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도 보상을 받아야 하는 걸까?
정태인의 협동의 경제학1979년 경제학과를 선택했을 때부터 따진다면 내가 경제학을 공부한 지도 벌써 35년이 다 돼 간다. 하지만 그야말로 정교한 논리 체계인 경제학이 가르쳐 주지 않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 연구원에서 내 월급은, 금년에 졸업과 함께 입사한 막내 월급의 두배가량 된다. 이건 정당한 것일까? 경제학에서 대충 제시하는 답은 나와 막내의 한계생산성 격차 때문이다. 그 생산성을 계산하려면 새사연의 생산함수를 알아야 하지만 그런 게 있을 리 없다. 총 인원 11명의 구멍가게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삼성의 인사담당 부장도 자기 기업의 생산함수를 모를 것이다. 연구원에서 하는 일만 놓고 볼 때 내 능력이나 경험이 막내보다 더 많이 필요한 건 사실일 테지만 그 능력과 경험 역시 수많은 우연에서 비롯된 것이다. 작년에 연구원이 <리셋 코리아>라는 책을 낼 때 내 청와대 경험이 한몫한 건 틀림없다. 하지만 그 경험은 그야말로 [...]
박원순 시장 무상보육 책임져라? 보건복지부 적반하장
무상보육을 찰떡같이 약속한 새 대통령을 뽑고도 무상보육 대란이 재현될 조짐이다. 서울시가 6월이면 양육수당이 바닥난다고 정부 지원을 요청하자,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도리어 서울시를 탓했다.지난해에도 무상보육 재정을 둘러싸고 지자체와 정부가 끝 모를 대립을 이어갔다. 급기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가 사실상 무상보육 폐기안을 내밀었다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때마침 대선 후보들 모두 무상보육을 약속하면서 재정문제는 새 정부의 몫으로 넘겨졌다. 올해 박근혜 대통령이 발의한 제1호 법안이 무상보육이다. 그러나 정작 이를 집행해야할 정부부처가 지방정부의 책임을 되묻고 있어 적반하장식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 서울시 ‘겨냥’보건복지부는 오히려 서울시의 예산편성을 문제 삼았다. 올해 영유아 무상보육이 전면화 되었음에도 서울시가 보육료지원과 양육수당 예산을 작년과 동일하게 편성해 무상보육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울시의 입장은 다르다. 지난해 9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무상보육 추가부담이 없도록 한 약속에 따른 조치라며 반박했다. 현재 무상보육 재정 부담은 서울시만의 고민은 아니다. 4월 [...]
노동자 권리가 있어야 소비자 권리도 있다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춘다면서 24시간 영업을 내건 편의점들이 엄청나게 많이 생겼다. 그런데 적지 않은 편의점들이 매출이 늘지 않는데도 잘못된 계약조건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심야에도 문을 닫지 못한다. 애당초 본점에서 언질을 줬던 예상매출에 턱도 없이 모자라 폐점을 하려고 해도 엄청난 위약금 때문에 ‘그만둘 자유’마저 없어진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최저임금 밑으로 열악하게 일하게 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갑’의 횡포에 힘겨워하는 가맹사업자 ‘을’의 한 단면이다. 소비자들이 심야에까지 상품을 구매하는 편리함을 누리고 있는지는 몰라도, 그를 위해 반대쪽에서는 사실상 강제로 심야노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오늘날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편리한 상품을 꼽으라면 단연 휴대폰, 특히 스마트폰이 아닐까 싶다. 더구나 한국 제일의 기업이자 애플과 함께 글로벌 최강자 대열에 서있는 삼성전자가 휴대폰과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면서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니 더욱 [...]
윤 전 대변인 성폭력 사건, 정부와 여성부는 침묵 깨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 새벽녘에 날아든 속보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윤창중 대변인이 전격 경질되었다는 소식 때문이다. 느닷없이 왜? 윤창중이 누구던가? <윤창중 칼럼세상>을 통해 야당 대통령 후보들에 막말을 쏟아냈던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대통합’과는 가장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 덕분에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어 청와대 수석대변인 자리를 꿰찼다. 그런 그가 새 정부의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던 날 대사관의 여성 인턴을 성추행해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 고위공직자 ‘성평등’ 인식, 수준 이하중차대한 외교 업무 중에 일어난 고위공직자의 성폭력만으로 사회적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미국 수사망을 피해 도망치다시피 귀국한 과정, 이후 윤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 속속 드러나는 거짓말이 국민의 분노를 더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고위공직자의 성평등 인식이나 예방에서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난 점이다. 시민사회 내 여성단체는 윤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 중에 피해 여성을 ‘가이드’로 지칭한 [...]
일본을 확실히 추월하는 법
마감 한 시간 전이라는 다급한 메시지에 오늘 아침 페이스북에서 본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일본에 역전 당할 우려”가 반사적으로 떠올랐다. 반일 의식이 충만한 우리 언론이니 내일부터 대대적으로 보도할 것도 틀림없다. 요약하면 요즘 두 나라의 성장률이 나란히 가고 있는데 금년도 한은의 예측은 2.6%이고, 일본 쪽은 2.9%이니 1998년(한국 -5.7%, 일본 -2.0%) 이후 15년 만에 우리가 일본에 뒤질 것이라는 얘기다.최근 이렇게 두 나라의 성장률이 유사해진 건 물론 엔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선거를 앞두고 아베 현 총리는 “윤전기를 돌려 화폐를 무제한 찍어내서라도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고 취임 후에는 20조2000억엔(239조7000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경기 확대에 나섰다. 달러당 80엔이던 엔화가치는 이제 100엔 언저리까지 떨어졌다.더구나 2월 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일본의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경기부양책에 공감하며, 일본이 디플레이션을 없애려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발언했고 한달 [...]
술 한 잔 대신 민주주의를 살리려면, 기꺼이 프레시안!
[협동조합 프레시안] 언론, 광고, 민주주의의 삼각 함수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한다고 대문에 내걸었을 때, 나는 환호했다. 지난 몇 년간 '협동의 경제학'을 공부했고, 자연스레 현재의 협동조합 붐에 희망을 걸고 있는데, 유력한 인터넷 신문 중 하나가 협동조합으로 전환한다는 소식이 어찌 기쁘지 않을 것인가?몇몇 분이 "왜 하필이면 협동조합인가" 이런 문제를 제기했다. 연초에 내가 원장으로 있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을 사단법인에서 협동조합 형태로 바꾸는 문제를 검토해 보자고 했지만, 딱히 협동조합으로 바꿔서 획기적으로 나아질 것이 없다는 대답이 나왔다. 말하자면 전환 비용도 뽑기 힘들지 모른다는 것이다.물론 내 나름으론 얼마든지 답을 만들 수 있었지만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프레시안의 협동조합 전환에 관해서는 나름대로 이유를 찾아야 한다.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이기 때문이다. 충분히 의견을 나눌 때 비로소 이 모델의 시행착오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하여 앞으로의 토론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