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대학가를 중심으로 동전노래방과 인형뽑기방이 빠르게 늘고 있다. 동전노래방은 500원에 1~2곡을 부를 수 있는 노래방 박스가 있고, 인형뽑기방은 보통 1,000원에 2~4번 기회가 있는 인형뽑기 기계가 있다. 최근 한 기사에 따르면 인형뽑기방의 경우 2년 사이 24배나 증가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었다(한국경제TV, 2017년1월4일). 이는 청년(대학생 포함)들의 사정과 관련이 있다.
동전노래방과 인형뽑기방의 공통점 : 소액으로, 짧은 시간에, 감정소비 없이
동전노래방과 인형뽑기방의 공통점은 비교적 소액으로, 짧은 시간에 감정소비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빈곤과 고독,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인간관계의 축소, 단절을 경험하고 있는 현재의 청년들은 경제적, 시간적, 정서적 여유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들 신종오락 공간에 흥미를 느낀다. 주머니에 천 원짜리 한 두 장만 있다면, 함께 할 사람이 없더라도 언제든지 찾아가서 짧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청년들은 스트레스를 달래기 위해 소액의 사치(치킨, 택시 등)를 부리며 이 비용을 매우 극단적인 표현인 ‘시X비용’이라고 일컫는 현상까지 등장했는데, 동전노래방과 인형뽑기방도 이 현상의 연장선에서 이해될 수 있다(경향신문, 2017년1월29일).
한편, 사업자 입장에서 동전노래방과 인형뽑기방은 기계별 매출은 적지만 매장 공간을 쪼개서 좁은 면적에 많은 기계를 배치할 수 있고, 빠르게 회전되기 때문에 전체 수익률을 높일 수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처럼 수요자와 공급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림에 따라, 동전노래방과 인형뽑기방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실 동전노래방과 인형뽑기방은 기존에 없던 것이 새롭게 등장한 것이 아니다. 과거 오락실 구석에 놓여 있던 동전노래기계 박스와 길거리에 놓여 있던 인형뽑기 기계를 많은 이들이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동전노래방과 인형뽑기방이라는 형태로 새롭게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동전노래방, 인형뽑기방 그리고 셰어하우스
동전노래방과 인형뽑기방이 등장한 맥락은 셰어하우스와 비슷하다. 셰어하우스는 공용공간은 공유하고 방을 개별 혹은 2인 이상이서 사용하는 주거방식인데, 2012년 정도를 기점으로 서울 등 청년들이 밀집한 대도시를 중심으로 공급되기 시작했다. 사업자는 보통 교통이 편리한 지역에서 방 3개 이상의 주택을 확보하여 3명 이상에게 임대하고 관리한다. 셰어하우스도 과거에 없었던 것이 아니다. 월세나 사글세를 아끼기 위해 친구나 동료와 한 집에서 함께 살아온 경험은 도시화와 함께 언제나 존재했고, 주거공간을 쪼개어 수요자의 부담 금액을 낮추고 사업자의 수익률은 높이는 고시원은 현재도 성업하기 때문이다.
다만, 셰어하우스는 기존 고시원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역세권의 실제 주택용도의 건물을 활용하면서 희석시켰고, 입주자 연령이나 취미를 제한함으로써 정서적 유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공간을 쪼갬으로서 월세의 절대 금액을 낮추었고, 보증금 역시 월세의 2~3배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가난한 청년들에게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동전노래방과 인형뽑기방도 과거에 위치했던 오락실이나 길거리가 아니라 번듯한 상가 1층에 위치하고 있고, 청년들이 선호할 인테리어나 소품(특히 인형뽑기기계 경품은 주로 현재 청년들이 10대 때 좋아했던 포켓몬스터 인형)을 배치함으로써 정서적 유대감을 유도하였고, 앞서 언급하였듯이 1회 이용의 절대 금액이 낮다는 점에서 셰어하우스와 여러모로 닮아있다.
셰어하우스는 주거 대안이라기보다 청년 빈곤의 현상
그런데 최근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는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공공의 자원이 투입되는 임대주택을 셰어하우스 형태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의 ‘역세권2030 청년주택’, 제주특별자치도의 ‘탐라하우스’로 기존 기숙사형태의 공공임대주택과는 별개로 일반주택을 활용하는 셰어하우스로 공급할 계획을 밝혔다. 셰어하우스 형식으로 공급함으로써 인당 공급단가를 낮추고, 더 많은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측면은 분명 무시할 수 없고 이해가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셰어하우스가 등장한 맥락을 고려한다면 셰어하우스는 주거 대안이라기보다 청년 빈곤의 현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엄밀하게 말해 셰어하우스는 가난한 청년들의 처지를 겨냥한 것에 가깝다. 이를 공공에서 마치 주거대안인 것처럼 정당화하여 공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먼저 청년들도 성인으로서 적절한 시설을 갖춘 독립공간에서 생활해야한다는 인권적 차원에서도 물론이고, 앞으로 우리 사회가 청년 등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방식의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걱정이 된다. 근본적으로는 청년들의 빈곤을 해결해야 하겠지만, 사회가 청년을 대하는 자세가 셰어하우스를 통해서도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출처:
이영호 기자, “인형 뽑기방 2년새 무려 24배 급증…대체 왜?”, 한국경제TV, 2017년 1월 4일.
이유진 기자, “스트레스 사회, ‘시발비용’을 아십니까”, 경향신문, 2017년 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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