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못하기 경쟁
지난 9월 17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두 회사 8K TV 성능을 비교하는 행사를 가졌다. 두 회사는 상대방 TV의 약점을 공격하면서 격하게 치고받았다. 그런데 둘 사이의 다툼을 지켜보면서 눈살을 찌푸리거나 짜증을 내는 국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면서 TV를 위시한 가전제품 품질 경쟁에서 치열한 우열 경쟁을 벌여 왔다. 한 곳에서의 품질 혁신은 곧바로 다른 회사에 자극제로 작용해 추월의지를 불태우도록 만들었다. 그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 부문 세계 1,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사이의 누가 누가 잘하나 경쟁은 둘 모두에게 강력한 성장 촉진제로 작용했다. 이를 잘 아는 국민들이기에 심하다 싶을 정도로 격하게 다투어도 좋은 의미로 해석해준다. 그런데 정반대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 있다. 누가 누가 못하나 경쟁을 하면서 갈수록 더 무능해지는 집단이 있다. 바로 정치권이다. [...]
사회주택정책이 부실하다? | 논리적 비약과 억측으로 채워진 경제전문 일간지의 소설
몇 개월 전 사회주택 및 주택사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정책을 비판한 기사가 한국경제에 실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었다. “시세 80%로 취약계층 위한다는 ‘사회주택’...달동네로 떠밀린 ‘깡통 사회주택’만 속출” “사회주택 먼저 도입한 유럽 각국, 취약계층 주거 보조금으로 선회”라는 두 꼭지였다. 첫째 기사는 ‘달동네’ ‘깡통주택’ 등 사실관계를 확인할 길 없는 단어를 쓴 선정적 제목도 문제였지만,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려는 사회적 경제주체를 지원하는 것이 기본 취지인 서울시의 정책을 두고 왜 우량사업자가 아닌 사회적 경제주체를 지원하느냐는 이상한 논리로 채워졌다. 둘째 기사는 유럽의 사회주택 지원제도를 엉뚱하게 해석하여 유럽에서는 사회주택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식의 잘못된 제목을 달았다. 그 기사의 내용을 찬찬히 보면 오히려 유럽에서는 사회주택 입주자에게 보조금을 준다는 내용에 가깝다. 그 두 기사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같은 기자가 8월 20일에 “밑빠진 독 지원하더니…서울시 사회주택기업 '연쇄 부도'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
이순신 장군이 던지는 메시지!
외신 기자들 눈에 비친 한국은 여러 모로 신기한 장면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나라이다. 그중 하나로서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3위 경제대국 일본을 우습게 보는 경향을 꼽을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일본쯤이야’하는 분위기가 널러 펴져 나가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00년대 접어들면서이다. 여기에는 그 나름의 역사가 있다. 1960년대 한국은 경제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취약한 자본과 기술 조달을 위해 일본에 매달려야 하는 형편이었다. 과거 식민 종주국이었던 일본은 그러한 한국을 노골적으로 멸시했다. 발톱의 떼로도 여기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일본을 넘어서자는 열망이 공통적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도저히 넘어설 수 없을 것 같은 장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1990년대 초 세계 시장을 쥐고 흔들던 일본의 전자업체를 넘어선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2000년대 직후 상황은 참으로 극적인 것이었다. 한국의 기업들이 전자,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구세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총파업이 시작되었을 무렵 이야기이다. 급식 중단으로 불편을 겪을 수도 있는 아이들 사이에서 ‘불편해도 괜잖다’는 파업 응원 인증 샷이 쇄도했다. 아이들은 어른의 스승이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준우승의 쾌거를 일구어낸 U-20 월드컵 대표들이 오버랩 된다. 세계인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며 K-pop을 변방이 아닌 세계 음악의 중심으로 끌어 올린 BTS가 불시에 시야를 가득 채운다. 과연 예외적이고 특별한 신동들이 만들어낸 특별한 장면들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가 미처 감지하지 못한 엄청난 잠재력을 품고 있다. 그 자체로서 소중하고 아름답다. 다른 판단 기준을 들이대는 것이 어설픈 일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존재 가치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딱히 출구를 찾지 못하고 배회하고 있는 한국 경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더욱 그러하다. 지난 세월 한국 경제가 이룩한 놀라운 성취에 대해서는 굳이 [...]
[경향신문 기고] 평가의 의미 | 마을공동체와 평가
■ 평가란? 협의 : ‘물건 값을 헤아려 매김’ 광의 : ‘사물의 가치나 수준 따위를 평함’ → 기본적으로 경제활동(상거래)이 평가의 근본 이유 ■ 경제활동에서 평가 구매자 : 돈을 쓸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짐 → 구매자 입장에서 값을 헤아리는 건 매우 어려움판매자 : 이런저런 비용을 따져서 ‘희망’ 가격을 매김 ( = 원가 기준) → 규격화된 상품에서나 가능감정평가 : 공인된 감정평가사가 가격을 평가함 → 모두가 결과에 만족하기 어려움 → 복수의 감정평가 평균하여 사용 비교적 수월한 경제활동에서도 어려운 평가 → 다른 목적의 평가는 제대로 이뤄지기 매우 어려움 ■ 평가의 나쁜 사례 쓸모없는 전공 10위? : 취업이 안되고 연봉이 낮다는 이유로 쓸모없는 전공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인류학 및 고고학, 영화·비디오 및 사진, 미술, 철학 및 종교, 음악, 체육, 역사, 영어영문 등 → 이학, 인문학, 문예의 토대 [...]
진영 논리에 갇힌 빅데이터
중국의 IT 분야 핵심 기업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공세가 극한을 향해 치닫고 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를 IT 해적으로 간주하고 거래제한 기업으로 지정하였다. 그에 발맞추어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퀼컴과 인텔은 프로세서 칩을, 영국의 ARM은 반도체 설계 공급을 중단하기로 발표했다. 덧붙여 미국 정부는 자국과 동맹국들이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사태를 보는 논자들의 입장은 대체로 일치했다. 미국과 중국이 기술 패권을 둘러싼 첨예한 전쟁에 돌입했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 굴기’를 못 막으면 머지않아 실리콘밸리가 무너질 것이며, 그 여파로 패권 국가 지위를 중국에 내주어야 한다는 두려움을 품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무엇이 미국으로 하여금 중국에 대해 이토록 강한 경계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일까?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은 단연 AI 인공지능이다. 미국과 중국은 현재 AI 기술에서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