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각각 주기가 다른 원고가 어쩌다 한꺼번에 몰리면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필자에게 원하는 글이란 대부분 경제시론이라서 서로 다른 주제를 잡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최악이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7개의 원고가 몰린 데다 부산과 제주의 강연, 그리고 어머니 생신까지 겹쳤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 원고는 일곱번째 글이다.버냉키 쇼크, 중국 부동산 거품 문제, 정부의 세수 부족, 그리고 ‘2차 투자 활성화 대책’ 비판까지 따끈따끈한 소재는 이미 바닥났다. 이제 남은 것은 최근 고민을 시작한 사회적 경제의 금융뿐인데, 이제 겨우 ‘왜 이자를 받아야 하는가? 또는 이자율이라는 게 도대체 뭔가?’라는 아주 기본적인 의문 언저리나 헤매고 있으니 이 상태에서 글을 쓴다는 건 언어도단이다.결국 ‘이자없는 돈, 나아가서 점점 가치가 줄어드는 돈(perishable money)’이라는 게젤(Gesell)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케인즈의 ‘일반이론’으로 연결됐는지, 그리고 그것이 지역통화나 협동조합 금융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널뛰기식 글을 쓸 수밖에 [...]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무릎팍 도사’가 왔다!
박근혜 정부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내 오지랖도 엔간한 모양이다.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책, <불평등의 대가>(이순희 옮김, 열린책들 펴냄)를 읽으면서 엉뚱하게도(!) 줄곧 박근혜 대통령을 떠올렸으니 말이다. 예컨대 재정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대목이 그렇다. 지금 박 대통령은 돈 때문에 고민일 것이다. 대선 승리를 위해 내세운 "맞춤형 복지"를 절반만 실행하려 해도, 쓸 돈은 태산인데 금년 5월까지 세수는 계획의 41퍼센트밖에 걷히지 않았으니 말이다.스티글리츠는 "(1) 상위 계층에 대한 세율을 인상하는 방법. 이들은 국민소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세율을 소폭 인상하는 조치만으로도 상당한 세수가 확보된다. (2) 조세회피 통로를 차단하고 상위 계층에게 편중되어 있는 특정 소득에 대한 특혜 대우를 폐지하는 방법(자본이득이나 배당금 세율 인상-필자), (3) 개인세 및 법인세와 관련하여 (…) 조세회피 통로를 차단하고 특혜 조항을 폐지하는 방법(이명박 대통령 때 낮춘 세율만 원상 복귀해도 된다-필자), [...]
부동산 경기부양으론 경기 못 살린다
박근혜 정부가 눈에 보이는 경제실적 쌓기에 초조해진 모양이다. 지난 11일 2단계 투자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수도권 규제를 푸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우리 국토의 11%에 해당하는 ‘계획관리 지역’을 개발을 위해 풀어 주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벌써 두 번째다. 정부는 이미 4월1일 부동산 관련 세금감면과 금융규제 완화, 수직 증축 모델링 허용을 포함한 대책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부동산 시장에서 큰 변화가 없자 추가적인 규제완화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조만간 취득세 인하조치가 있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내거는 이유는 늘 같다. ‘서민 주거안정’과 ‘실수요자를 위한 거래 활성화’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곳이 바로 부동산이다. 우선 건설사 관점에서 보면 주택은 개인이 시장에서 구매하는 가장 비싼 상품이고 건설기업들은 바로 그 상품의 공급자다. 비싼 상품이지만 대부분의 가구들은 그 상품을 사려고 [...]
위기의 조짐, 한가한 박근혜 정부
안녕하세요? 경제뉴스 읽어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제가 외국에 나간 건 세 번 정도입니다. 한번은 30대 중반(1995년), 나랏돈으로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세계화'를 국정 지표로 내걸고 그 일환으로 한국에서 외국에 관한 논문을 쓰는 박사과정 학생에게 장학금을 줘서 현지 조사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버클리 대학에 약 6개월 머물렀는데 당시 우리는 말 그대로 "별 볼 일 없는" 후진국이었습니다. 실리콘 밸리의 가전제품 판매장에 나란히 있는 소니와 삼성 TV의 가격은 두 배나 차이가 났습니다. 아마도 제품 성능은 이미 비슷했을 텐데 명성에서는 비교가 안 됐기 때문이죠. 더구나 2년 후 외환위기까지 맞았으니 대한민국은 영락없는 후진국이었죠.다음엔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시절(2003~2004년), 여러 나라에 출장을 갔습니다. 외국 사람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는 약 10년 전과 확연히 달랐습니다. 제가 그들에게서 "이제 너희도 잘살잖아"라는 표정을 읽은 것은 제가 대통령 비서관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겁니다.그리고 [...]
중국의 거품과 ‘줄푸세’
지난 6월19일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이른바 “버냉키 쇼크”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에 내가 다른 지면에 쓴 대로 다소 뜬금없었던 이 해프닝은 곧 가라앉았다. 지극히 효율적이라는 금융시장이 얼마나 변덕스러운지를 보여주었을 뿐이다. 뜯어 보면 별 내용도 없는 정보 하나만으로도 아래 위로 출렁거린다면 그건 효율적이라기보다 믿을 만하지 않은 존재일 것이다.공교롭게도 같은 날 태평양 건너, 지구 반대편에도 지진이 일었다. 중국 인민은행이 금융시장에 더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미 2주일 전에 중간 규모의 은행 두 개가 파산할 거라는 소문에 단기 금리가 상승했고 인민은행이 자금 경색을 막기 위해 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기대가 모락 모락 피어오르던 터였다. 중국의 금융시장 역시 격렬하게 반응했다. 상하이 지수는 폭락했고 은행 간 금리는 25%까지 치솟았다. 버냉키와 마찬가지로 인민은행도 “납득할 만한 범위 내에서 시장 금리가 움직이도록 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미국의 [...]
부동산 정책 실패가 부른 전셋값 상승
전세가격 상승률, 물가상승률의 2.6배 지난 4월11일 정부는 양도세, 취득세 등 각종 세제혜택을 골자로 한 부동산대책을 내세웠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와 달리 매매가격은 하락하고 전세가격은 상승하는 시장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있다. 현 정권 부동산정책이 지난 정권 실패한 ‘가격부양’ 기조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실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국의 주택가격은 10% 상승했지만 전세가격은 31% 상승하였다. 전국 전세가격 상승률은 동 기간 물가상승률(12%)의 2.6배에 달한다. 특히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5.8% 하락했음에도, 전세가격은 37.5%나 상승하였다. 중·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중소형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43%나 급등하였다.단기적으로 공급량을 조절할 수 없는 부동산이라는 자산의 특성상, 부동산가격은 주로 수요가 결정한다. 따라서 성장률, 인구 변화, 그리고 부채와 관련한 투기가 부동산시장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5년간 경제성장률은 3% 이하로 떨어졌고 선진국경제의 장기침체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인구 변화를 보면, 일본이 1995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