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이렇게 말하기는 섣부른 듯 싶지만 어느덧 한해가 저물어간다. 올 연말이면 협동조합기본법 발효로 일반협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시작한지 2년이 s된다. 2년 동안 거의 6000개에 달하는 협동조합이 생겼다. 예상치 못한 이러한 관심에 다들 놀랐다. 협동조합을 포괄하는 사회적경제 부문도 많은 변화발전이 있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하여 많은 지자체들에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늘리고 있다. 사회적경제 조직의 설립과 확산을 돕는 중간지원조직도 많이 생겨났다. 상담, 교육 프로그램도 확충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양적 확장에 대해 과연 그 실속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크다. 과연 6000개에 달하는 협동조합 중 잘 굴러가는 곳은 얼마나 되는지, 매출은 얼마나 올렸는지, 고용은 얼마나 창출했는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 수많은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교육 프로그램들은 적절히 개발되고 있는지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막상 실태조사를 해보면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기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년은 지켜봐야 한다고들 하는데, 그에 비하면 우리의 협동조합들은 이제 막 2년을 넘긴 상황이니 말이다. 또한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가 가지고 있는 상호성과 같은 특징들로 인해 일반적인 경제지표로 측정할 수 없는 성과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협동조합은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수익으로만 성과를 측정한다면 그 결과는 좋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정확한 실태조사는 그 결과가 비관적이든 낙관적이든 중요하고 필요하다. 다만 앞서 언급한 점들을 감안하여 적절한 조사와 측정 방법에 대한 보완도 동반되어야 한다.

사회적경제의 양적 확장 외에 가치적 확장도 눈에 띈다. 최근에는 사회적경제와 함께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 회복력(resilience, 리질리언스)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사회혁신을 고민하는 전문조직이 생겨나고, 회복력과 사회적경제의 관계를 논하는 포럼이 열리고 있다. 사회혁신은 사회적 자본을 통해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이는 사회적경제의 특성과도 부합한다. 회복력은 위기에 처했을 때 원상회복되는 능력을 말한다. 금융위기, 세월호 사고와 같이 한 사회가 위기나 재난에 처했을 때 빨리 회복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다는 관점이다. 회복력을 저하하는 가장 큰 요인은 획일성인데, 사회적경제는 시장중심경제로 획일화된 기존체제에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회복력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 또한 이미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회적경제와 함께 중요한 사업으로 추진해온 마을공동체 사업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사회적경제와 마을, 사회적경제와 지역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아직은 주로 중간지원조직이나 연구자들 중심의 논의이기는 하지만, 이처럼 사회적경제가 새로운 가치와 개념들과 연계되며 확장되어가는 과정은 눈여겨 볼만한 중요한 변화이다. 사회적경제라는 시민들에게 구체적 성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매출, 수익 등의 수치도 필요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사회적경제가 그리는 미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의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양적으로도 실속있는 확대가 이루어질뿐 아니라 사회적경제가 우리사회가 나아갈 바를 제시하는 하나의 축이 되어 더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hwbanner_610x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