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펀치(588) 마을공동체 vs 신자유주의, 괴물을 사이에 둔 세기의 대결
여러 사람과 모임을 하거나 활동을 하다 보면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잘 추슬러서 더 돈독한 관계가 형성되기도 하지만 모임이나 조직에서 사람들이 떠나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면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긴 시간 노력을 들여 어렵게 쌓아온 관계가 수포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의견충돌이 있을 때마다 사람이 떠난다면 유지될 모임이 없을 것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거지.”라며 몇몇 사람이 떠날 때면 민주적 절차에 대한 오해가 꽤 깊은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조직의 ‘민주화’는 모든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여 평등하고 공정하게 다루자는 것인데, 내 의견을 들어주어야 ‘민주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아마도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되지만은 않는다.’는 인정(認定; approval)에서 시작될 것이다. 홉스는 이에 대해 “나는 스스로 나를 다스리는 권리를 이 사람 혹은 이 합의체(Leviathan; 국가)에 완전히 양도할 것을 승인한다.”라고 표현하였다. 이는 [...]
위클리 펀치(587) 지겨운 그 밥에 그 나물
정말 지겨운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 식구들은 너무나 오랜 세월 똑같은 밥에 똑같은 나물 반찬으로 지겨운 식사를 반복해야 했다. 영양가마저도 형편없이 모두 기력이 쇠약해져 있었다. 진절머리가 난 식구들은 주방장을 갈아 치웠다. 새 주방장은 식구들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새 요리 준비에 의욕적으로 나섰다. 맛 좋고 영향 많은 요리가 밥상 위에 오를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하지만 얼마 안가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소득 주도성장론’이라는 새 요리는 함량 미달의 요리로 판명 났다. 구멍이 숭숭 뚫린 영양가 없는 재료로 만든 게 화근이었다. 새 주방장은 몇 차례 실험을 하다 상에 올리는 것조차 포기하고 말았다. 새 주방장은 함께 준비 했던 혁신 성장론에 승부를 걸기로 했다. 그동안 소득 주도 성장론에 밀려나 있던 혁신 성장론 담당 요리사들에게 파팍 힘을 실어 주었다. 지난 11월 30일 혁신성장론 담당 요리사들은 요리 [...]
위클리 펀치(586) 우리 안의 신자유주의
블랙 프라이데이가 한창이다. 일 년에 한 차례 싼 값에 물건을 내놓아 소비자들이 대거 구매하게끔 하는 것을 의미하는 블랙 프라이데이는 일반소비자로 하여금 미국의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어 상당량의 소비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블랙 프라이데이를 보면 나는 전혀 다른 프리미엄 프라이데이가 떠올랐다.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는 일본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금요일 퇴근 시간을 오후 3시로 정해놓을 것을 말한다. 금요일 퇴근 시간이 빠르면, 그만큼 소비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에서 나온 정책인데, 실제 어느 정도로 소비 진작효과가 있는지 모르지만 일본 정부의 디플레이션 종식 노력이 이 같은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키는 데까지 닿아 있다는 것은 흥미롭다. 우리 정부도 올해 초 일본의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도입하려 시도한 적이 있다. 한 달에 한번 금요일 퇴근 시간을 앞당겨 마치 일본에서 한 것처럼 소비를 진작해보겠다는 것이었으나 전격 도입되지는 못했다. [...]
위클리 펀치(585) 우리 같이 살 수 있을까?
얼마 전 청년연대은행 토닥에서 주거포럼을 열었다. 토닥은 청년들이 만든 자조금융 협동조합으로, 주로 경제와 공동체를 고민하던 곳이다. 나는 토닥 조합원으로 포럼에 참여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시민자산화 운동으로 공유지를 확보해가는 방식의 주거 사례와 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직접 집을 지은 ‘함께주택’ 사례가 소개되었다. 최근 정부나 지자체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주택이 늘고 있다. 주변에 입주한 사람도 있고, 새사연에서도 사회주택 연구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니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어도 사회주택을 이해하고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집을 개인이 소유하는 방식에서 공동이 소유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 거기에서 사회주택은 시작한다. 물론 함께 사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적 자원을 분담하는 것 이외에 신뢰를 쌓고, 지속적인 관계형성을 위해 서로 조율하고 합의해 나갈 것이 많다. 포럼에 참여한 사람 중에는 이미 공동주거를 하는 청년들이 많았다. 협동조합형 주택, 셰어하우스 등 이름은 다르지만 공동주거 [...]
위클리 펀치(584) 노동자에게 노동권을, 학생에게 학습권을!
지난 2016년 《청춘의 가격》 집필을 위해 면접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청년노동의 사각지대를 들여다보고자 대학원생 이한기(가명)씨를 인터뷰했다. 당시 석사수료생이었던 한기씨는 대학 내 조교제도가 갖는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개별적인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이한기씨 주변의 대학원생들은 하루 6~8시간 혹은 그 이상의 업무를 하며, 겨우 월 20~30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도 교수의 재량에 달려있었고, 대부분 교수와 자신의 관계 때문에 불합리한 조건일지라도 업무를 받아들이는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조교의 경우는 학생으로서 학비를 면제해 주는 시스템으로 ‘고용’되거나, 근로학생이라는 이름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우선적인 지위가 노동자인지 학생인지 혼란을 갖는다고 했다. 이렇듯 대학원생들은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4대 보험 보장이나 노동법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차라리 직원으로 고용해달라는 푸념이 나올 정도였다. 한기씨가 전해 준 대학 조교의 실상은 동국대 사건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동국대 대학원 [...]
위클리 펀치(583) 트럼프 대통령의 새 연준의장 지명자 제롬 파월, “지식도, 이해도, 능력도 없는 사람”
“cluelessness”는 미국 언론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련된 기사에서 자주 보이는 단어 가운데 하나다. “cluelessness”는 어떤 것에 대한 “지식도, 이해도, 그리고 능력도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제롬 파월(Jerome Powell)을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의장으로 지명하였다. 파월 역시 트럼프의 이미지인 “cluelessness”를 피해가지 못했다. 그러나 파월이 “cluelessness” 평가를 받은 것은 트럼프 때문이 아니라 그 자신이 “cluelessness” 평을 받을 만하다는 측면에서 과도하지 않다. 파월은 아버지 부시(George HW Bush: 재임기간: 1989.01~1993.01) 행정부 출신이고, 백악관에서 나와서는 1997년에서 2005년까지 사모펀드 기관인 칼라일(Carlyle Group)에서 파트너로 일했다. 그리고 오마바 대통령 당시에 연준이사회 이사로 2012년부터 지금까지 일해 왔다. 그의 이력을 보면, 그가 경제학적 지식은 물론이고 경제 정책 담당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미국 언론의 평가는 과하지는 않다. 물론 칼라일과 연준 이사로 재직하면서 경제에 대한 식견을 펼쳤을지 모르지만, 연준의장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