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의 역사적 시계
2011년 10월은 3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시점 못지않게 국내·외적으로 격변의 나날이었다. 유럽의 국가부채와 은행부실 우려는 매일처럼 바뀌는 요인들로 인해 지옥과 천당을 오가며 흔들렸다. 미국 경제전망도 날마다 다른 신호를 보내며 쏟아지는 지표들로 인해 우왕좌왕했다. 그에 따라 전 세계 주가도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며 방향을 잡지 못했다. 한 마디로 방향도, 해법도 전혀 알 수 없는 혼미함과 이를 전혀 제어할 수 없는 무력함의 극치를 보았다. G20 정상회의를 코앞에 둔 지금도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세계 경제가 재차 위기국면에 접어들면서 터져 나온 월가 시위도 2011년 10월을 흔든 대사건이었다. 캐나다의 한 온라인 매체 제안으로 시작된 월가 점령시위가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라고 전망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그러나 월가 시위는 10월 들어서 미국의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10월 내내 가장 중요한 세계의 화두로 등장했다. [...]
‘찌라시 저격수’들의 박원순 공격 성공할까
“몇 해 전 새사연(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손석춘 선생에게서 들은 이야기. 손 선생이 연구소를 구상할 무렵 박원순 선생에게 함께하면 어떨지 의논했던 모양이다. 구상을 들어본 박원순 선생이 그러더란다. ‘손 선생이 하시려는 건 민중 기반의 운동이고 제가 하는 건 시민 기반의 운동이니 따로 하는 게 효율적이지 싶습니다.’ 민중 기반의 운동에 속한 나는 박원순 선생과 견해가 종종 달랐고 두어 번 직접적인 갈등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듣고 박 선생이 매우 양식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B급좌파’를 자처함으로써 숱한 ‘윤똑똑이 좌파’들을 민망하게 한 김규항이 올해 초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의 들머리다. 사석에서 나눈 말이 활자화 된 신문을 보며 마음이 불편했지만 굳이 소개하는 이유가 있다. 박원순을 ‘친북좌파’로 살천스레 몰아치는 이들에게 사실을 확인해주고 싶어서다. 여기서 딱히 내 성향까지 밝힐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언젠가 <100분토론>에서 말했듯이 나는 ‘친북좌파’가 아니다. 그런데 [...]
한미FTA ‘끝장토론’의 끝은
‘근거 없는 낙관론자’인 내 입술도 터졌다. “시험 전날 공부하면 안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나는 별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4일 동안 꼬박 24시간의 토론에 지쳤나 보다. 언론은 “팽팽” “치열” 등으로 묘사했다. 신념의 대결이 되어 버린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는 얻은 게 없다. 진행을 맡은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중립을 표방하며 교묘하게 편들 든 것을 탓하면 우리만 생떼쟁이가 될 것이다. 우리들은 국회의원에게 질문할 수 없다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규칙을 문제 삼는 것도 마뜩찮다. 우리가 확인한 것은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저 놀라운 확신, 그리고 이에 반대하는 건 시장질서와 자유무역의 부정이라고 단정하는 극도의 단순함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니 홍정욱 의원은 경제학자와 기상예보는 언제나 틀린다는 유명한 우스개를 들고 나온다. 말 그대로 ‘장두노미’(꿩은 큰 위험을 맞으면 머리를 묻는다)요, ‘타조효과’(타조도 그런단다)이다. 세계금융위기가 장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그걸 어떻게 아느냐”는 반론에 [...]
우리 교육에 희망이 있을까?
아이를 둔 보통 부모에게 교육만큼 절박하면서도 그저 막막하기만 한 문제도 없을 것이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들여 과외시키고 애들 닦달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할 때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 사회에서 아이가 과연 승리(?)할지 자신이 없다. 행동경제학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의 능력과 운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마저 없었더라면 벌써 희망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지난번에 말한대로 우리는 모두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고 개인이 홀로 이 함정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모두 남이 시키니 어쩔 수 없이 나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과연 사교육에 들인 돈만큼 등수가 올라가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모두 그렇게 믿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 똑같은 사교육을 시킨다면 등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오로지 아이들을 괴롭히기 위해 돈을 썼을 뿐이다.불행하게도 현실은 더 나쁘다. 우리는 등수를 올리는 [...]
‘1% 위한 FTA’ 다시 촛불을 켜자
우면산 기슭에 자리한 연구원 마당에 가을이 흔전만전 떨어지고 또 굴러다닌다. 몽롱한 노랑과 적갈색으로 화면을 가득 채웠던 영화, <뉴욕의 가을>도 주코티 공원에 내려앉았을 것이다. “독재타도”를 외친 ‘아랍의 봄’은 철을 따라 “월가를 점령하라”며 뉴욕의 가을에 다다랐다.아랍의 젊은이들은 선진국의 비호 아래 한 나라의 지하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던 아랍 시스템을 붕괴시켰고, 이제 미국 젊은이들이 제국의 심장에서 전 세계를 거품 속으로 몰아 넣었던 ‘글로벌 스탠더드’를 위협하고 있다. 정확히 10년 전, 상징적 하드웨어였던 월드트레이드센터가 무너졌고 바로 그 옆에서 젊은이들은 그 소프트웨어를 겨누고 있다. ‘1%에 의한, 1%를 위한, 1%의 시스템’이 그 대상이다. “노(무현) 대통령은…선진 시스템을 갖춘 국가와 FTA를 체결해 우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다”(<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 59쪽).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본질을 이렇게 잘 표현해 주는 증언도 없다. 바로 그 선진 시스템이 붕괴한 것이다. 2008년 가을 봉하쌀이 일렁이는 황금빛 [...]
미국식 ‘선진 시스템’은 망했다. 그런데 한국은 왜…
도대체 뭐가 국가경쟁력이고 국익인가?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번주 미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미국 의회에서도 조만간 비준이 완료될 예정"이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은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시급히 처리돼야 할 사안"이니 "우리 국회에서도 국익을 고려해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맞다. 미국 의원들은 2007년 4월 한미 FTA가 체결된 이래 두 번의 재협상을 통해 챙길 걸 다 챙겼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 수출 밖에 경기회복을 할 방도가 없으니 FTA에 목을 매다는 것이다. 나서기 좋아하는 대통령에게 의회에서 연설 한번만 하게 해 주면 된다. 그런데 우리는 왜?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이익을 좀 챙겼는지? 또 우리 경제가 그동안 수출에 목을 매단 결과가 그리도 바람직했는지? 예컨대 수출대기업을 위한 고환율 정책이 물가를 뒤흔드는데 재벌기업의 천문학적 이익이 우리 국민들 살림살이에 좀 도움이 되었는지?이 대통령은 "조만간 한미 FTA가 비준되면 우리는 세계 3대 경제권인 미국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