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펀치(404)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위클리펀치 404호 :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6.4 지방선거, 그리고 게임의 법칙 6·4지방선거의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는 표현을 언론을 통해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본래 이 말은 기원 전 49년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주사위는 던져졌다.”라고 선언한 뒤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로 진격했다는 일화에서 나온 말이다. 주사위는 놀이 도구의 하나로서, 무작위로 선택된 어떤 결과를 얻고자 할 때 사용되는 장난감이다. 주사위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결과의 무작위”이다. 카이사르는 원로원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지만, 순순히 패배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결과의 무작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는 그의 운명론적 사고가, 저 비장한 문장 안에 녹아 있다. 우리 국민들은 주사위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국민오락 ‘부루마불 게임’을 생각할 것이다. 아직도 완구 코너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부루마불은 1982년 씨앗사에서 출시한 보드게임이다. 2인 이상이 참여하고, 번갈아가면서 2개의 [...]
정몽준의 ‘진심’, 그게 더 위험하다
반값등록금 문제에 관해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아래 정 후보)가 부정적인 발언을 하여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아들의 '미개국민' 발언에 이은 후속편이라 불러도 좋을 법한 충격적인 발언이다. 야당은 물론 시민단체와 누리꾼, 심지어 교수들까지 나서는 등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정 후보 측은 사과가 아니라,발언 취지가 왜곡되었다면서 해명에 나서는 모양새다. 각종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정 후보가 지난 20일 서울 숙명여대에서 열린 서울권 대학언론연합회와의 간담회에서 한 발언은 이렇게 요약된다. 우선, 반값 등록금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최고 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떨어뜨리고 대학 졸업생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을 훼손시킨다, 학생 부담이 줄어드니 좋지만, '반값'이라는 표현은 최고의 지성에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고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단순히 '반값'등록금이라는 표현상의 문제를 지적한 것처럼 보인다. 정말'반값'이라는 표현에 대한 지적뿐이었을까그러나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시장 재직 중 서울시립대 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인 것에 [...]
권력과 언론 유착이 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공공정책 이론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국민에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상징이나 개념을 틀 또는 프레임이라고 한다. 이명박 정권 시절, 정부가 세금감면 등을 통해 대기업과 부자의 부를 먼저 늘리면 그 혜택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논리로 기업 친화정책을 펼칠 때, 넘쳐흐르는 물이 바닥을 적시고 아랫목이 따뜻하면 윗목도 따뜻해진다는 표현으로 상징화되었던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대표적 사례다. 지금은 이 이론이 완전히 허구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당시 많은 국민들이 이 라는 개념을 '심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정부의 틀 짓기(framing) 전략이 먹힌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려면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통상 보도자료 형태로 이루어지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국민들에게 납득시키려면 언론 매체가 그럴듯한 이야기(story)와 은유(metaphor)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잘 전파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들은 보도 자료에 담긴 내용을 액면 그대로 기사화하진 않는다. 중립적 시각에서 건조하게 [...]
‘피케티 비율’과 한국
프랑스의 젊은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이제 월드컵의 스타 축구선수만큼 유명인이 됐다. 그의 책 <21세기 자본>은 분배에 관한 이야기다. 1960년대 이래 분배 문제는 주류경제학에서 찬밥 신세였으니 상전벽해인 셈이다. 이론적으로는 보울리가 “자본과 노동이 가져가는 몫은 일정하다”는 주장을 해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새뮤얼슨의 지지를 받았고(‘보울리 법칙’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같은 상을 받은 쿠즈네츠는 “자본주의 발전 초기에는 분배가 악화되지만 일정 단계를 넘어서면 분배가 개선된다”는, 저 유명한 ‘역U자 가설’을 내놓았다. “시장에서 자본이나 노동은 생산에 기여한 만큼 보수를 받게 된다”는 ‘한계생산력설’은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온다. 따라서 “분배는 신경쓰지 말고 성장만 하면 된다”, “정부가 함부로 분배 문제에 개입하면 성장을 방해해 오히려 더 나쁜 상황이 올 것”이라는 주장이 50년간 우리를 지배했다. 피케티는 이런 ‘정설’들을 단숨에 뒤집었다. 그의 무기는 쉽게 부정할 수 없는 장기 통계, 즉 역사적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통계는 [...]
‘내 아이만’ 살릴 길은 그 어디에도 없으니
아마도 ‘세월’을 외면하고 싶은 뻔뻔함도 있었을 것이다. 촘촘히 알파벳이 틀어박힌 685쪽이나 되는 두툼한 책을 정신없이 읽어내린 데는…. 지금 막 마지막 장을 덮은 책 표지에는 <21세기 자본>이라고 쓰여 있다. 요즘 전 세계, 특히 미국을 강타하고 있는 토마 피케티의 책 얘기다. 서문에 스스로 밝혔듯이 프랑스 혁명으로부터 200년 되던 해, 그리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에 피케티는 열여덟 살이었다. 이때부터 학문을 시작했다 쳐도 이제 겨우 25년, 자신의 첫 번째 저서에 감히 마르크스의 ‘자본’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 아닐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그의 무기는 장기 시계열 통계다. 각국의 공식 국민계정, 세금환급 자료, 17세기 이후의 각종 문헌, 프랑스 대혁명 이후의 재산 조사 등을 꼼꼼하게 모아서 길게는 300년에 이르는 일관된 통계를 만든 것이야말로 그의 빛나는 업적이다. 그의 천재성은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을 해명하기 위해 선택한 지표에서 번득였다. 경제학과 [...]
위클리펀치(403) 공감제로의 그들
위클리펀치 403호 : 공감제로의 그들공감과 집단의 양자관계에 대하여 5월이다. 신록이 아름다운만큼 스러져간 젊음도 안타까운 계절이다. 핏빛 광주에서 남도의 팽목항까지 5월은 참으로 잔인한 달이다. 잔인한 5월, 분노가 넘실댄다. 광장에서, 인터넷에서, 마음에서 분노가 모이고 있다. 무엇보다 공감하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에 가장 많이 분노한다. 인간은 공감할 수 있는 기본 본성을 가지고 있다. 고대 철학에서 인간 진화 역사와 뇌에 대한 과학까지 공감능력은 인간에게 내재된 기본 본성임을 밝히고 있다. ‘그들’은 공감능력이 없는 것인가? 다른 것에 공감하고 있는가? 먼저 공감능력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맹자는 양혜왕을 만난 자리에서 제물로 쓸 소가 우는 것을 보고 양으로 바꾸라고 한 왕의 마음이 왕도정치를 할 수 있는 도덕적 기초라고 치켜세운다. 국민들은 비싼 소를 값싼 양으로 바꾼 왕의 쩨쩨함을 탓하던 차였다. 게다가, 양은 안 불쌍한가? 하지만 맹자는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 우물에 빠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