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펀치 407호 : 사회적경제가 ‘인기 공약’이 되기를 기대하며
사회적경제, 모두를 위한 정책으로 거듭나기를! 선거는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선거 때는 소중한 유권자였던 사람들이 선거가 끝난 후에는 노예로 돌아간다고도 한다. 대의제와 선거의 한계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시절마다 한 차례씩 선거를 치루고 나면 우리사회가 어디쯤에 서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선거 기간 동안 어떤 의제가 어떻게 다루어지는가를 살펴보는 일은 그 의제에 대한 한국사회의 합의 수준을 알 수 있게 한다. 한 때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 여겨졌던 무상급식이 몇 년 후에는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핵심공약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선거 기간 동안 사회적경제 분야에서는 전국사회적경제매니페스토실천협의회가 조직되어서 사회적경제 공약 개발과 실천을 독려했다. 정당과 시민사회, 종교계, 사회적경제 전문가와 관련단체들이 모였다. 사회적경제 지원체계 강화, 기반조성, 지역경제 활성화, 사회안전망 구축, 교육과 인재육성에 관련된 21개 공약권고안을 만들었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하여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중 269명이 실천협약서에 서명을 했다. 후보자들의 홍보물에서도 심심치 않게 사회적경제 관련 정책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따복마을(따뜻하고 복된 마을공동체)을 6천개를 만들어 1만8천개의 사회적 일자리로 채우겠다.”, “마을공동체 복원이야말로 교육, 복지, 노인, 저출산, 일자리 등 경기도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우리사회의 합의가 넓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여전히 답답함을 불러오는 풍경도 보였다.
서울시장 후보였던 정몽준 전 의원은 “박원순 시장이 마을공동체 하면서 2500억 원을 사용했는데, 국가보안법 위반한 분들이 참여한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제가 시장이 되면 이런 것은 안 하겠다.”고 단언했다. 여전히 협동조합과 마을공동체 사업에 대해 색깔을 덧씌우려 하고, 일부 소수를 위한 특별한 일에 예산을 낭비한다는 듯이 말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사회적경제에 대한 진부한 방식의 매도가 일반 시민들에게 먹힌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회적경제가 일반 시민들에게 충분히 잘 전달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박원순 시장의 경우 1기 시정에서 마을공동체와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육성이 대표적인 핵심 사업이었지만, 사업의 성과를 체감하는 서울시민은 아직 많지 않다. 사회적경제가 무엇이냐고, 마을공동체가 무엇이냐고 물어오는 이들에게 단 하나의 명쾌한 설명을 하기는 아직 쉽지 않다. 정몽준 전 의원이 지적한 몇 천 억 원 규모의 마을공동체 사업 예산에는 시가지 리모델링 활성화 사업, 도시농업 활성화 사업, 복지공동체 조성, 동네 공원 조성 등 주거와 문화, 복지 등 서울시민의 생활과 관련된 전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이 담겨있다. 도시안전실, 주택정책실, 여성가족실 등 다양한 부서의 사업이 망라되어 있다. (엄밀히 말해 마을공동체 담당관에서 3년 동안 사용한 예산은 130억 원에 불과하다.)박원순 시장이 이번 선거에서 제시한 사회적경제 공약도 시민들의 생활 속에 녹아 있다. 마을극장, 마을체육관 등 주민이 직접 우리 마을에 필요한 공동 인프라 조성, 마을 어린이집, 마을 의료생협, 생활서비스 제공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육성으로 ‘10분 동네경제 만들기’, 협동주택, 공유주택으로 새로운 주택모델 만들기 등이다. 이렇듯 사회적경제는 결국 시민들의 삶에 주목하는 경제이다. 그리고 새로운 삶의 방식, 성장 방식을 제시하는 경제이다. 특별하거나 특수한 가치를 지향하는 일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사회적경제의 이러한 진면목을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시민들이 체감하고 호응할 수 있을까? 다음 선거에서는 사회적경제가 더 대중적이고 인기있는 공약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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