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생각’을 어떻게 할 것인가
<안철수의 생각>은 훌륭하다. 평생 정책만 다룬 나 같은 사람이 보기에도 그렇다. 물론 적잖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가끔 자기의 생각을 섞어서 여러 사람의 의견 짜깁기한 것과 <안철수의 생각>은 다르다. 일관된 생각의 다발이 굵은 흐름을 이루고 있다. 예컨대 재벌개혁에 대한 그의 생각이 그렇다. 그는 놀랍게도 학계에서도 채 소화되지 않은 ‘이해당사자 이론’에 입각해서 재벌 문제를 진단하고 법조계에서도 아직 내용을 채우지 못했지만 방향이 뚜렷한 ‘기업집단법’을 대안으로 내세웠으며 그 생각의 틀은 ‘산업생태계’이다. 더구나 그는 종업원지주제나 이윤공유, 경영참가라는 미시적 실천 방안을 이미 실행해서 성공해본 사람이다. 그는 ‘보편 복지’와 ‘선별 복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며 보편적 증세가 필요한 이유 또한 정확히 지적한다. 당장 표에 도움이 되는 복지정책을 나열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 책<안철수의 생각>을 읽기 전까지 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의 높은 지지율도, 확 [...]
‘두 개의 문’
지난주 ‘두 개의 문’을 봤다. 2009년 1월 19일 용산 4구역 철거민과 이들을 지원하러 온 전철련(전국철거민연합) 회원이 망루로 올라갔고 25시간 만에 이들 중 다섯 명, 경찰특공대원 한 명이 주검으로 내려왔다. 이 영화는 그 하루, 그리고 지루한 법정 공방을 ‘무미건조하게’ 기록했다.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꽉 메우는 답답함, 뱃속 저 밑에서 치밀어오르는 슬픔과 분노를 토로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여느 사람과 조금 달랐다면 영화의 밑바탕에 깔린 화면 대부분을 인터넷 방송 ‘칼라티비’가 촬영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그 화면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만들어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칼라티비와 사자후티비 등 인터넷 방송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자막이 떠오르길 잠깐 바란 것은 역시 내가 대표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리라.영화에도 잠깐 언급됐지만 용산 참사의 밑바닥에는 ‘부동산 투기’가 깔려 있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뉴타운 사업’은 가히 천재적이었다. 당시의 [...]
외우내환(外憂內患) 한국경제와 임금소득
최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제는 위기가 장기화되고 있고 이를 거시경제의 상수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부의 말대로라면 위기의 장기화·상시화 시대가 된 것이다. 실제로도 이런 경향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대외적으로 금융 측면과 실물 측면에서 모두 여건이 호전될 가능성보다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 채무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현재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이로 인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그리고 차입시장에서 자본 유출입 변동성이 심해지고 있다. 주가는 1년 전에 비해 약 400포인트 가깝게 빠진 상태다.실물 측면에서 대외여건은 더욱 어둡다. 선진국 경제권의 침체로 인해 올해 상반기 수출이 고작 0.7%밖에 늘어나지 않았던 걸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마저도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자동차부문의 경기가 나빠지면 곧바로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특히 홍콩을 포함해 수출 비중 3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경제의 성장률 [...]
경제민주화, 구체적 입법통해 사회적책임 유도를
대한민국은 지금 "우리는 모두 경제 민주화론자"라고 말해도 좋을만한 분위기다. 야당에서 재벌개혁 경제 민주화를 강도 높게 주장하는 것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만, 여당 유력 후보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대선후보 출마를 선언하면서 경제 민주화를 주요 3대 공약의 하나로 제시했다. 가장 대표적인 성장론자이자 친기업론자인 이명박 대통령까지 경제 민주화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면서 대기업을 훈계했다. 마지막으로 개혁의 대상이고 당사자인 재계조차 "경제 민주화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 공식적으로 경제 민주화에 발을 담그게 된다.이쯤 되면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는 시대의 화두이자 대세가 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제 경제 민주화를 위해 무엇이 가장 시급한 것인지를 정해 입법이 필요하면 국회에서 법을 제정하고, 제도 설계를 해야 한다면 정부와 함께 제도 기획을 시작하면 된다. 그런데 일부 정치권에서는 '경제 민주화'가 무얼 말하는지 합의된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학문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명확하다. [...]
야동을 처방하는 의사
여성들이 병원을 찾아서 말하기도 뭐하고, 참 난처한 요구가 사후피임약이다. 반면에 남성들에게도 말하기 힘든 처방 요구가 있는데, 바로 발기부전 치료약이다. 흔히 ‘비아그라’니 하는 그런 종류의 약들을 말한다. 꼭 필요하냐고 반문한다면 굳이 더 할 말은 없는데, 남성들에게는 머리털이 빠지는 문제보다 더 심각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모자반을 들고 온 박씨 작년 이맘때일 것이다. 저녁 진료시간이라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데, 추자도에 산다는 박씨가 진료실로 들어왔다. 두 달에 한 번씩 고혈압 때문에 내게서 진료를 받는 박씨는 작은 고깃배를 가지고 갈치나 고등어를 잡는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몇 가지 필요한 진찰과 혈압을 측정 후 혈압 상태는 좋다고 말하면서 요즘 고기가 잘 잡히는지 물었다. 내가 낚시를 좋아하기 때문에 수온이나 조황이 궁금하기도 하고 그 분의 생활 모습이 어떤지 겸사겸사 묻는 것이기도 하다. “글쎄요. 수온이 차서 아직 벵에돔이 올라오지 [...]
아웃소싱에서 인소싱으로 가야할 때
“오바마는 인소싱(insourcing)을 믿는다.”“롬니는 아웃소싱 대장(outsourcer-in-chief)", “오바마는 인소싱(insourcing)을 믿는다.” 점점 가열되는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가 롬니의 일자리 정책을 비판하는 TV광고 문구들이다. 오바마 캠프는 롬니가 창업한 베인캐피탈이 중국과 인도로 일자리를 이전한 기업에 투자했었다는 워싱턴포스트(WP)지의 기사를 인용하면서 롬니 캠프를 공격하고 있는 중이다. 한 마디로 국내 일자리가 아니라 해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기업에 투자했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이런 투자행위가 비판을 받을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해외시장 개척을 한 기업에게 투자했는데 비판을 받다니? 그것도 대선 선거전에서 최대의 정치적 취약점이 될 줄이야.기업을 다시 국내로 되돌리는 전략이 최대 화두다.사실 1980년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경제의 글로벌화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금융 세계화와 함께 추진된 것이, 낮은 임금과 가격 경쟁력을 찾아 해외 직접투자를 확대하고 해외기업에게 외주를 주는 전략이었다. 즉, 다른 나라에 계열사를 세우거나 사들이거나 주문을 의뢰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