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펀치(500) 비싼 기숙사 이야기
우화(寓話) 나랏님이 ‘갑’에게 “이곳에서 ‘을’들에게 편한 쉼터를 제공하여라.”라며 독점권을 주었다. ‘갑’은 ‘을’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며 값을 높게 받았다. 독점이라 눈치를 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구실 저 구실을 대며 점점 값을 높이니 ‘을’들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갑’이 너무 값을 높게 부르니 살 수가 없소. 제발 적당히 하도록 말려주시오.”라고 ‘을’들이 나랏님에게 고하니, 나랏님이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하니 방책을 강구함이 어떠한가?”라고 ‘갑’에게 말하였다. ‘갑’이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말씀을 듣자오니 ‘을’들의 어려움이 큰 거 같사옵니다. 하오니 저에게 거두는 세금을 낮추어주시고 땅을 좀 더 내어 주시면 값을 낮추는 것을 고려해 보겠나이다.”라고 대답하였다. 실화 1 2015년 3월 4일 국회의원 10인이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안하였다. 제안이유는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은 기숙사를 건립할 경우 국립대학 기숙사는 2015년 12월 31일까지 공급하는 것에만 한정하여 부가가치세 영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행복기숙사는 2014년 [...]
위클리펀치(499) 논밭과 바다에 숨겨진 청년일자리
도시에서 멀어진 1차 산업 한 해의 네 번째 절기인 춘분이 지났다. KTX를 타고 매일 통근하는 길에 충청도, 경기도를 지나 서울로 진입하며 계절의 변화를 충분히 느낀다. 제법 짙게 낀 안개가 걷히고 나면 창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햇살이 강해졌다. 창밖으로 보이는 논밭은 이전에는 얼어서 옅은 황토색으로 보였는데 이제 제법 색이 진해진 흙이 나오고, 커다란 마시멜로우 같던 곤포 사일리지(소여물 용 볏집을 숙성시키기 위해 흰 천으로 말아놓은 뭉치)도 없어졌다. 올해의 농사를 지을 준비를 할 철이 된 것이다. 꼬박 사계절을 지방에서 장거리 출퇴근을 하니 먼 일만 같던 농사일을 매일 보고 간접 체험을 한다.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지만 도시생활을 하면 멀리 있는 것 같은 농업, 어업 및 임업과 같은 1차 산업은 20~30대 청년들에게 멀리해야 하는 직업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 이유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려운 직업적 특성이 한 몫 한다. 또한 [...]
위클리펀치(498) 새누리당의 마더센터 공약은 ‘선거용’에 불과
4.13 총선을 앞두고 여야를 뒤흔드는 공천이 한창 떠들썩한 가운데 새누리당이 20대 국회의 5대 공약 중 하나로 ‘마더센터(Mother Center)’를 내걸었다. 최근에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회, 규제, 청년, 노동에 이어 육아 분야의 대표 공약으로 독일의 마더센터를 본 딴 한국형 ‘마더센터’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본 공약을 기사로 접한 연구자와 현재 ‘소금꽃마을 마더센터’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마을활동가는 ‘누구든 하겠다고 나서면 좋지 않겠느냐’며 일단 환영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전문을 들여다보면서 정책의 실현가능성을 타진해보기도 전에 집권 여당이 정책 방향에 대해 다소 섣불리 말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이 안대로 실현되어도 문제지만, 지켜지지 않고 정치 선거용으로 이용만 당하는 것도 문제다. 그럴 경우 그동안 ‘마더센터’에 공들였던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공수표’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걱정마저 든다. 정책 방향과 철학 전혀 달라 ‘우려’ 아직 구체화된 계획이 나오지는 않았다. 다만 [...]
위클리펀치(496) ‘사회적경제’에 투표한다고 전해라
“유독 20대 총선에서 정책은 실종됐다” 20대 총선이 40여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지만, 정책이 눈에 띄지 않는 데에 따른 아쉬움이 쏟아지고 있다. 2006년 지방선거 때부터 후보들의 공약과 이의 실천을 독려하는 매니페스토 운동이 본격화되었다. 이 같은 노력을 시작으로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공약과 이를 뒷받침할만한 예산을 공개하면서 정책 중심의 선거에 한발 가까이 다가섰다. 그러나 이번 20대 총선은 오히려 뒷걸음치는 듯하다. 최근 들어서야 각 야당마다 총선 공약을 부랴부랴 내놓았으나 어수선한 정치권 분위기 속에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이렇다할만한 정책조차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총선 선거구 논의과정도 매끄럽지 못한데다,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안까지 직권상정하면서 야당과의 갈등을 자초했다. 그 결과, 테러방지법안을 막기 위해 20여명 이상의 야당 의원들이 100시간이 넘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두 번째 필리버스터 연사로 나선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시간이 넘는 토론을 이어가고 있을 무렵 국회의 다른 [...]
위클리펀치(495) 청년은 ‘파는 물건’이 아닙니다
졸업 후 절벽 지난 2월 22일 서울시립대의 졸업식에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참여하여 축사를 하였다. 특히 이번 졸업식에서 ‘박원순 학번’이라고도 하는 반값등록금 1세대인 12학번 학생들도 졸업을 하였기에 그 의미가 깊었다. 박원순 시장은 축사에서 졸업을 축하함과 동시에 고용절벽에 내몰린 청년들에게 정치인으로서 미안한 감정을 전달하였다. 청년들의 졸업식이 이전만큼 축제 분위기가 아닌 것은 현재 청년들의 고용상황이 오랜 기간 침체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미 여러 해 동안 반복되는 청년들의 고용난 속에서도 2016년 상반기 공채준비가 한창이다. 취업재수를 하더라도 정규직을 노릴 것인가, 경력단절 대신 비정규직을 택할 것인가 하는 기로에 선 청년들은 일단 취업의 기회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렇게 고용절벽에 몰릴 것을 예상해 온갖 ‘스펙 갖추기’로 얼룩진 캠퍼스생활을 견뎌낸 청년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 또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의 고민은 깊어져간다.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
위클리펀치(494) 2016년은 결절점의 해가 될 수 있을까?
역사를 되돌아보면 이전 시기와 이후 시기가 뚜렷이 구분되는 ‘결절점’에 해당하는 해가 있다.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해로서 1987년과 1997년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1987년을 결절점으로 대한민국은 이전 시기의 극악한 군사독재에서 벗어나 민주화 정착으로 나아갔다. 마찬가지로 1997년을 결절점으로 대한민국은 외환위기와 함께 이전 시기와는 전혀 다른 사회로 진입했다. 그렇다면 올해 2016년이 결절점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의지와 능력에 달려 있다. 수동적으로 정세를 관망한 채 일상을 반복한다면 올해 역시 과거의 연장선에 불과할 뿐이다. 반면 새로운 미래를 열 비전이 제시되고 역동적 흐름이 창출된다면 2016년은 의미 있는 결절점이 될 수도 있다 한 사회가 중대한 변화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첫 번째 징표는 주류 사회 내부에서 이대로 계속 갈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에서 그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요즘 주류 사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