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내고 덜 받겠다’는 공무원연금법 개정보다 더 큰 화제를 모은 이슈가 바로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성 문제다. 향후 45년 후 노후생활을 담보할 국민연금 재정은 바닥날 테고, 후세대가 이를 감당하려면 지금보다 2배 이상의 세금폭탄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다름 아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지금보다 10%p 올리자는 여론에 대한 정부의 반박이었다. 공무원연금 실무위에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함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 명문화’를 패키지로 제안했지만 정부는 연금 고갈을 앞세워 대립각을 세워왔다.

어찌됐든 힘겨루기 과정을 거치면서 5월 공무원연금법 개혁은 통과되었다. 그러나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의는 이제 시작이다. 공무원연금법 최종 합의안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문화를 두고 절충안이 담겼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의 ‘적정성 및 타당성을 검증한다’는 단서조항이다. 앞으로 사회적 기구를 구성해 올 10월까지 치열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앞으로 국민연금 논의의 핵심 과제는 노후의 적정 연금 수준을 밝히는 일이다. 정부가 쌍수를 들고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인상에 반대한 데는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이 급속도록 진행된데 따른 기금 고갈의 우려에서다. 앞서 예측되는 어려움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지금 ‘용돈’ 수준인 국민연금을 노후생활 보장 기반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현실적인 과제도 동시에 고려되지 않고서는 국민연금 본래의 의미는 지난 개혁과정에서 봐왔듯이 퇴색될 수밖에 없다.

 

연금개혁 ‘재정 안정성’에 집중, ‘사각지대’ 논의 후퇴

국민연금이 단기간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연금 가입자만 혜택을 받는 기여형 연금이긴 하나, 낸 돈보다 후대에 더 받게끔 설계되었다는 점에 있다. 국민연금은 ‘세대 간 분배’는 물론 저소득층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더 높아 ‘세대 내 분배’ 기능도 높은 명실상부한 공적연금으로 자리하고 있다. 1988년에 처음 도입된 국민연금은 올해로 27년을 맞이한 비교적 짧은 역사를 지닌 공적연금제도이다.

국민연금 가입자도 빠른 속도로 증가해오면서, 2015년 2월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는 2123만8612명이다. 사업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임의가입자와 임의계속가입자로 구성돼 있다. 국민연금이 처음 도입된 1988년 당시에는 443만 명에 불과했으나, 1992년에 5~9인 사업장 적용으로 확대되면서 502만 명으로 증가했다. 1995년 농어촌지역으로 가입으로 확대되면서 749만 명에 이르렀고, 1999년 도시지역 적용되면서 1,626만 명으로 급증했다. 2003년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면서 1718만 명, 2006년 전 사업장 적용으로 확대되면서 1773만 명으로 늘어나 현재의 규모에 이르렀다(그림1 참고).

 

그림1. 국민연금 총가입자 주요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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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민연금, “국민연금 공표통계(안)”, 2015.4 참고 재구성.
주: 사입장가입자는 고용된 근로자 및 사용자로서 국민연금에 가입된 자, 지역가입자는 사업장가입자 가 아닌 자로서 국민연금에 가입된 자,
임의가입자는 사업장 및 지역가입자 외의 자로서 국민연금에 가 입된 자, 임의계속가입자는 국민연금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자가 65세까지 가입을 신청한 자.

 

국민연금이 도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연금의 재정 불안은 주요 화두였다. 도입 초기에는 국민연금 가입대상을 확대하고 이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문제에 주안 한 듯 했으나, 이내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집중되었다(표1 참고). 1997년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이 구성되면서 1998년 1차 국민연금제도 개혁이 모색되었다. 이 시기에는 농어촌지역으로 연금이 확대된 이후 도시지역으로 확대할지 여부와 국민연금 도입 10년을 맞으면서 장기적인 재정 안정화가 관건이었다.

1998년 1차 제도개혁에서 주요 과제는 자영인 등으로 확대하는데 적절한 제도가 무엇인지, 재정불안을 해소할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이런 논의과정에서 국민연금 급여수준을 70%에서 60%로 하향조정하고, 현행 보험료율을 9%로 유지하며, 지급연령을 65세로 조정하는 안으로 결정되었다. 이로 인해 재정수지적자 시점을 2036년으로, 기금소진시점도 2047년으로 연장했다는 자평이 이어졌다.

이를 계기로 5년마다 연금 재정을 전망할 재정계산제도를 도입하기로 해, 2003년 처음 시작되었다. 1차 재정 개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재정 상태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가 중점이었다. 이에 발전위원회에서는 소득대체율을 60%에서 50%로 인하하고, 보험료율 15.9%로 인상하는 안을 제안하고, 도시지역으로 확대하고 출산 및 군복무 크레딧 도입 등 제도보완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국민연금 사각지대 대안 없이 재정안정화만 추진한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졌다.

2007년 2차 제도개혁에서는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이전에 제안된 사각지대 해소 제안에다 덧붙여 기초노령연금(노인의 70%, 급여수준 A값의 5%, 2028년까지 10%로 인상) 도입하면서, 대신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인하하고, 보험료율을 현행 9%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이에 따라 재정수지적자시점을 2044년으로, 기금소진년도를 2060년으로 연장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 2013년 3차 재정계산에서도 2차 때와 크게 달라진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연금 제도개혁과 재정계산 과정에서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대안 마련차원에서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라당에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기초노령연금을 제안했다. 이는 65세 노인의 소득하위 70%에 국민연금가입자 소득(A값)과 연동해 5%로 지급할 것으로 설계되었고, 장기적으로 10%로 올리는 안이었다. 그러나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으로 기초노령연금이 2014년 7월에 폐지되고, 기초연금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소득과 연계해 단계적으로 올리기로 약속한 기초노령연금은 사라지고, 낮은 물가인상과 연계된 기초연금이 도입되면서 애초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기초적인 공적연금의 의미는 퇴색되었다. 게다가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면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후퇴된 문제는 전혀 고려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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