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9시 등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학생들의 자율과 인권존중, 건강한 성장, 과중한 학습부담 경감”을 이유로 9시 등교를 9월부터 시행할 것을 각 학교에 권고하였다.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학교 자율로 결정하는 사안이지만 교육청의 권고내용은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9시 등교는 시작 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다. 수능시험 시간 사이클과 맞지 않는다는 고 3 학부모들의 반대에서부터, 맞벌이 부부 문제, 아침을 늦추면 총 학습시간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귀가시간이 늦어지고 학교학원자습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이 전체적으로 어긋난다는 비판, 아침 일찍 일어나야 건강하다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책 자체의 옳고 그름을 넘어서서 교육 현장과 충분한 합의를 거치지 않은 관료적 행정 집행, 무상급식과 같은 정치적 이슈를 만들어 보려는 진보 교육감의 정치적 행보 등과 같은 정치적 논란도 진행 중이다. 논쟁에 대해 잘 정리하고 있는 기사를 소개한다.

이 문제에는 학교를 학업성취를 위한 공간으로 보는지, 아동청소년의 올바른(신체적, 인지심리적, 학업능력적) 발달을 위한 삶의 공간으로 보는지에 따라 다른 접근이 가능하다. 한국의 학교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훈육의 공간이다. 4당5락(4시간자면 합격, 5시간 자면 불합격)으로 대표되는 ‘학교 매어있기’의 역사는 아침 7시 학교 등교-11시 귀가로 이어졌다. 진보교육감의 당선으로 “0교시”와 “야간자율학습”의 문제가 제기되었고 2011년 경기도를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면서 “강제”야간 자율학습은 폐지되고 선택사항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지방을 중심으로 야간자율학습은 거의 의무이고 “0교시” 역시 여전하다.

교육정책의 한계

한국 교육정책의 가장 큰 어려움은 모든 문제가 얽혀있고 이해관계자가 많은데다, 근본적 원인은 따로 있다는 점이다. 학교가 입시경쟁의 최전선 전쟁터인 이유는 대학입학이 평생을 좌우하는 엄청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평생 삶의 질과 내 아이들의 미래까지 내가 들어갈 수 있는 대학에 좌우된다는 근본적 원인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정책적으로 가능한 부분은 많지 않다.

거기에 한국 사회 불평등의 심화와 좋은 일자리의 부족이 극심해지면서 입시경쟁이 더욱 치열해지자, 교육현장은 더욱 복잡해져 갔다. 소수가 받던 사교육의 경쟁력이 입증되자 더 많은 숫자가 사교육에 뛰어들었고 차별성을 갖기 위해 경쟁은 밑으로, 밑으로 내려갔다. 좋은 고등학교가 경쟁력이 있자 중학교과정이 경쟁이 붙었다. 좋은 중학교가 입시경쟁력이 생기고, 다시 초등학교, 유치원으로 이어지는 질주가 시작된 것이다. 대학입시만이 아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입시가 중요해지니 어떤 교육정책으로도 경쟁을 완화시킬 방법이 없어지고 “입시경쟁에 살아남기”외에는 어떤 정책적 목표도 고려 대상에서 밀려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전 국민이 교육전문가이지만 모든 교육정책이 실패하고 있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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