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절반이 빈곤한 나라, 오래 사는 게 힘들어 노인 스스로 목숨을 끊는 나라 1위의 오명을 쓴 대한민국에서 현재 진행 중인 ‘국민연금’ 논의를 보면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는 최근의 연금 논란 속에서 과연 이 땅에 살아갈 노인세대들의 소득 안전핀은 어떻게 담보해가야 할지 답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 ‘의아하다, 세금폭탄’
최근에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과 한 세트로 묶여 올라온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 명문화에 정부와 정치권의 이견이 격해지고 있다. 정부는 향후 20년 안에 공무원연금 지급률을 1.9%에서 1.7%로 낮추고, 기여율을 7%에서 9%로 올리는 합의안을 먼저 처리하고, 정부의 적자보전금을 더 낮출 개혁도 시급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한 세트로 제기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안에 대해서는 의아하다는 입장을 내면서, 국민연금 소진에 따른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공론화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은 ‘세금폭탄’, ‘세대 간 도적질’로까지 해석되고 있다. 정부가 내걸고 있는 논거 하나는 국민연금 소진론이다. 국민연금 가입자와 수급자가 비슷해지는 2057년을 지나면, 국민연금 수급자수가 오히려 많아지면서 2060년에 완전히 소진될 것이라는 불안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고령화속도와도 무관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출산율을 현행보다 높은 1.4~1.5명으로 가정하더라도, 2060년에는 생산가능인구와 노인과 유소년 등 부양인구 비율이 1:1로 동일해지면서 국가의 동력이 급속하게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속화되고 있는 고령화저출산 속도를 감안하더라도 국민연금 소진 시기는 빨라질 수밖에 없는데, 소득대체율마저 인상하면 미래세대가 내야할 연금이 현행 9%보다 2배에서 많게는 4배 더 오른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반론, ‘용돈연금 탈피, 인상하고 연착륙 제안’
이에 대한 반론도 거세다. ‘용돈연금’으로 전락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이지 않는 이상 노후소득보장의 의미를 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2007년 국민연금 개혁을 통해 결정된 소득대체율 60%는 2028년경 40%로 낮아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번 인상안은 월평균 200만원 소득자가 40년간 국민연금을 내고 받을 수 있는 연금이 80만원이었다면, 이를 100만원까지 올리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가입기간은 25년으로 실질 소득대체율은 25% 수준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하나의 배경이다. 2014년 8월 기준으로 61세 이상 노인이 받을 수 있는 1인당 월평균 국민연금 수령액은 31만7000원에 불과해, 최저생계비 절반 수준도 채 되지 않는 현실에 불가피성이 있다.
국민연금 소진은 모두가 예측하고 있는 당면과제다. 정부의 말대로 소진된 후에 공적자금을 쏟아부어야할 정도로 치닫지 않으려면 연착륙을 위한 방안마련이 필요할 뿐 공포감 조성은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노후소득보장, 공적연금 연계 논의 시작해야
정부와 정치권의 연금 논란에서 공론화를 시작해야할 본질은 노후의 공적연금을 어떻게 설계해갈 것인가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에 앞서 먼저 짚어야할 중요한 문제들이 있다.
우선 국민연금의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해소되어야 한다. 2014년 말 국민연금 가입자는 모두 2113만 명이다. 이 중에서 실직이나 휴직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납부예외자가 457만 명과 장기체납자가 112만 명인데다, 전업주부나 학생 등 연금 적용제외자가 1084만 명으로 국민연금 가입자를 확대해야할 방안 마련도 중요한 대목이다. 한편 국민연금 가입자 중 월소득 100만원 미만 가입자, 임시나 일용직 중 연금 가입자가 17.3%에 불과한 상황에서 보험료율 인상은 분명히 국민연금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므로 이의 대비책 마련도 필요하다. 또한 노후 생계를 보다 탄탄히 가져가야 위해서는 최저생계비-기초연금-국민연금-퇴직연금 등과 연계한 공적 연금을 강화하고, 노인의 절대다수가 처한 저임금 일자리 문제도 같이 풀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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