혁신 이론은 근본적으로 정치적”이라고 강조한다.

혁신의 확산에 대한 잘못된 기대들

윌코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는 사회 혁신의 확산과 업그레이드를 위한 핵심 요소를 정의하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사회 혁신이 확산되지 않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었다고 말한다. 가령, 민감한(sensible) 상황에서는 확산이 발생하지 않았고, 때로는 금융 위기와 같은 경제적 이유로 확산되지 않기도 했다. 파트너십을 이루는 정부의 관료적 기준과 일치하지 않은 일도 있었는데, 관료들은 사회 혁신을 추진하는 그룹을 정책 개발의 지속적 파트너로 보기보다는 일시적 실험 프로젝트의 상대로 여기기도 했다.

‘적응성(adaptive)의 관점’도 있었는데, 이는 특정 맥락에서 나온 사회 혁신이 다른 맥락과 관련이 있더라도 간단하게 직접적으로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다. “바람직한 사회 혁신은 지역 상황에 맞게 조정되거나 변환되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연구팀은 실제로 많은 혁신이 전환(translation) 및 현지화 과정을 거쳤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사회 혁신에 대한 많은 논의는 규범적 가정 때문에 보편적 접근법의 실패, 갈등 및 억압 등의 어두운 측면을 무시해왔다. 연구팀은 앞으로 “사회 혁신의 도입으로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잃을까”, “더 나빠진 것이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 혁신의 잠재력은 어두운 측면들과 위험 요소들을 솔직하게 인정할 때 완전히 실현될 수 있다.”

지역에 사회 혁신이 뿌리 내리려면

* Chapter 25.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in Social Innovation(Taco Brandsen, Adalbert Evers, Sandro Cattacin and Annette Zimmer)

사회 혁신에 대한 연구는 최근 몇 년 사이 활발해졌지만 아직 확고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증거나 징후는 찾기 어렵다. 사실 주요 이슈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아서 별다른 논쟁도 없다. 연구팀은 “사회 혁신엔 비판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연구팀은 사회 혁신 실현은 어렵고 앞으로 할 일도 많은데,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정당성 논란(legitimate controversies)”에 휘말리기 때문이란 점을 꼽았다.

사회 혁신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지만 모든 정치적 계획들이 성공하지는 못한다. 동시에 사회 혁신의 실패는 사회적 실험에서 널리 보이는 위험 회피 태도 때문이기도 하다. 입으로는 혁신을 중요하다고 하지만, 정부는 국가의 표준화된 규제나 관행에 적합하거나 비즈니스 영역에서 잘 작동하는 접근 방식 등 이미 검증되거나 잘 알려진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위험을 감수하고 일정 정도 기존 규제와 규칙에서 자유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경제 및 노동 시장 관계에 혁명적 변화를 불러일으킬 만큼 큰 잠재력을 가진 사회 혁신을 두고서 “새로운 공통 규칙과 대규모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은 어리석다”고 말한다. 또한 “지역에서의 복지와 관련된 사회 혁신은 지역 중심이고, 주로 분산되어있으며 불안정”하다면서도 “실험의 여지를 주고, 혁신가들의 메시지를 경청하며, 그들의 전문지식을 이용하는 복지 정책이 가능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수십 년간 복지는 보편성을 기반으로 접근하였지만, 이제는 다양성과도 연결돼야 한다. 복지 정책은 양쪽의 장점을 모두 극대화 하는 딜레마의 관점에서 실험하고 사고해야 한다. 이 보고서가 연구자, 정책 입안자, 전문가들이 그 방향으로 한 발을 내딛을 수 있게 용기를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