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자의 선물과 눈물

By |2011/09/29|Categories: 새사연 칼럼|4 Comments

선물과 눈물. 취재기자와 편집기자가 작심을 하고 만든 지면의 굵은 활자다. 인천지역 두 기업의 ‘엇갈린 운명’으로 문패를 단 사회면 머리기사는 ‘14년 무파업 선물’이라는 기사와 ‘7년 파업의 눈물’ 기사를 나란히 사진과 함께 올려놓아 지면의 극적 효과를 높였다. 맞물린 사진으로도 강조했듯이 ‘선물’기사는 14년 파업을 하지 않은 동국제강 인천제강소가 초고속 성장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 사연을, ‘눈물’ 기사는 ‘전기-통기타 매출 세계 1위’ 기업인 콜트악기가 파업으로 공장 문을 닫는다는 내용을 담았다.‘콜드악기 피멍울’ 3년 만에 정정보도동아일보가 사회면 머리기사로 돋보이게 편집한 지면의 의도는 또렷하다. 공연히 파업하지 말라는 ‘훈계’와 더불어 노동운동에 대한 살천스런 ‘공격’이다. 이를테면 ‘7년 파업의 눈물’기사를 읽었을 대다수 독자는 울뚝밸이 솟을 수밖에 없다. “노조의 강경 투쟁 때문에 직원 120여명이 평생직장을 잃고 모두 거리로 나앉게 됐다”거나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성이 떨어져 수출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자 해외 바이어들이 [...]

‘세대간 정의’와 한미 FTA

By |2011/09/29|Categories: 새사연 칼럼|0 Comments

지난 5월 2일자 <PD저널>에 '88만원 세대'의 본질은 ‘세대간 착취’라는 글을 썼다. 내 자식 잘 되게 하겠다고 사교육경쟁, 그리고 부동산 투기경쟁을 한 결과, 극소수의 승리자를 뺀 우리 아이들 모두 ‘88만원 세대’를 만들었으니 결국 그게 ‘세대간 착취’가 아니고 무엇이냐는 요지였다.이후에도 이 문제는 내 머리를 떠나지 않고 뱅뱅 돌아서, 뭔가 관련 있을 법한 자료를 모으고 읽었다. 결국 세계적으로도 뜨거운 논쟁 한 가운데 있는 개념에 다다랐는데 이름하여 ‘세대간 정의’(intergenerational justice)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연금이다. 전후의 베이비붐세대가 은퇴 후 연금을 타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쌓은 연금이 바닥났고 급기야 젊은 세대가 번 돈을 현재의 노인에게 바로 건네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럼 지금 젊은이들의 연금은 누가 줄 것인가? 인구까지 줄어든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세대간 정의의 범주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분야는 자연자원의 분배, 더 넓게 얘기해 [...]

정부 예산안에 들어 있는 ‘재정’과 ‘복지’

By |2011/09/29|Categories: 새사연 칼럼|0 Comments

“재정균형 조기 달성과 일자리 예산 확대”를 핵심 기조로 한 정부의 내년 예산 계획이 지난 9월27일 발표됐다. 정부는 "2008년 경제위기 때 나라 곳간을 풀어 위기를 잘 극복했는데 다시 곳간을 채우는 게 경제위기를 완전히 극복하는 완결판이란 의미가 있다"면서 당초 2014년까지 달성하려던 재정균형을 1년 앞당겨 조기에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예산계획에 반영했다. 또한 내년 나라살림의 틀은 일을 중심에 두고 성장과 복지를 연계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최근 나라 안팎의 가장 중요한 핵심 화두인 ‘재정’과 ‘복지’에 대한 정부 나름대로의 답을 예산안에 담았다고 볼 수 있다.그러면 예산안에 투영된 정부의 ‘재정균형’에 대한 관점이 현재의 상황에 부합하는 먼저 살펴보자. 지금 세계는 재정적자 문제로 다시 한 번 흔들리고 있는 중이다. 미국이 지난 7월까지 정부 채무한도를 증액하는 문제로 정치권 갈등에 휘말려서 결국 경제위기를 재발 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리스는 경제위기로 [...]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다고?

By |2011/09/29|Categories: 새사연 칼럼|2 Comments

그래도 인간은 이기적인데….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다”고 주장한 지난번 글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한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기적인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게 사실이다. 또한 생물학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이 동물인 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수 없으니 인간은 본성상 이기적일 것 같다.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당신은 이기적인가?”라는 질문에는 “아니오”라고 대답하고, “남들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예”라고 대답한다(스스로에게 질문하시기 바란다). 여기에 중요한 열쇠가 숨어 있다.앞으로도 자주 등장할 간단한 게임 하나를 소개한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지라도 조금만 익숙해지면 아주 유용한 게임이니 잠깐만 집중하시기 바란다. <뷰티풀 마인드>에서 내쉬가 논문을 제출하자 지도교수는 “자네가 지금 뭘 했는지 아는가? 150년 된 경제학을 모조리 부정하고 있다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진짜로 그랬을까는 지극히 의심스럽다). “개인은 자신만의 이윤을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개인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결국은 의도하지 않았던 목표, 즉 공익의 증진에 [...]

영국 NHS 견문록 / 이야기 일곱 번째

By |2011/09/26|Categories: 새사연 칼럼|0 Comments

이제는 영국 방문을 마무리할 때가 됐다. 영국의 NHS를 돌아보고자 런던에 왔지만 아직 완수하지 못한 미션이 있다. 그것은 영국 일차의료의 현장이었다. 우리 일행들의 시간표에도 일차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계획이 없던 터라 나는 개인적으로 찾아가기로 했다. 여행 초반에 숙소 주변에 있는 GP surgery(동네의원)를 찾아갔다가 딱지 맞은 나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것은 아는 사람을 통해 소개를 받는 방식이었다. 미리 한국에 있을 때부터 사전 약속이 되어 있지 않으면 외국에서의 어떠한 방문도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현지에 있는 지인을 이용한 방문이나 만남을 취하게 된 것이다.현지인들이 바라보는 동네의원비가 오락가락 하였지만, 런던의 날씨야 항상 그렇지 하는 마음으로 작은 접이용 우산 하나만 들고서 나와 홍승권 교수는 전철을 타고 런던 시외로 빠져나갔다. 우리는 소개받은 분을 만나기 위해 식당을 하고 계시는 레인스 파크(Raynes park)라는 곳으로 갔다. 나무가 주변에 [...]

영국 NHS 견문록 / 이야기 여섯 번째

By |2011/09/22|Categories: 새사연 칼럼|0 Comments

영국 방문 며칠 동안의 공식적인 방문과 회의가 끝났다. 남은 며칠은 개인 시간이 주어졌는데, 나는 몇 가지 일을 하기로 했다. 그것은 영국의 민간의료 상황에 대한 파악과 일차의료 현황, 즉 영국의 주치의제도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 일행들이 방문하거나 만난 사람들은 거의 공공의료를 강조하거나 그것을 강력하게 지키려는 사람들이었는데, 나는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나 주민들의 생각과 오히려 그 반대의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의 얘기도 듣고 싶었다. 하지만 낯선 나라에 와서 병원 시설들을 보거나 관계자들을 만난다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미리 약속이 되어 있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홍승권 교수와 나는 한번쯤 맨땅에 헤딩하기로 마음먹고 런던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찾아보기로 했다. 일단 오늘은 영리병원 격에 해당하는 개인병원들을 탐방하기로 하였다.런던의 압구정동 ‘할리 스트리트’서울의 압구정동, 청담동을 가보면 고급 술집, 백화점, 고급 식당들도 많지만 한 골목 건너 성형외과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