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저임금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걱정하는 것을 보니 2017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임박했나 보다. 한경연은 1984년 전경련 산하의 ‘경제·기술조사센터’가 확대 개편되어 설립된 민간연구기관으로 ‘자유시장경제 이념을 바탕으로 한국경제의 발전과 기업하기 좋은 제도적 환경조성을 위한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것을 설립목적으로 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 일자리 상실

지난 7월 10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경연은 ‘최저임금인상과 산업별, 연령별 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할 경우, 산업별로는 숙박·음식점, 연령별로는 60세 이상과 29세 이하 근로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했다고 한다. 즉, 최저임금 인상이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또는 해당 연령대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의 실직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앞서 6월 18일 한경연이 주최한 정책세미나 ‘정치권의 최저임금 인상 경쟁과 그 폐해’의 발제문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고용재앙’과도 그 맥을 같이한다. 해당 발제문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할 경우 50만 6천 명(임금이 6,030원과 1만 원 사이인 노동자 616만 8천 명 중 8.2%)의 고용이 감소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보다 앞선 6월 16일 경총은 2017년도 한 달 생계비가 103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발표를 했다. 이 두 주장을 모아 보니 오히려 최저임금을 삭감하는 것이 아니라 동결하자고 한 것은 재계가 상당히 양보한 것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 최저임금 인상 일자리 상실

재계는 한경연 등이 주장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일자리를 상실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걱정으로 지난 7년뿐만 아니라 올해 협상에서도 역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동결하자고 제안했을 수 있다. 하지만 재계의 걱정과 달리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주장들도 많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세계 임금 보고서’, 최저임금 도입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영국의 저임금위원회의 보고 등을 그 예로 들고 있다.

한경연 등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과연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를 가져올지는 의문이다. 실제 한경연 등의 분석에 기반이 되는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 곡선은 아래 그림 중 좌측 (가) 그림이다. Y축에 시간당 임금, X축을 고용량(인원)으로 두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시간당 임금 상승이 노동자들의 해고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Y축의 시간당 임금과 정확히 대응하는 것은 고용인원이 아닌 노동시간이다. 수요-공급 곡선에서 Y축은 X축의 가격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가)가 아닌 (나) 그림이 본래 분석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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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림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시간을 감소시킨다.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인상될 경우 8.2%의 노동시간이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고용도 8.2% 줄어들까? 8시간 일하는 노동자 세 명을 고용했던 음식점업 사용자가 최저임금이 만 원이 되었다고 두 명으로 고용을 줄이기는 힘들다. 상황이 정말 어렵다면, 노동시간을 1시간 줄일 것이다. 100명을 고용하는 업체의 경우 8명을 해고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후자의 경우도 노동시간을 줄일 가능성이 더 크다.

하지만 노동시간 감소도 완전경쟁시장이라는 가정 하에서 이루어지는 결과이다. 완전경쟁시장과 다른 현실에서 기업의 이윤이 정상이윤 이상일 경우 노동시간 감소에 앞서 이윤을 줄이는 것이 일반적인 선택이다. 즉, 현실에서는 노동시간의 감소도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 전문 씽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슈미트(Schmitt)는 이러한 이유 등으로 인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감소시키지 않을 것이라 주장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 한경연의 걱정인가 기우인가?

최저임금의 인상은 임금인상의 여력이 없는 중소형 사업체에서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인상될 경우 1시간의 노동시간이 줄어든다면 12.5%의 노동시간이 감소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노동시간이 감소되더라도 노동자들의 임금은 인상된다. 시간당 임금이 6,030원일 때 8시간을 일하는 경우(일당 48,240원)보다 시간당 임금이 1만 원일 때 7시간 일하는 경우(7만 원)의 임금 수준이 더 높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한계기업 종사자들도 해고가 되기보다는 노동시간이 줄고 임금 수준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재계의 걱정은 기우에 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준수율을 높여야 한다’는 한경연의 주장은 경청해야만 한다. 역설적이게도 임금수준이 최저임금 미만인 노동자의 존재는 그 자체가 최저임금제도의 도입 목적과 동떨어진 결과물이다. 최저임금제는 노동을 통해 삶을 유지하고 노동자들을 다시 생산현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임금수준을 정하여 공표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준수율을 높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만 한다.

또한 이윤 폭이 작아 임금인상의 여력이 없어 최저임금이 오르면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는 한계 사업체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한계 사업체들이 왜 이러한 상태에 빠졌는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해당 사업체와 동일 산업 내 이윤 수준이 높은 다른 사업체의 조사를 통해 한계 사업체의 낮은 이윤의 원인을 찾아내고 필요할 경우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 1만원(주 40시간 기준 월 209만원)을 외치고 있다. 앞서 월 103만원을 제시한 재계와 노동계가 주장하는 최저임금의 월급차이는 2배가 넘는다. 최저임금제의 기본 정신은 단지 하루만 살아남는 생존이 아닌 노동자의 재생산과 성장이 가능한 생활이 가능한 임금수준에 대한 동의이다. 그런데 같은 사회를 살고 있는 노동계와 재계 간의 체감 온도 차이는 너무 크다. 서울에서 열린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에 참여한 독일 좌파당 공동대표 카티야 키핑의 말에 의하면 지난해 처음 시간당 8.5유로 (한화 약 1만 600원) 수준으로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독일의 경우 일자리는 줄어들지 않았고, 소비증가로 이어져 고용이 증가함과 동시에 빈곤 억제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재계는 기업의 기술이나 유통만 ‘세계로’를 외칠 것이 아니라, 임금과 노동환경도 ‘세계로’를 외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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