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G9 강국이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원화가치 변동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2016년 4월 현재 3만 달러에 달했으며, 우리나라는 곧 ‘3050’ 그룹 즉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이면서 동시에 인구 규모가 5천만 명이 넘는 나라들에 속할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인구가 5천만 명 넘으면서 동시에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6개국뿐인데, 여기에 한국이 합류할 경우 7개국으로 늘어난다. 다시 말해서, 한국의 종합적인 경제력은 세계 7위권이다. 한국의 종합적인 과학기술 능력은 세계 7위이며 더구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과학기술(R&D) 투자액의 비율은 4.3%(2014년)로 세계 1위이다. 연구개발(과학기술) 투자의 절대액수 역시 세계 6위로, 이탈리아를 앞선다.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에서도 한국의 기업들은 3.4%로 세계 1위이다. 예컨대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가 생산하는 제품들의 기술 및 품질 수준은 이미 글로벌 선진업체의 그것과 비등해졌거나 어떤 영역에서는 더 앞서고 있다.
또한 한국의 군사력은 세계 9위권이다. 세계 106개국의 무기와 병력, 국방비 등을 평가하는 웹사이트인 글로벌 파이어 파워(Global Fire Power)는 세계 군사력 순위에서 한국을 세계 9위로 평가했다. 현대 군사력의 핵심인 국방과학기술에서 한국은 세계 9위이며 이것은 이탈리아의 10위보다 앞선 것이다. 즉 군사과학기술 면에서도 한국은 – 러시아와 중국, 이스라엘을 제외할 때 – 서방 G7에 속하는 강국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2006년에 이어 2012년에 한국의 종합 국력을 세계 9위로 평가했다. 세계적 차원에서 볼 때 한반도 남쪽에 위치한 대한민국은 이제 G9 또는 조만간 G7이라 불러도 될 만한 강국이다.
한국경제가 봉건적, 전근대적 자본주의?
그렇지만 한국경제를 전근대적인 자본주의로 보는 견해가 야권과 진보에 만연하고 있다. 예컨대 롯데그룹의 경영권 향방을 놓고 창업자와 두 아들, 그리고 친족들 간에 벌어지는 진흙탕 싸움과 그리고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 등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혀를 차면서 재벌들의 못된 행동을 비판한다. 그리고 많은 야권 인사들은 재벌과 대기업들이 중세 유럽의 봉건영주처럼 군림하면서 형제들 간에 골육상쟁을 벌이고 있다고 싸잡아 욕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많은 진보 성향 경제학자들은 ‘한국에서는 자본주의가 아직 본격적으로 발전하지 않았다’는 견해를 펴고 있다. ‘한국경제에서는 자본주의가 아직 덜 발전되었고 자본주의적 발전의 초기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한국경제에서 빈부격차와 함께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도 신자유주의 체제 때문이라기보다는 재벌체제 때문이며 재벌체제란 곧 전근대적 중상주의 체제의 일부라고 지적한다. 즉 한국경제는 여전히 과거 군부 대통령 30년간에 걸친 중상주의(mercantilism)가 지배하고 있으며 그러한 전근대적 자본주의 때문에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을 대표하는 것이 장하성 교수가 작년 11월에 발간한 『왜 분노해야 하는가』>와 그리고 2014년 8월에 발간한 『한국자본주의 – 경제민주화를 넘어 정의로운 경제로』이다.
한국은 ‘돈이 돈을 버는 경제’가 아니며 따라서 아직 미성숙한 자본주의이다?
한국경제에서 아직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발전하지 않았다는 말은 ‘한국은 아직 돈이 돈을 버는 그런 경제’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직결된다. 정의상 자본주의란 ‘돈이 돈을 버는’ 경제이다. 그런데 아직 돈이 돈을 버는 단계에 도달하지 않은 한국 경제는 따라서 아직 자본주의적 경제 성장의 초기일뿐이다. 장하성 교수는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재산과 소득의 관계를 보면 자본 축적의 초기에는 소득이 재산을 형성시키고 자본 축적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그 재산이 다시 소득과 재산을 높이는 인과관계를 갖는다. 논의를 과감하게 단순화시킨다면, 한국의 상황은 재산이 다시 소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득이 재산을 이루는 자본축적의 초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장하성 교수도 저소득층에 비해 고소득층의 재산이 많고 재산소득도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득 상위 10%의 재산소득이 총가계소득의 불과 0.7%일 뿐이며, 근로소득이 95%를 넘어 압도적이다’라는 증거를 제시하면서, ‘따라서 한국경제는 아직 자본축적의 초기 단계에 있다’는 과감한 단순화를 서슴지 않는다.
재테크 자본주의가 바로 ‘돈이 돈 버는 자본주의’
물론 그가 제시하는 통계 자료는 그 자체로서 틀린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통계 자료들은 사실 빈익빈부익부의 현실의 한 단면만을 보여줄 뿐이다. 먼저 우리 주변의 일상을 보자. 가령 영화배우 정지훈과 고소영 같은 이들이 영화의 성공으로 대박을 터뜨리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빌딩을 구입하는 일이다.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고 잘만 하면 건물가 상승으로 양도소득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임대소득과 양도소득은 재산소득이며 불로소득(비근로소득)이다. 우리 사회에서 지난 수십 년째 논란되어온 것이 부동산 투기이고 그 투기꾼들의 불로소득이었다.
그런데 어디 부동산 투기뿐인가? 1998년 이후 새롭게 나타난 현상이 주식과 펀드 등 금융상품(금융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재테크 자본주의이다. 당시 정부는 공공연하게 미국 자본주의를 한국경제의 구조개혁 모델로서 간주했고 월스트릿 수준의 금융시장을 한국경제에 이식하고자 애썼다. 불로소득(재산소득)을 추구하는 것이 재테크 자본주의이다. 월스트릿이 추구하는 지향점이 바로 금융자산가들이 지배하는 경제 즉 산업자본=생산자본에 비해 금융자산 그 자체가 최고의 가치가 되는 그런 자본주의이다.
자본주의의 본래 정신은 ‘돈이 돈을 낳는, 돈이 돈을 버는’ 그런 자본주의이며 그것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금융자산 및 부동산 투자이다. 1998년 이후 부동산 및 금융자산 재테크가 만연하고 “부자 되세요”가 인사말이 되었다는 것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돈이 돈을 버는 시대’ 즉 ‘금융자산 헤게모니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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