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65세대를 위한 경제
이태백·삼팔육·사오정 등 세대별 경제생활 어려움을 빗댄 숱한 신조어들이 유행해 왔는데, 최근에는 55~65세대라는 신조어가 주목 받고 있다. 직장생활에서 정년이 돼 소득은 없는데 유일한 국민적 노후보장 시스템인 국민연금은 아직 받을 나이가 되지 않아 일자리와 소득이 공백상태로 있게 되는 10년간의 연령대에 속하는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55~65세대는 곧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와 관련된다. 한국전쟁 후 출산장려 정책이 시행된 1955년 이후 1963년까지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5%인 712만명에 이른다. 55년생의 정년 연령인 55세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문제는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경제생활 밖으로 쏟아지는 이들을 받아줄 사회적·경제적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정년 55세는 대단히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경우에 해당하니 실제 피부로 느끼는 은퇴는 더 일찍 시작된다. 한 설문조사 결과를 따르면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평균 퇴직 연령은 [...]
평등과 효율성 주입식 교육의 비밀
교육에서 평등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독자들께서는 대부분 ‘고교 평준화’를 떠올렸을 것이고, 곧 이어서 ‘주입식, 암기식 획일교육’까지 연상하셨을 것이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고교 다양화’를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극단의 경쟁을 도입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연상에 근거한다.과연 그럴까? 답은 단연코 “아니오”이다. 평등교육으로 유명한 핀란드 교육이 주입식, 암기식인가? 정반대다. 교육에서 평등이란 말 그대로 등(等)수가 없다(平)는 것을 의미한다. 재작년 핀란드에서 나는 에리키 아호를 만났다.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핀란드의 교육개혁 40년 역사 중 처음 20년 동안의 국가교육청장이었다.은발의 이 노신사는 매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등수라니요? 이 아이는 달리기를 잘 하고, 얘는 수학을 잘 하고, 이 친구는 음악에 발군인데 아이들의 순서를 어떻게 정한다는 얘기죠?” 이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리는 환하게 밝아졌다. 평등이란 등수를 매길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하여 핀란드 선생님들의 역할은 아이가 어떤 분야를 좋아하는지 파악해서, 더 [...]
건강보험 깨기, 그대로 둘 수 없다.
한미FTA로 국민들의 불안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의료민영화의 시도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의사협회 경만호회장이 2009년 현 전국민건강보험 통합이 위헌이라고 주장한 소송이 12월 8일 공개변론을 갖는다. 1월 중 최종 판결을 앞두고 건강보험 이사장으로 전격 취임한 김종대이사장이 대표적인 건강보험 해체론자라는 점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건강보험 공단은 전국민 통합 건강보험을 지켜내야하는 핵심 조직이며 여기에 공공연하게 건보해체를 주장해왔던 인사를 이사장으로 발탁한 것은 정부가 건강보험을 쪼개고자 한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만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정을 내릴 경우, 우리나라 사회보험 중에서 가장 우수한 제도라고 평가받고 있는 전국민 건강보험은 해체될 전망이다. 한국사회 공공성의 마지막 보루, 전국민 건강보험 전국민 건강보험은 한국 사회 공공서비스의 가장 큰 성과로 인정되고 있다. 오바마가 극찬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노후소득보장 취약, 교육 공공성의 해체, 사회안전망의 부재로 국민의 삶이 피폐해지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건강보장을 할 수 있는 [...]
한미FTA, 동아시아 균형자 입지를 좁히다.
묘하게 시점이 겹쳤다. 2011년 11월은 한국 집권여당이 유례없이 ‘비공개 날치기’로 한미FTA라는 국제조약을 인준한 달로 기록됐다. 그런데 11월은 미국이 동아시아로 되돌아오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개시한 시점으로 기록될 것 같다.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일본을 끌어들이고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전 호주 외무장관이었던 에반스는 동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어떤 미묘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큰 난제는 경제위기가 끝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광범위하게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동아시아 각국 역시 세계경제 침체로 인해 다양한 충격을 받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 명맥을 이어 가고 있다. 9% 이상의 성장능력을 꾸준히 이어 오고 있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중국 덕분이다. 아세안 10개국이 평균 6%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인도양의 또 다른 잠재적 대국 인도 역시 비슷한 [...]
한-미 FTA는 떠나간 기차가 아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떠나간 기차가 아니다. 우리는 눈물 흘리며 손수건 흔드는 배웅객이 아니라 기차에 타고 있는 여행자다. 애초에 타지 말았어야 할 기차지만 얼결에 올라탔으니 최선을 다해서 기차가 탈선하지 않도록 하고 낭떠러지에 이르기 전에 내려야 한다. 우선 대통령이 비준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 모든 협정은 국회를 통과한 뒤에 대통령이 준수에 관한 서한을 상대국에 보내야 한다. 통과되자마자 좋아라 편지를 부친 게 아니라면 단 한번만이라도 왜 국민이 반대하는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둘째, 한나라당은 한-미 에프티에이 협정과 함께, 이 협정과 어긋나는, 이른바 비합치 법률 14개를 통과시켰다. 앞으로도 더 많은 법률과 조례가 개정될 것이다. 통과된 법률이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또 어떤 법이 개폐될 것인지 조사하고 이를 막아야 한다. 예컨대 국회 끝장토론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우리 농산물로 급식을 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
안철수의 기부와 버핏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500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사회에 환원했다. “기업이 존재하는 것은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숭고한 가치가 있으며,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가 돼야 한다는 보다 큰 가치도 포함된다고 믿어 왔다.” 더 말을 보탤 것 없이 훌륭하고 또 훌륭하다. 금융권 인사들도 이 흐름에 동참할 것이라고 하니 우리 사회에 기부 문화가 뿌리내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부자 정치인들이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내놓는 돈이나 재벌들이 범죄를 면하려고 토해낸 돈과 비교하는 건 말 그대로 언어도단이다. 그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안철수 원장의 기부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1500억원은 적은 돈이 아니지만 이자율을 10%로 쳐도 유량(flow)으론 150억원 정도이다. 우리의 재정과 기금 등 예산은 1년에 300조원 정도니까 2만분의 1에 해당하는 돈이다. 즉 안철수 원장 같은 부자 2만명이 비슷한 액수의 돈을 내면 우리는 매년 두 배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