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연은 2008년부터 매 년 진보 정책 연구소 최초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경제, 주거, 노동,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사회로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016년 전망 보고서 역시 총 8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들어가며
정치세력의 현황과 전망
1) 정부와 여당: 근본주의 정치의 지속성
박근혜 정부의 적은 두말할 것 없이 ‘북한’이다. 이 ‘외부의 적’은 국내정치적 필요성에 의해 내부로 호출된다. 이른바 ‘내부의 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 내부의 적이 누구인지를 맞추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배제하고 섬멸해야할 내부의 적으로 호명된 이른바 ‘종북세력’은 명확한 경계를 갖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확장되고 축소되는 ‘구성된 적’이다. 종북세력에 대한 적대를 매개로 이질적인 것들을 묶어낸 박근혜 정부의 동일성의 정치, 동일시 전략을 제외하고서는 지난 3년 간의 정치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
이 전략은 이명박 정부의 통치전략과 차별화된 요소이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 거대한 촛불항쟁에 부딪히면서 급하게 적대전략을 구성했으나 그 표적은 모호했다. 이명박 정부는 예상치 못한 촛불항쟁 앞에 ‘준비되지 않은 적대 전략’으로 급선회했던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했지만, 화살은 이명박 정권, 혹은 친이(親李)세력의 반대파 모두에게 향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집권 직후부터 논란이 된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문제를 소수세력을 대상으로 한 ‘내부의 적’을 구성함으로써 야권의 분열과 내적 갈등을 촉진하는 동시에 자기 진영을 견고히 단결시켜 나가는 동일시 전략을 구사했다. 2014년 통합진보당의 해산 이후에는 적대 대상의 범위를 점차 넓히면서 집권 초기의 불완전한 정치상황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돌파했다. 박근혜 정부의 적대는 통합진보당 등 진보진영의 일부세력에서 전교조와 민주노총 등 급진세력으로 확대되었으며, 2015년에 접어들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서 보듯이 두 개의 진영으로 구성된 적대 전략을 더욱 공고화했다. 재벌 친화적 경제정책, 노동개악, 각종 공안 사건 등은 ‘적의 섬멸’이라는 목표 하에 합리화, 정당화되고 있고, 이런 정치 경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이런 정치논리가 파시즘의 논리와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다원성과 이질성을 허용하지 않는 근본주의적 동일성의 정치, 그리고 이를 위해 내·외부의 적을 만들어 내는 방식은 파시즘과 유사하다. 파시즘이 허구적 애국주의와 아래로부터의 강제적·자발적 동의를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것은 오늘날 한국정치의 흐름을 평가하는 데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물론 ‘적’과 이들을 배제하고 섬멸해야할 주체로서의 자신을 대립시키는 전략은 양날의 칼이다. 이 전략은 자기 진영의 단결과 공고화를 추구할 수 있지만, 상대 진영도 마찬가지 효과를 얻게 된다. 그러나 상대 진영의 일부세력에 대한 적대의 강도를 높여 내적 갈등과 이질성을 유발하는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통치 기반이 매우 안정화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림1. 역대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률
출처 :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1988년 이후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 조사 결과 추이를 살펴보면, 견고한 듯 보이는 지지율도 역대 정권과 비교해볼 때 크게 차별화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기반은 그토록 견고한 것처럼 보일까? 다양한 이유들을 거론할 수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존재감 없는 야권의 모호한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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