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 중소기업 지원, 비정규직, 그리고 최저임금, 이 네 가지는 현재 일자리 및 노동시장과 관련해서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들이다. 이 키워드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는데, 취약계층의 노동환경 개선이 목표라는 점과 강력한 정부의 의지 하에 재정적 뒷받침이 상당부분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모든 단어에 청년을 연결 지어 사용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예를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청년 실업률’,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청년들의 참여’, ‘비정규직으로 첫 직장을 시작하는 청년들의 미래’, ‘최저임금의 인상이 청년들에게 미친 영향’과 같은 문장들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신문기사 및 뉴스의 꼭지들이기도 하다.
청년의 일자리가 열악해진 것이 문제화된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이다. 미국 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노동시장 지표들이 악화되기 시작하였다. 2008년 20대의 실업률은 7%로 당시 전체 실업률이 3.3%였던 것의 2배 이상의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유럽의 실업률에 비해 낮은 수준이기는 하였으나 국내 역사상으로는 상당히 높은 실업률이었다. 그 중에서도 신규채용에 지원하는 청년 기준으로는 유례없이 차가운 노동시장이었다. 이에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많은 청년들은 졸업 유예를 통해 학생 신분에 더 오래 머물며 노동시장이 나아지길 기다리며 취업용 스펙을 쌓거나 공무원 준비와 같은 시험에 매진하였다.
이후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출 양상은 10년 동안 등락을 반복하며 취업자 수가 증가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동시에 실업률도 높아졌다. 2017년 12월 기준 통계청에서 발표한 전체 실업률이 3.3%로 동일한 것에 비해 20대의 실업률은 1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인 9.3%로 나타났다. 심지어 2015년부터 추가로 조사하기 시작한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21.6%였다. 실업률 외에도 비정규직 비율이나 임금수준과 같은 노동시장의 현황을 보여주는 여러 지표들도 유독 청년들에게 가혹하였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전부터 청년들의 공무원 및 교직원 임용을 위해 준비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었다. 또한 아르바이트 및 인턴 제도를 통해 비정규직을 채운 것도 청년들이었다. 취업 준비를 위해 학교를 휴학하고 어학점수 확보 및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당연시 된 것은 더 오래된 관행이었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대부분의 청년들이 수치를 보지 않아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2012년부터 연재된 웹툰 ‘미생’의 폭발적인 인기를 보며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사회에서의 자신의 자리 확보에 대한 불안감이 크고, 대기업 정규직으로 대표되는 안정적인 일자리에 대한 욕구가 높은지 알 수 있었다.
이에 정부에서는 청년들의 고용현황을 나아지도록 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였다. 특히 이번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청년일자리TF를 만들고 실업부조 확대,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와 같은 정책을 펼쳤다. 또한 중소기업의 인력난도 해소하고자 청년이 중소기업에 취업 할 경우 연간 1000만 원의 금액을 지원하기도 하고, 청년 노동자들의 자산형성을 돕고자 내일채움공제를 시행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청년 실업률은 높아졌고, 고시학원 및 직업훈련기관으로 통학하는 경우는 2017년 5월 기준 25만 1천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상승하였다. 기관에 통학하지 않고 혼자 준비하는 청년들이 집계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이 수치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다시 말해 정부의 홍보와 각종 지원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청년들의 취업 동향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도 근래에는 청년들의 취업난이 장기화 되면서 청년들의 불안감을 이해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정부 또한 다양한 측면을 공략하여 청년들의 취업 문제를 해결하고, 안정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청년 일자리 해결’이라는 타이틀에 얽매여서 4조 원이라는 막대한 지원을 통해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지 못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청년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대부분은 안정적이고, 임금이나 복지 상황이 보다 나은 곳에 취업하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소기업 취업을 예를 들자면, 중소기업 구인난과 청년을 성공적으로 매칭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소기업이 사회가 원하는 일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이 정부가 중소기업에 연간 1000만 원을 지원한다 하더라도 대기업과의 하도급 관계에서 오는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 및 저조한 자기 계발 기회와 사회적 복지 혜택을 넘어서는 지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의 취업 정책보다 ‘공공일자리 81만 개 증가’에 더욱 반응하는 것이고, 청년 또한 그렇다.
따라서 청년의 요구는 곧 사회의 요구이다. 구직자들은 사회 안정망이 확보된 노동시장에서 안정적인 일자리, 미래가 있는 일자리에 취업하고자 충분히 노력할 수 있는 ‘여유’를 원한다. 이 여유에는 자신이 노력할 수 있는 시간적, 금전적 여유도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진 사회적 여유도 포함이 된다. 청년들은 다른 계층 대비 이러한 여유가 없다. 대부분의 청년들이 소득이 없기 때문에 부모 등의 지원이 없다면 금전적인 여유가 없고, 경력이 없기 때문에 비정규직과 저임금일자리가 팽배한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이 되는 경력 또한 쌓지 못하였다. 아르바이트나 인턴은 청년들을 ‘소모’할 뿐 경력을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오히려 채용 후 퇴직까지의 경로가 예상이 되며 채용과정을 대비할 수 있는 공무원 및 대기업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것이다. 즉,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는 빙산의 일각처럼 노동시장 전체의 문제의 일부분이지만 선명히 보이는 부분인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폭넓은 관점으로 노동시장 전체의 불안정한 부분들을 해결하는 노력이 동시에 있어야 하고, 그 연관성을 계속해서 염두에 두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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