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 후에 서울시와 부산시의 시장 보궐선거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광진구마을자치센터’에서 ‘우리가 원하는 서울’이라는 뉴스레터를 내었습니다. 46명의 주민의 소망을 담은 내용입니다. 뉴스레터에 기고한 글인 ‘마을공동체, 주민참여, 협치 – 새로운 시장에게 요구해야 할 기본가치’를 공유합니다. 뉴스레터 전문은 광진구마을자치센터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전문 : https://blog.naver.com/gjmaza/222268603370
도시계획이란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 여겨지던 시절이 있습니다.
똑똑하고 합리적인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쓱쓱 그려낸 청사진이 그대로 빌딩이 되고 도로가 되고 공원이 된다고 생각하였지요.
하지만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충분히 똑똑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몇몇 전문가가 끙끙댄다고 복잡한 도시문제가 풀릴 리 없지요.
한편 전문가의 합리적인 판단이라 여겨지던 것이 실상은 일부 기득권의 압력에 따른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심도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여러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지방자치단체는 대기업, 중산층, 기타 기득권의 이익에 부합하는 개발정책을 펼치는 현상이 드러납니다.
직접적인 로비의 결과이기도 하고 지방재정 대부분을 재산세에 의존하도록 짜인 지방자치제도에 따른 것이기도 합니다.
자산가들의 부동산 가치가 커져야 지방재정이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후원, 언론소유, 의회나 거버넌스 조직 독점 등을 통해 지방정치가 소수에게 장악되는 현상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1959년 뉴욕시는 12쪽짜리 도로계획 안내서를 발표합니다.
그 계획에 따르면 맨해튼 섬 중앙을 가로지르는 두 개의 고속도로가 건설되고 시 외곽에서 맨해튼 중심가로 접근하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수많은 금융 종사자들이 하루에 몇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지역의 대규모 개발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을 거쳐 형성되어 온 도시를 파괴해야만 했습니다.
그곳에는 다양한 주민의 삶과 거미줄처럼 얽힌 도시공동체가 있었습니다.
재산세가 몇 년째 별로 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시 정부는 그곳을 재개발 대상으로 가벼이 여겼습니다.
하지만 뉴요커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고속도로의 건설과 재개발로 큰 타격을 입을 소상공인들과 직장 근처의 집을 잃을 노동조합 등 지역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단체들을 규합하였습니다.
이전에 고속도로 건설로 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을 생생히 목격한 수많은 뉴요커들이 건설반대에 동참하였습니다.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주민들의 반대운동은 결국 고속도로 건설의 백지화를 이끌었습니다.
이후 도시계획은 몇몇 전문가의 고결한 그림 그리기가 아닌 주민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협의 과정이 되었습니다.
주민참여와 거버넌스가 도시계획의 핵심이 된 것입니다.
물론 기득권의 반격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 한 달 후면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립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시대에 적합한 마을공동체, 주민참여, 민관협치 등이 서울시장 당선자의 주요 공약이었지요.
그런데 요즘 경선 과정에서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을 살펴보면, 어디를 어떻게 개발하겠다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서울시장에 여러 번 도전한 한 후보는 공개적으로 주민참여와 마을공동체사업 등을 소꿉놀이라고 비아냥거린 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퇴행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기보다 삭막하고 팍팍하게 만들겠지요.
과거의 뉴타운 광풍과 그로 인한 사회문제를 되돌아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의 정치인들은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도시정책의 상을 지니지 못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새로 당선된 서울시장도 마을공동체, 주민참여, 협치 등을 조금이라도 더 중요하게 여겨주시기를 바랍니다.
※ 광진구마을자치센터 블로그에서 뉴스레터의 나머지 내용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gjmaza/222268603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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