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펀치 412호 : 제헌절과 세월호 헌법도 보장해주지 못한 최소한의 권리
7월 17일 제헌절 내일은 66회 제헌절,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된 날이다. 이런 제헌절을 목전에 두고 법을 통해 민주주의를 수호하며,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국회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농성이 진행되고 있다. 국회에서 10명, 광화문에서 5명이 단식에 참여하고 있고 그 외에도 100여명이 넘는 유가족들이 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93일. 11명 7월 17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93일이 되는 날이다. 다음 주 목요일이면 정확히 100일이 된다, 아직도 11명의 희생자가 돌아오지 못했고,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인 특별법은 합의안조차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유가족들은 전국을 돌며 특별법 제정을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했고, 2달 만에 350만1천266명의 서명을 모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이에 유가족들은 단식농성이라는 마지막 선택을 했다. 바라는 건 보상이 아니에요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보상이 아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독립적인 진상규명위원회의 설립이 그들이 요구하는 안의 핵심이자 전부이다. 유가족들이 지나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일각의 악의적 비난과는 전혀 다르다. 그들은 세월호의 피해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진상규명과 처벌권한을 최소화하고 대신 보상규정만을 잔뜩 넣어놓은 법안에 반대하는 것뿐이다. 살고 싶지 않은 나라 유가족들은 100일에 가까운 나날들을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보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를 잃은 것도 모자라 아이를 찾느라, 한심한 행정력과 싸우느라, 진상을 규명하느라, 서명을 받고 전국을 도느라 모든 진이 다 빠져있는 상태이다. 진료지원을 나간 의료인들에 따르면 그들은 체력고갈, 피부질환, 혈압과 불면증 등 다양한 신체질환을 앓고 있다. 더군다나 준비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답답한 마음에 선택한 단식은 자연히 건강에 매우 위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무력감이다. 아이들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고, 국회의원들은 손 놓고 있으니 내 몸 망가지는 것이 무에 그리 큰 대수인가 하는 심리상태로 진료조차 거부하는 사람들도 많은 상황이라고 한다. 이럴 줄 몰랐어요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면 항상 듣게 되는 이야기가 있다. “이럴 줄 몰랐어요. 내가 길거리에서 농성을 하고, 데모를 하고, 연설을 하게 될 줄 몰랐어요. 아이를 잃은 것도 참을 수 없이 힘든데 내가 믿고 살던 나라가 이런 나라였다는 걸 이해하기 어려워요.” 나와 내 가족이 언제든지 극단적 상황에 처할 수 있으며, 그때에 국가가 전혀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다는 공포와 무력감, 내 잘못이 아닌 우연과 불운으로 비극을 맞이하게 되고, 들이닥친 불행을 오롯이 개인의 힘으로 헤쳐 나가야 한다는 절망감이 무더운 여름 한국사회를 감싸안고 있다. 아이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도, 내 건강을 지켜야겠다는 최소한의 의지도 없는 상태에서 한여름 무더위 속에 돌입한 단식은 자연히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지쳐있을 유가족들에게 지금 이 순간 무엇보다도 필요한 건 공감이다. 다시 한 번 유가족들의 손을 잡아드리고, 같이 외치고, 같이 아파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헌절이 다가온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이 제정된 날이다. 차디찬 봄바다에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과 내 한 몸 건강조차 돌볼 수 없는 유가족들.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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