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펀치(487) 2016년, ‘살아남는 삶’이 아닌 ‘사람답게 사는 삶’이 찾아오길 기대하며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다가옵니다. 다가올 한 해는 덜 걱정하고 더 행복해지기를 소망하며 2015년을 되돌아봅니다. 지난 한해는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희망과 꿈조차 가지기 힘든 절망적인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OECD 각종 지표에서 꼴찌를 차지한 항목이 50개에 육박하는 괴로운 한 해였습니다. 힘겨운 2015년을 살아온 민중들을 어찌 위로해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실로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존경하는 새사연 회원 여러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 한해 꿋꿋하게 견뎌주셔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틈바구니 속에서 신음하는 청년들의 외마디 고통을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전가하는 행위가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소상공인들은 손님이 끊겨 생계가 어려워져도 어디다 하소연도 못하고 그저 발만 동동댑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하루하루를 힘겹게,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암묵적 방조 속에 현 정권은 폭압과 독선으로 질주하고 있습니다. 살림살이가 어려워질수록 점점 더 [...]
위클리펀치(486) 그 누구도 아닌 ‘우리’ 동네 마을계획
장면 #1. 지난 주말, 한 도시인문학 계열의 학회에서 주최한 ‘글로벌 도시화와 도시공동체’라는 학술대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최근 마을에서도 ‘마을이란 무엇이고 공동체는 무엇일까?’라는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인문학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였다. 오전과 오후에 걸쳐 9개 주제의 발표를 들으면서 느꼈던 첫 느낌은 ‘의외로 공동체에 관심이 많네?’였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대회장을 찾았다는 것은 충분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학계의 관심과 현장의 당면과제 사이에 적지 않은 거리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자리이기도 했다. 다루어진 내용들을 살펴보면 ‘서구 시민사회 형성과정에서 공동체론에 대한 철학적 의미고찰,’ ‘협동의 도시 볼로냐가 전하는 메시지,’ ‘지속가능한 도시공동체의 조건,’ ‘중세 도시공동체의 이상과 현실,’ ‘18세기 중엽 에든버러와 문필공화국,’ ‘프랑스 노동자 조합운동과 도시공동체,’ ‘비즈니스 모델로서 지역의 가능성,’ ‘비혼청년층의 주거공동체 사례와 친밀성 재구성,’ ‘주택협동조합의 운영구조 및 공동체 기반 활성화 [...]
위클리펀치(485) 희망의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버니 샌더스를 보면서 진보 정치를 다시 생각하다
우리는 ‘정치가 희망을 주지 못한다’는 말을 거의 관용어처럼 쓰는 나라에 살고 있다. 언론에서도 트위터에서도 어스름 저녁 닭갈비 굽는 철판을 둘러싸고 앉은 직장인들의 술자리에서도 정치는 언제나 경멸과 저주와 희화화의 대상일 뿐 감동이나 희망, 기대감, 신선함 따위와는 아예 담을 쌓은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지금 가히 역대 최고로 무능한 데다 국민들의 감정을 서슴없이 거스르는 정권의 모습을 일상적으로 마주하고 있는데, 이를 정치 영역에서 견제할 가능성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는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역사교과서 파동을 거치는 동안 29%~50% 사이를 오가고 있다. 이는 지지도가 최대 높았을 때조차 간신히 국민 둘 중 하나만이 지지를 했다는 이야기이고 심할 때는 국민 넷 중 세 사람이 대통령과 현 정권의 국정 운영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뜻이다. 정치에 희망이 없다는 [...]
위클리펀치(484) 청년들의 가난, ‘누구 탓’? : 청년, 가난 그리고 복지를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
상황1. 약 한 달 전 주민센터 나 : 안녕하세요, ‘희망두배 청년통장‘ 신청하러 왔는데요, 여기 서류들이요. 상대방 : 준비해 오신 서류 말고도 여기에도 서명을 해주셔야 해요. 나 : 이게 뭐죠? 상대방 : 복지 수급 신청서예요. 이제껏 수급 혜택 받으신 적 없으시죠? 그럼 이걸 작성하셔야 해요. 나 : 네, 알겠습니다. 상황2. 주민센터로부터 온 전화 상대방 : 지금 연봉이 0000만원인데요, 그러면 지원 자격에서 떨어지실 수도 있으세요. 나 : 지원 금액이 월 수입 200만원 이하 아닌가요? 실수령액은 000만원인데.. 상대방 : 문제가 없으면 면접 연락이 가겠지만, 그래도 지원자 중에서는 부유하신 편이세요. 나 : 네, 알겠습니다. 만약 저보다 더 어려운 친구들이 있으면 당연히 그 친구들이 먼저 받아야죠. 상황3. 면접 면접관 : 지금 월급이 얼마시죠? 그 돈을 한 달에 어떻게 쓰시죠? 아버지께서는 뭐하시죠? 어머니께서는 가정주부신가요? 동생은 [...]
위클리펀치(483) 인턴십?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인턴사원 옥유림 커다란 나무 위에 둥지를 꿈꾸던 새 쉬지 않고 날다 지쳐 임시 둥지 틀었다 작은집 휘청거려도 다행이라며 웃는다 임시 둥지 인턴십 위 시는 2014년 시조시학에 실린 옥유림 시인의 <인턴사원>이라는 시이다. 처음 이 시를 접했을 때, 취업준비를 하며 매일을 초조하게 보내던 때가 생생하게 기억났다. 대학원 졸업 후 1년에 2번 있는 공채를 꼬박 준비했었다. 1년 동안 100번이 넘는 이력서를 냈고, 100번이 넘는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초반에는 굴지의 대기업을 목표로 파이팅을 외쳤으나 불합격 통지 메일이 쌓여 갈수록 이 넒은 서울, 이 많은 빌딩 중 내 책상과 의자는 없다는 상실감에 청계천을 하염없이 걷기도 하였다. 이렇게 쉬지 않고 신규 공채 합격을 목표로 날다 지쳐서 임시 둥지를 트는 곳이 계약직원이나 인턴십이다. 경력도 [...]
위클리펀치(482) 주관적 역사서, 마을도 인정하는데
정부나 시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지역 안에서 활동하는 단체와 주민들이 스스로의 고민거리를 하나씩 들고 이야기하는 판이 벌어져 눈길을 끈다. 최근에 마포 지역의 활동과 지역 현안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2015년 마포 로컬리스트 컨퍼런스’가 열렸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마포구에서 활동하는 54개 단체와 단체 안팎에서 활동하는 95명이 마음과 돈과 시간과 장소를 내어 전체 27개의 주제로, 진지한 동네잔치가 여기저기에서 벌어졌다. 이야깃거리도 생활기술, 문화예술지원, 지역공유지, 민관협력, 경의선숲길, 망원시장, 마을교육플랫폼, 석유비축기지, 마을공화국, 소통과 갈등, 공동체경제, 돌봄, 베이비부머 세대, 빈곤, 동 주민센터, 에너지자립마을 등 어디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이 시대 화두들이다. 마포 지역의 활동과 이에 대한 평가도 주민들의 경험에 의존하다 보니 한계가 있을 법도 하다. 그럼에도 마을 안에서는 개인들의 ‘주관적’인 평가나 역사도 소중한 자원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국정화 교과서의 논리가 좌파들이 쓴 ‘주관적’ 역사라고 꼬집는 문제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