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이번 조치는 지난 대선 이후 박근혜 정부가 보여준 ‘空約’ 행보와 맥을 같이 한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니, 손톱 밑 가시 등을 내세웠지만, 결국 서민경제의 보호제도를 국가의 개입, 즉 규제로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을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기조에 있어 주변 언저리에 그나마 걸치고 있었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마지노선까지 무너지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동반성장위원회의 조치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가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무엇인지를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자.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의 약사 및 특징‘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는 지난 2011년 하반기 동반성장위원회가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제조업 82개 품목에 대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및 품목으로 지정하면서 시작되었다. 2012년 1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동반성장위원회의 설치조항이 신설되고, 동반성장위원회의 업무 중 하나로 ‘적합업종의 합의 도출 및 공표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면서 법적 근거를 가지게 된다. 이후 몇 차례 법 개정을 통해 적합업종 지정에 있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나, 지정 이후 대기업이 합의 사항을 위반한 경우에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된다. 그리고 2013년 서비스업 분야에서 15개 품목을 적합업종으로 선정하고 제조업 분야에서도 3개 품목을 추가로 적합업종으로 선정하여 현재 총 100개 품목이 적합업종으로 선정되어 운영되고 있다. 현행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에서 적합업종 및 품목의 지정은 해당 분야의 중소기업 사업자단체와 대기업들의 합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합의의 대상은 적합업종 지정 여부와 지정에 따른 대기업에 대한 권고사항을 포함한다.
즉 다시 말해서 기존의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와 달리, 적합업종제도는 대기업이 합의하지 않으면 지정이 불가능하며, 지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대기업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업종 및 품목의 경우 해당 업종 및 품목 관련 대기업들과 중소기업들이 합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동반성장위원회가 권고사항을 발표하는데, 그 수준은 사업이양, 사업철수, 사업축소, 진입자제, 확장자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사업이양이 이루어진 품목은 세탁비누뿐이며, 사업철수와 사업축소의 경우도 대부분 제한조건과 예외규정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진입자제와 확장자제의 경우 시설 및 설비 확장 자제(인수합병 포함), 점포수 확대 자제, 특정 사업분야(판로)에서의 매출 확대 자제, 판매량 확장 자제(OEM 물량 포함) 등 대중소기업간 합의내용에 따라 다양한 방식이 적용된다.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의 현실과 동반성장위원회 개악안의 문제점 위에서 살펴본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사항이 제대로 지켜지면 좋으련만,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의 현실은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2년 반 동안 몇 차례 수행된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권고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이를 관할하는 동반성장위원회와 산업부의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중소기업은 적합업종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이러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불이행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중소기업 사업보호 및 소상공인 권익향상을 위해 필요한 시급한 과제로 대기업의 진입금지 및 벌칙강화 등 제재수단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권고조치 중 가장 약한 형태인 확장자제로는 별 다른 효과를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신규진입 금지, 더 나아가 사업철수와 사업이양 등과 같은 강력한 조치를 포함하는 법제도적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하지만 지금까지 동반성장위원회는 가끔씩 수행하는 실태조사에서 위반사항을 확인하고도, 시정조치를 ‘자율적’으로 유도한다는 명분 하에 대기업이 빠져나갈 구멍을 열어주고 있다. 2013년 국정감사 기간 동안 동반성장위원회가 김제남 의원실에 제출한 2013년 상반기 이행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 100개 중 9개 품목에서 적합업종제도의 위반 사례가 확인되었거나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었다. 그러나 이후 동반성장위원회는 당사자간 자율적 협의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발표했을 뿐,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시정조치를 적극적으로 수행하지 않았다. 그나마 강제적 조치가 가능한 사업조정신청을 동반성장위원회가 실제로 한 경우는 지난 2년 반 동안 한 건도 없었다. 이와 같이 적합업종 이행실태의 관리부실과 이행여부에 대한 대중소기업간 이견이 확연하게 드러날 정도로 적합업종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국회는 논란만 가중시키고 지금까지 실질적인 제도개선을 위한 조치들을 법제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6월 5일 공청회를 개최하고 11일 전체회의를 통해 올해 말로 권고기간이 만료되는 기존 82개 품목에 대한 재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적합업종제도의 개선(?)방안을 제출하였다.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제도개선의 기본원칙으로 산업경쟁력의 향상, 자율적 합의, 사회적 공감대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자동재연장 금지, 사업조정제도의 절차 엄격화, 적용기간의 차등화 등 대기업이 요구했던 내용들을 개선방안에 그대로 담고 있다. 또한 동반성장위원회가 제출한 재합의 가이드라인은 기존 적합업종 및 품목의 연장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동반성장위원회의 이번 조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를 ‘속 빈 강정’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PDF 아이콘을 눌러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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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지원정책으로 전락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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