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일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는 JTBC <썰전>에서 기획한 ‘2017 대선주자 릴레이 썰전’에 출연하여, 안보, 복지, 경제 분야에 대한 그의 주장을 풀어냈다. 이후 2월 5일에 ‘『혁신성장』 1호 공약 : ‘창업하고 싶은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보내고, ‘창업’에 관한 세부 공약을 발표하였다. 본 칼럼에서는 유승민 대선후보가 내세우는 공약들을 살펴보고, 만약 그가 당선이 된다면 어떤 대한민국이 그려질지 예상해보고자 한다.
유후보가 <썰전>에 출현한 이후,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유후보 뿐 아니라 가족과 공약이 오르내렸다. 또한 지지율이 높지 않았던 유후보를 다시 보게 되었다는 시청 후기들이 올라오는 등 보수정당에서 적절한 대선후보를 찾지 못했던 유권자들에게는 목마름을 적셔줄 단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유후보는 방송에서 ‘대선 후보 중 유일한 경제 전문가’ 프레임을 강조하며 이를 ‘개혁 보수’로 끌어가는 식으로 자신을 드러냈다. 이러한 경제전문가의 창업정책은 기존의 정책들과 어떻게 다를까? 유후보가 내세운 여섯 가지 약속을 들여다보자.
▲ 창업에 실패해도 개인의 빚으로 끝나지 않고 다시 회생할 수 있는 ‘혁신안전망’의 구축 ▲ 안 되는 것 빼고 모두 다 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대폭 없애고, 이를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벤처 및 창업에 관련한 법을 하나로 모아 통합적으로 운영 ▲ 창업이 자수성가의 통로가 되어 자신의 재능과 열정으로 성공하는 사회를 만들기. 특히 중소기업의 특허에 법인세 인하 및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 약속 ▲ 벤처캐피털 설립요건을 완화, 투자의 용이성 제고를 위한 투자 자금 소득공제 혜택 제공 ▲ 초등학생부터 창업에 대해 생각 할 수 있는 창업교육 비중 증가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고자 소프트웨어 코딩교육을 강화 ▲ 산업정책의 중심을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으로 옮기고, 정책 수립 및 집행 과정에서 민간 전문가를 주도적으로 참여 유도
이 여섯 가지의 공약을 종합하면, 지원 강화와 규제 완화로 표현할 수 있다. 좋은 의미로는 보도 자료에서 언급했듯이 연못에 적은 수의 큰물고기가 아닌 호수에 수 만 마리의 크고 작은 물고기를 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세부 정책 제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전 정부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것들에서 ‘대기업’을 ‘민간 전문가’로 대체한 것 외에 새롭거나 획기적인 공약을 찾아 볼 수 없다. 그리고 창업의 궁극적인 목표를 현재 부실화된 대기업을 대체할 차세대 ‘대기업’의 모색으로 잡은 것 또한 아쉽다.
나아가 이전 정부들에서 실시한 창업정책 전반에 대해 청년창업가 당사자들의 비판이 이미 상당히 보도 되었는데, 그 중 규제 완화 외에는 의견이 많이 반영되지 않은 모습 또한 우려스럽다. 유후보의 공약에서 혁신 안전망에 대한 부분은 투자 및 세금우대를 골자로 짜여 있고, 한국형 실리콘밸리 조성을 목표로 한 이공계 창업을 위주로 교육의 목표가 세워져 있다. 투자 중심의 환경을 만들고자 이전 정권은 대기업에게 의존하지 않았나? 민간 투자의 기반이 어디인지 정확히 조준하지 않은 채로 투자 생태계를 논하는 것은 안개 속에서 아무 방향으로 발을 내딛는 것과 같다. 뿐만 아니라 창업의 테두리 안에 이공계열의 산업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창업을 사회경제 혁신의 시작으로 잡았다면 인문계 및 사회계열의 창업 또한 함께 생각해야한다. 4차 산업혁명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노동시장이 펼쳐질 것을 예고하는데 로봇과 AI가 대체할 수 없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문화산업 또한 융성할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상으로 대선후보 중 한 명인 유승민 후보가 내세운 공약들을 보았다. 수 년 간의 정치경험과 경제를 심도 있게 전공한 유능함으로 ‘개혁 보수’라는 대표 타이틀 아래에서 차분하게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만약 이대로 당선이 된다면 우선적으로 사드가 배치 될 것이고 세금이 인상될 것이다. 또한 청년 일자리 정책들이 이전보다 더욱 창업으로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안보의 확충, 복지 기금 확보, 그리고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그 이유는 이상적인 것이 아닌 개혁과 보수라는 단어처럼 전혀 다른 방향의 주장들이 한데 모여 있기 때문이다. 단순명료해 보이는 타이틀 아래에 상충되는 개념들을 추스르지 않는다면 공약은 허황된 약속으로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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