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향기, 전두환의 향수
웃음이 툭 터진다. 하릴없는 실소다.‘공정한 사회’라는 말이 갑자기 대한민국에 넘쳐나서다.기실 신자유주의 체제의 대안을 연구해오면서, 이 땅에 공평과 정의가 숨 쉬는 사회만 구현될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다고 생각해왔다.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 다름 아닌 ‘공정한 사회’의 사전적 풀이다. 기실 공평과 정의를 신문과 방송이 의제로 설정하기를 언론운동을 벌여오며 얼마나 촉구해왔던가. 그래서다. 2010년 8월15일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이후 돌연‘공정한 사회’가 넘쳐나는 ‘미디어의 오늘’에 쓴웃음이 나온다.‘공정한 사회’부르대는 정권과 언론에 쓴 웃음어떤가. 과연 오늘 미디어에서 유행하는 ‘공정한 사회’가 대한민국에 말뜻 그대로 공평하고 정의가 넘실대는 새로운 사회를 불러올 수 있을까? 공정한 사회를 부르대는 이명박 대통령도, 그것을 보도하는 언론도 아마 그 물음 앞에서 남몰래 도리질 할 터다.그래서다. 에두르지 않고 한마디로 쓴다. 구리다. 출범부터 ‘친기업’을 내걸고 철저히 기득권세력의 이익을 증진해온 이명박 정권이 언죽번죽 ‘공정한 사회’를 내건 속내를 [...]
김두관·안희정·이광재 대 이명박
민주시민교육을 한단다. 이명박 정권이 하겠단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민주절차·준법·자유시장경제·나라사랑·통일의 내용을 담아 범정부 차원으로 ‘시민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이명박 정권 들어 끝없이 진행되어온 말의 타락이 과연 어디까지 갈지 궁금할 정도다. 이 정권 들어선 뒤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후퇴해왔다. 당장 4대강 토목사업만 보더라도 그곳에서 민주적 절차를 찾아보기 어렵다. 더구나 이명박 정권은 노동권을 시민권으로 인정하지 않는 수구적 행태를 살천스레 보여 왔다. 미디어 법 날치기는 또 어떤가.이명박 정권이 민주시민교육을 하겠다는 희극바로 그런 정권이 ‘민주시민교육’을 하겠다고 언구럭 부린다. 문제는 그 모든 게 단순한 언술 차원에 그치지 않는 데 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밝힌 ‘방안’을 보라. 사뭇 치밀하다.올해 안에 외교통상부·국가보훈처·법무부·국방부가 참여하는 ‘민주시민교육 범정부협의체’를 만든다. 각 부처가 개발한 교육방법과 프로그램을 교과과정으로 만들면, 일선 학교들은 그 프로그램에 근거해 학생들에게 민주시민교육을 실시한다. 각 부처는 교육을 담당할 전문 강사들을 학교에 파견한다.어떤가. 저들이 [...]
이명박-김황식, ‘삼고초려’ 모독
삼고초려란다. 이명박 대통령이 김황식 총리를 그렇게 했단다. 다름 아닌 김황식 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언죽번죽 꺼냈다. 삼고초려. 두루 알다시피 <삼국지> ‘촉지 제갈량 전’(蜀志 諸葛亮傳)에 나오는 말이다. 당시 유비는 미더운 참모가 없어 쓸쓸했다. 의형제를 맺은 관우-장비는 장군일 뿐이다. 제갈량은 어지러운 세상에서 벗어나 초가를 짓고 손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다. 유비는 초가를 세 차례나 찾아갔다. 유비의 정성에 마음이 움직인 제갈량이 참모로 들어왔을 때, 유비는 ‘수어지교’(水魚之交)라고 기뻐했다. 물고기가 물을 만난 사이를 뜻한다. 아름답고 부럽기도 한 풍경이다. 그래서다. 곧장 묻는다. 과연 이명박-김황식을 유비-제갈량에 비유할 수 있는가? 그것도 당사자인 김황식의 입에서? 김황식이 자신을 제갈량에 비유하는 게 가당한가 오해 없기 바란다. 중국의 유비-제갈량 관계를 신비화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제갈량은 출세주의자들이 활개치는 썩고 구린 정치판을 벗어나 초가집에 은둔하고 있었다. 대법관 자리에서 선뜻 감사원장으로 옮겨 수시로 [...]
이정희, 조승수, 77살 촛불
한가위 연휴의 끝자락인 2010년 9월25일 토요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시민회의)가 거리 선전전에 한창이었다. “진보정치 하나로!”와 “썩고 구린 정치인 공직취임 금지 법안” 에 시민들이 곰비임비 서명했다.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썩고 구린 공직후보자들의 ‘추억’이 김황식 총리 후보자의 청문회를 앞두고 되살아나서일까. 선뜻 서명에 동참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물론, 지나가던 시민들이 서명대 앞으로 가기까지에는 친절하고 정중하게 동참을 권하는 촛불시민들의 눈부신 활동이 있었다. 흰 수염 휘날리며 내내 큰 목소리로“30초면 애국자 된다”고 부르짖은 ‘촛불 시민’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흰 수염 펄펄 휘날리며 “30초면 애국자 됩니다.” 호소얼굴 가득한 주름, 소박한 검은 옷차림에 운동화, 열정적으로 서명 동참을 권하던 그 분이 잠시 쉬고 있을 때 다가갔다. 예의를 갖춰 춘추를 여쭸다. 1934년생이란다. 우리 나이로 올해 77살. 놀라운 정열이다. 한가위 연휴 전날에는 6시간 내내 거리선전전을 폈단다. 그때는 한국방송(KBS)의 수신료 [...]
민란의 길, 통합의 길
“진보세력 통합에 나선 사람들도 분열됐다.”한 정당의 고위인사가 통합움직임에 불쑥 던진 말이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한 신문이 ‘분열’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아마도 2010년 8월31일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시민회의)와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시민정치포럼’(시민정치포럼)이 같은 시각에 출범했기에 그런 ‘오해’를 받을 수도 있을 터다. 더구나 열정이 넘치는 문성근 씨를 중심으로 ‘유쾌한 백만 민란 프로젝트-국민의 명령’(국민의 명령)이 비슷한 시기에 국민운동을 시작했다.어떤가. 세 흐름이 하나가 되어 출발하면 더 좋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러기엔 결이 조금씩 다르다.2010년 시민정치운동의 세 갈래 흐름가령 시민정치포럼은 “시민사회의 복지국가 담론의 광범위한 확산과 수용”을 강조하고 시민회의는 “진보정치 하나로”에 무게중심을 둔다. 시민정치 포럼의 이상이 대표가 “분열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실 하나의 조직을 만들어 출범시킨 적도 없다”고 밝힌 이유가 여기 있다. 그래서다. 나는 이상이 대표가 “머지않은 장래에 서로의 성과물을 가지고 (시민회의와 시민정치포럼이)시너지를 낼 방법을 [...]
최저임금과 실업률 관계를 호도하는 ‘시장주의자들’
‘택시 최저임금법’에 대한 시장주의자들의 공격 2010년 7월 1일부터 제주도와 시지역으로 택시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적용이 확대되었다. 택시업체의 절대 다수가 사납금제라는 제도를 실시하면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으로 노동자들을 내몰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택시노동자들의 숙원 사업이 작은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의원입법을 통해 이미 2007년 12월에 공표된 법률안에는 도입의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택시업종은 지배적인 사납금제 하에서 고정적 임금이 낮아 택시노동자의 임금 수입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최저임금법 적용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그런데 제도가 확대되자마자 지방의 중소도시 택시업체들이 조직적으로 이를 무력화시키려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창원지역에서는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업체가 대량해고를 실시하였고, 곧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노동행위로 판정받았다.여기에 시장근본주의 경제학자들이 거들고 나섰다. 아니 거들고 나선 정도가 아니라 일전불사의 각오를 다지고 있는 듯하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이들의 논거는 택시노동자들의 임금은 시장에 의해서 결정된 적정한 임금(또는 균형 임금)이라는 것이다. ‘비숙련노동자 임금’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