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시절부터 일자리 문제를 우선으로 해결하겠다던 문재인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일자리위원회 설립 및 운영방안’을 위한 업무지시에 서명을 하였다는 소식은 상당히 충격이었다. 그 이유는 당장이라도 일자리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 희망 때문이었다. 희망을 실현시킬 듯이 빠른 속도로 일자리위원회 설치가 확정되고, 인천공항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으며, 18가지 실시간 지표를 담은 일자리 현황판이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되는 등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짧은 기간 안에 일자리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움직임들이 있었다.
이런 희망은 그동안 비정규직을 대량생산하는 것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전 정부들과 달리, 대통령이 직속기구를 통해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빠르게 보이는 것 자체에 대한 감동에서 기인했다. 실제로 일자리 문제는 의지만으로는 해결 되는 것이 아니고 현실적으로 이겨내야 할 많은 어려움이 있다. 때문에 한쪽에서는 이런 감동에 박수를,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를 함께 보내는 것이다.
①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일자리 81만개 창출 ②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 설치 ③ 연간 1800시간대로 실노동시간단축 및 법정 최장노동시간 1주 52시간 준수 ④ 스타트업 지원을 통한 창업국가 조성 ⑤ 비정규직 격차 해소 ⑥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⑦ 중소기업 임금을 대기업의 80%까지 끌어올리는 공정임금제 도입 ⑧ 대통령 직속 국가일자리위원회 설치로 일자리중심의 행정체계 확립 ⑨ 사회적 경제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성장 생태계 조성 ⑩ 10조원 이상의 일자리 추경예산 편성 ⑪ 감정노동자보호법 제정
현재 안정적인 일자리 수가 부족함은 물론이고, 장시간 노동 문제, 노동시장 내 양극화 문제 및 노동 환경 질 저하 문제 등 양적 문제를 넘어선 질적 문제들이 더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 위 11개 항목은 문재인대통령이 후보시절 내세운 일자리 공약들인데, 앞서 언급한 노동시장의 문제들이 골고루 반영된 목록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도 박수와 우려는 함께 존재한다. 박수를 보낼 측면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지점들을 가능한 많이 시각화 시켰다는 것이다. 반면 우려가 되는 점은 이렇듯 전범위적인 대책은 양날의 칼처럼 재정문제와 이중노동시장의 강화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재정에 대한 부분은 과거 후보시절 재정지출 감소가 골자인 재정개혁과 세법 개정을 활용한 조세개혁을 통해 조성하겠다고 하였다. 앞선 11개의 공약 중 대표적으로 공공부문 중심의 일자리 81만 개 달성의 경우 재원이 많이 필요하다. 상세 내용을 보면 사회복지 및 사회안전망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일자리들을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 일자리들의 문제는 가치 대비 위험한 노동환경에 노출되어 있고 보상이 적거나, 저숙련 일자리로 분류되어 대체가 쉬운 일자리로 인식되어 있다는 고질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이 모든 부분을 공공부문에서 관리한다면 사회안전망의 연장으로 연결되어 국민들에게 좋은 일이겠지만, 재정지출을 감소시키고 공공부문을 확대한다는 것은 얼핏 보기에 앞뒤가 맞지 않은 것이다. 이는 곧 조세개혁을 통해 달성해야 할 부분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부분은 오랫동안 나아가지 못했던 방향이므로 필수적인 재정에 대한 우려가 있다.
다음으로 공공부문과 그 외 부문으로 이중노동시장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수년 간 노동시장이 악화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결과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공무원고시 및 각종 국가고시에 남녀노소 모두 도전하는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에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정부 방침에 구직자들이 더욱 크게 반응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연구들을 통해 청년 내지는 노동시장 취약계층들은 일자리의 여부나 임금도 중요하지만, 안정된 일자리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약 내에는 비정규직 격차 해서, 최저임금 인상, 중소기업 임금 인상 등 민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들도 포진해 있지만, 구직자 입장에서는 공공부문이 더욱 매력적인 제안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이런 부분을 종합해 보았을 때, 11가지 혹은 그 이상의 정책들이 하나의 목표로 모아졌으면 한다. 바로 ‘노동시장 내 차별과 격차 해소를 통한 불안정성 제거’이다. 각각의 공약 내부에 이 목표가 이미 녹아들어 있으나, 지금 현재 급박하게 ‘100일 플랜’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는 마치 11개의 숙제를 다 해결하는지에만 평가의 잣대가 들어갈 것 같다. 상세한 목표를 통해 촘촘히 접근 하는 것은 환영이다. 그러나 상세한 목표는 그 목표의 대상이 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간의 차이를 만들고 숲보다는 나무만 보는 좁은 시야로 이끌 수 있다. 전범위적 문제 해결을 하려면 사회구성원이 숲을 볼 수 있도록 더 넓은 비전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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