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연은 2008년부터 매 년 진보 정책 연구소 최초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경제, 주거, 노동,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사회로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015년 전망 보고서 역시 총 8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심각한 경제침체, 그리고 해법이 되지 못하는 정부 정책
2015년 한국 사회 전망은 어떠한가? 지금까지 새사연에서 제출한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한국 경제는 3% 안팎의 낮은 경제성장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는 경제성장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동산)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 즉 “민자유치 확대, 투자촉진 프로그램, 임대주택시장 활성화 등 내수 활성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 정책을 통한 투자활성화와 경기회복은 사실상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한국의 경기침체는 약간의 부침이 있긴 하지만 지속적인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은 대기업중심, 수출중심, 부채중심 경기활성화였다. 이명박 정부시기에 본격화 되었던 대기업, 건설업, 서비스산업 민영화 지원‧활성화 정책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줄푸세’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업투자는 전혀 확대되지 않고 있으며 내수 역시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높은 성장율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과 경기회복세에 들어선 미국에 대한 수출이 그나마 국내 경제성장을 견인해왔다. 하지만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은 더 이상 수출중심, 대기업중심, 투자중심의 경제정책이 효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08년 이후 기존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패가 드러났으나, 새로운 성장모멘텀을 찾지 못하면서도 신자유주의를 넘어설 새로운 대안모델로 경제를 재구성하지 못한 채 정체에 빠진 세계경제의 흐름이 한국 경제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1%를 위한 경제성장과 거품을 통한 부의 축적은 심각한 불평등과 경제위기를 초래했으나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모델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양적완화와 같은 땜질식 정책만 추진한 결과, 세계 경제의 리스크와 불안정성은 여전히 높다. 경제의 활력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진 불평등은 정치적 불안요인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과 재정정책의 변화, 환율 불안정성, 원유값 폭락과 변화 추이, 중국과 EU의 경제 성장 불안요인 증가 등은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불안정성 속에서 한국 경제는 더 이상의 수출주도, 부채주도 성장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활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는 심각한 내수침체와 양극화, 서민들의 생활고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더욱 강도 높게 추진했던 수출중심, 대기업중심, 부동산 건설업 중심의 정책기조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한 채 대기업 지원정책과 금융·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정책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필연적으로 양극화와 삶의 불안을 가중시키게 되지만, 박근혜 정부는 제대로 확대해본적도 없는 복지 축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복지제도의 역할과 증세 없는 복지 선언
사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 정책은 정권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큰 흐름에서 동일했다. IMF처방을 그대로 수용한 신자유주의 개혁은 김대중 정부 내내 강력하게 추진되었고 그때부터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증가, 노동조합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권한 약화가 본격화되었다. 경제성장은 카드대란으로 대표되는 금융거품과 투기목적의 집값상승, 비정규직과 중소기업의 이윤을 빼앗아가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얻은 수출이 이끌었고, 그 사이 불평등은 악화되어 갔다.
이런 정책기조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하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다. 이명박 정부 시기의 부자감세와 4대강, 자원외교 등이 대표적으로 대기업을 위한 법인세인하와 각종 규제완화, 지원제도, 감면제도와 대규모 건설토목사업, 부동산 경기부양 등은 그대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줄푸세 정책이 되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복지의 포기에 있다. “증세 없는 복지”, “복지재정 안정” 등의 발언은 복지의 수요는 증가하는데 반해 복지지출의 증가를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현 정부와 김대중-노무현 정부시기와의 차이점은 예전 정부에서는 구조조정과 양극화로 인한 부작용이 복지지출로 인해 상당부분 완화되었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 시기 정부가 복지정책을 잘 추진했다는 것이 아니다. 그 전까지 워낙 취약했던 복지지출과 낮은 노인인구 비율 등의 환경으로 인해 약간의 복지예산 증가만으로도 효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때와 같은 땜질식 복지로 현 상황을 극복하기란 불가능하다.
가. 복지지출의 불평등 개선효과
복지지출의 효과는 시장소득과 가처분소득의 차이를 통해 알 수 있다. 세금이나 이자지출 등을 제외하고 복지혜택을 더한, 실질적으로 소비가 가능한 소득을 의미하는 가처분소득과 시장소득의 차이는 복지지출의 효과로 볼 수 있다. 그림1은 90년대 이후 지니계수의 추이를 시장소득과 가처분소득으로 나누어 본 것이다. 여기에 사회복지지출 추이를 대입하면 90년대 이후 복지지출의 효과를 가시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불평등을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외환위기 이후 급증하기 시작해 2013년 현재까지 약간의 기복은 있으나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복지지출역시 외환위기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나 그 증가폭은 금융위기 이후인 09년을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는 지니계수의 시장소득과 가처분 소득의 차이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시장소득 지니계수에 비해 가처분소득의 지니계수의 증가폭은 상대적으로 낮으며, 그 차이는 복지제도의 효과이다.
이러한 복지제도의 불평등 완화 효과는 2000년대 초반 가장 크게 발휘되었다. 1999년 1이었던 시장소득과 가처분소득의 지니계수 차이 값은 07년 2.4까지 올라갔고 그 수치는 크게 변동 없이 지속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복지지출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불평등 완화효과는 07년 이후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이다. 복지지출의 총량은 늘고 있지만, 이는 전체 경제규모가 커지는 효과와 노인인구의 증가를 뒤쫓아 갈 뿐이지 사실상 복지 지출의 불평등 개선효과는 정체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제성장에 따른 자동적 재정수입의 증가만으로는 현재 수준을 뛰어넘는 복지 확충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복지는 OECD 가입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의 복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삶을 포기하는 수준의 복지였는데, 현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는 더 이상의 복지확대는 어렵다는 복지의 포기선언인 것이다.
나. 증가하는 복지수요
반면, 복지를 필요로 하는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①복지제도가 성숙해가는 상황에서 의무적 복지지출 증가폭만으로도 상당한 복지지출 증가추세가 예정되어 있으며, ②고령화의 진전으로 인한 고령층 복지수요의 증가가 덧붙여지고 있다. ③취약한 경제상황과 노동시장에서 초래되는 복지수요 역시 상당하다. 여기에 ④저상장과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복지지출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렇게 증가하는 복지 수요에 대한 정부의 답은 “증세는 없다” “추가 복지수요는 시장에 맡기겠다”이다. 이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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