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 경쟁’ 아닌 ‘규칙세우기 경쟁’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왜 빨간색 옷을 선호할까. 지난 11일 제2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 빨간 재킷을 입고 나타난 박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참고로 무역투자진흥회의는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수출입국을 위해 만들었던 수출진흥회의를 본뜬 것이란다.“경제에 많은 열정을 불어넣어서 활력 있게 살려야 한다는 뜻으로 제가 열정의 색깔인 빨간색을 입고 나왔다.”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취임한 대통령이 마땅히 생각할 수 있는 태도이고 좋은 취지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이런 주장을 했다. “모든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되 어려운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네거티브 수준이 달성되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하자”고 한 것이다. 네거티브 규제란 규제하겠다고 명시한 것이 아니면 나머지는 모두 규제하지 않겠다는 방식이다.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규제완화 감세 → 대기업 투자유도 → 중소기업 매출증대 → 고용증대'라는 전형적인 [...]
[정태인시평] 박근혜 정부에서도 악순환이 시작되나
여러분 안녕하세요? 경제 뉴스 읽어 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가뜩이나 더운데 우리 땅에서도, 다른 나라에서도 시원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습니다. 적어도 경제분야는 그렇습니다. 아니 한국과 경제를 포개 놓으면 일사병에, 화병이 겹칠 지경입니다. 국정원이 또 한번 속을 뒤집어 놓더니(노무현 대통령이 휴전선을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라니요? 이건 정욱식 도우미의 글을 읽어 보십시오) 결국 4대강의 진실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 5년 내내 4대강 사업을 반대했던 이들에겐 불을 보듯 뻔한 얘기지만 현실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니 속 터지긴 마찬가지입니다. 이래저래 박근혜 정부 5년 내내 국회는 국정조사만 하다 시간 다 보낼 듯합니다. 11개 금융 공공기관 부채 150조 원 넘어우선 간추린 뉴스부터 볼까요? IMF가 세계 경제전망치를 또다시 낮췄군요. 9일 '7월 세계경제전망 수정보고서'에서 올해 전망치를 3.1%로 떨어뜨렸는데요, 1월의 3.5%에 비하면 두 번에 걸쳐 0.4%p를 하향 조정한 겁니다. 중국, 브라질, 인도 등 [...]
토토리 이장 조금득
2012년 3월, 한 젊은 여성이 서울역 건너편 동자동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동그란 얼굴은 무엇 하나 서두를 게 없다는 듯 느긋한 표정이지만, 아직은 쌀쌀한 바람 탓에 발갛게 얼었다. 청년유니온 1기 사무국장을 지낸 조금득씨다. 조씨는 동자동 공제협동조합의 이태헌 이사장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마을 공동체 운동으로 시작해서 이제 지역에 뿌리내린 지혜를 배우기 위해서다. 그녀는 유니온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한다. 아무런 안전망도 갖지 못한 이 땅의 청년들이 스스로 돕는 ‘청년연대은행’. 그동안 만난 금융 전문가들의 말씀은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없는 이들끼리 모여 하는 금융이니, 우선 기금을 많이 모아야 한다’는 건데 돈이라는 게 거저 모이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한겨레> 박기용 기자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의 이수연 연구원이 진행하는 <공존공생>은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팟캐스트다. 이번 주에 방송된 제5회에는 동자동조합의 이태헌 이사장과 ‘토닥토닥 협동조합’(토토협)의 조금득 이사장이 [...]
좋은 혁신과 나쁜 혁신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기술혁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많이 거론됐던 ‘지식기반 경제’나 노무현 정부 시절의 ‘혁신 주도형 경제’도 다르지 않았다. 흔히들 경제학에서 말하는 자본이나 노동력 같은 요소투입형 경제성장의 한계를 뛰어넘자는 취지에서 혁신을 강조하게 되면 예나 지금이나 반론의 여지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혁신 주도형 경제가 지나치게 공급측면에만 초점을 둘뿐 수요측면에 대한 고려가 적다는 점은 일단 여기서는 생각하지 말자. 그리고 이런 질문을 던져 보자. 모든 혁신은 경제와 사회에 이로운 것인가. 마땅한 부존자원도 없는 어려운 여건에서 선진국을 추격해야 했던 우리에게 이 질문은 던질 가치도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부 말대로 이제 추격을 넘어 선도를 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는 지금 시점에서 한 번쯤은 던져 볼 만한 질문이 아닐까.지난 20년 동안 가장 두드러진 혁신사례 두 가지를 꼽으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
고용률 70% 목표와 재벌의 변명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재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자못 궁금했다. 경제민주화의 예봉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고용률 70%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만들어 줘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은 없고 삼성전자서비스에서 불법도급 행태만 밝혀져서 국민들의 비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박근혜 정부도 고용률 목표 달성을 위해 시간제 일자리를 고민하기 전에 재벌들의 잘못된 고용관행부터 시정해야 할 판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재벌들의 고용에 대한 흥미 있는 내용이 언론에서 보도됐다. 머니투데이 6월10일자 기사에 따르면 4대 그룹의 전체 고용인원은 94만1천명이라고 한다. 4대 재벌 총 계열사 286개 기업이 총 취업자의 3.8%를 정도를 감당하는 것이니 이 정도면 제법 고용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우선 재벌그룹의 계열사가 국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니 훨씬 더 많은 계열사가 해외에 있다. 4대 그룹의 [...]
[정태인시평] 한국경제 ‘빨간 불’ 수출 부진에 내수마저 위험
안녕하세요? 경제뉴스 읽어드리는 정태인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경제 뉴스를 요약하고 해설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지난주의 '버냉키 쇼크'처럼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면 가히 횡재를 만난 것 같으니 마치 사고 터지기 기다리는 사회부 초년병 기자가 된 듯합니다. 재작년부터 저는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50년 묵은 신화를 내던질 때가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이라는 3대 선진경제권이 기껏해야 평균 1%대 성장을 하고 우리 수출의 1/4가량을 차지하는(홍콩을 포함하면 30%에 달하는) 중국의 성장률마저 주춤하는데 어디에 수출할까요? 그렇다면 내수를 늘려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줄푸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박근혜 정부에게 획기적인 정책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죠. 더구나 어마어마한 가계부채는 소비 증가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소득이 얼마간 늘어난다 해도 소비보다는 빚 갚는 데 다 들어가고 결국 돈은 은행으로 되돌아갑니다. (지난주에 말한 '유동성 함정'의 상황이죠). 금융위원회가 3일 국회 가계부채 정책 청문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