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펀치(556) 대선 정국, 촛불시민혁명의 연장선에 있는가?
대략 1년 전 쯤 여기저기서 정치 정세에 대한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다. 강의는 보수층 내부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는 등 정권교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청중들은 매우 흥분된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1년 전만 해도 보수 절대 우위의 정치 지형이 유지되고 있는 조건에서 정권교체를 둘러싸고 상당히 회의적인 분위기가 만연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박근혜 탄핵으로 대선이 7개월 이상 앞당겨 치러지기에 이르렀다.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의 양강 구도가 큰 변화 없이 유지되면서 야당 후보끼리 승부를 다투는 기상천회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극히 난망한 과제처럼 여겼던 정권교체가 기정사실로 굳어져 가고 있는 형국이다. 어느덧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현상처럼 다가왔지만 1년 전에는 상상초자 쉽지 않았다. 옛 어른들은 혁명에 대한 열망을 세상을 뒤집어엎는 것으로 표현했다. 지금 바로 세상이 뒤집어진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요지부동이었던 보수 절대 우위의 정치 [...]
위클리 펀치(555) 세월호의 기억
2014년 4월 16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나는 아침 진료를 하고 있었다. 대기실 쪽이 소란해서 나가보니 간호사, 환자 구분 없이 모두들 TV 화면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어머나, 어째. 빨리 나와야지.” “어어, 배가 아까보다 더 기울었어. 사람들은 다 나온 거야?” 2014년 4월 16일, 그 때는 막 9시를 넘긴 시간이었다. TV에서는 속보가 이어졌고, 세월호가 약간 기울기 시작한 때부터 조금씩 넘어가는 것까지 생중계되었다. 해경선을 비롯해서 헬기까지 세월호 주변을 맴돌고 있어서 나는 ‘별 문제 없겠지’하고 진료실로 돌아와 일을 계속 했다. 아니나 다를까. 궁금해서 다시 밖으로 나가 TV를 보니 대통령이 특수부대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구조를 하라고 지시했다는 속보가 나오고, 얼마 지나서 “전원 구조”라는 타이틀까지 떴다. ‘그럼 그렇지. 지금이 어느 때인데... 바로 앞바다에서, 그것도 천천히 좌초하는 배에서 인명 구조 하나 제대로 못할라고...’ 다시 편안한 [...]
위클리 펀치(554) 신용평가 회사 무디스는 왜 한국의 가계부채가 위험하지 않다고 했을까? ③
앞선 글에서 필자는 현재 가계부채 가구의 상태가 1300조를 훌쩍 넘어선 것에 비해 금융 자산 대비 금융 부채가 45%정도여서 국민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무디스의 진단을 소개하며, 그렇다할지라도 부자가 가난한 사람의 빚을 갚아 주지 않기에 경제 위기 위험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제 더 나아가 보자. 일반적으로 어느 한 대상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할 때 다양한 시각과 다양한 해법이 있을 수 있다. 가령 가계부채의 경우 채무자를 인권 감수성으로 인식하고 그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덜어 주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부채 탕감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가계부채 문제를 복지나 인권 감수성으로 바라보는 견해이다. 약간 시각을 달리해서 신용 시스템의 관점에서 가계부채를 보자. 역사적으로 빚을 갚지 않는 것은 죄였다. “너와 너의 죄를 사하여 주겠다”고 했을 때 죄는 계율을 어기는 것뿐 아니라 빚을 의미하기도 했다. 시대에 따라 [...]
위클리 펀치(553) 가계부채 총량 증가 관리 대책, 문제 원인은?
세계경제를 뒤흔든 위기의 원인은 취약계층에서 시작되었다 런던정경대학 교수 코스타스 라퍄비챠스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를 이상하고 낯선 위기라고 했다. 라파비챠스에 따르면, 금융 역사에서 서민들의 빚 때문에 한 나라가 위기에 휩싸이고 그것이 글로벌 경제까지 뒤 흔든 사례는 없었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당시 미국의 위기는 서브프라임 즉 가난하고 직업 없는 히스패닉들과 백인 노동자 계급이 상환능력 없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들은 집을 사고 몇 년 후에 곧바로 변동이자 때문에 감당 할 수 없이 불어난 이자와 원리금으로 인해 채무불이행을 비켜갈 수 없었고 이 때문에 대출 금융기관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하고 급기야 미국 경제 전체를 위기 속으로 빠져든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전세계로 확산되었다. 미국의 금융자산과 실물경제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은 직접적 계기는 저소득층의 채무불이행이다. 규모로 봐도 미국경제에서 차지하는 저소득층의 [...]
위클리 펀치(552) 가난 청년 취향 저격?! – 동전노래방, 인형뽑기방 그리고 셰어하우스
작년부터 대학가를 중심으로 동전노래방과 인형뽑기방이 빠르게 늘고 있다. 동전노래방은 500원에 1~2곡을 부를 수 있는 노래방 박스가 있고, 인형뽑기방은 보통 1,000원에 2~4번 기회가 있는 인형뽑기 기계가 있다. 최근 한 기사에 따르면 인형뽑기방의 경우 2년 사이 24배나 증가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었다(한국경제TV, 2017년1월4일). 이는 청년(대학생 포함)들의 사정과 관련이 있다. 동전노래방과 인형뽑기방의 공통점 : 소액으로, 짧은 시간에, 감정소비 없이 동전노래방과 인형뽑기방의 공통점은 비교적 소액으로, 짧은 시간에 감정소비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빈곤과 고독,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인간관계의 축소, 단절을 경험하고 있는 현재의 청년들은 경제적, 시간적, 정서적 여유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들 신종오락 공간에 흥미를 느낀다. 주머니에 천 원짜리 한 두 장만 있다면, 함께 할 사람이 없더라도 언제든지 찾아가서 짧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청년들은 스트레스를 달래기 위해 소액의 사치(치킨, 택시 등)를 [...]
위클리 펀치(551) 촛불시민혁명, 대변혁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다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림으로써 촛불시민혁명이 마침내 승리의 마침표를 찍기에 이르렀다. 누구나 직감하고 있듯이 세상을 바꾸기 위한 대변혁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마련된 것이다. 촛불시민혁명의 진정한 위대성은 바로 그 대변혁을 위한 에너지를 풍부하게 충전했다는 점이다. 국회가 박근혜 탄핵 소추안을 가결시켰던 2016년 12월 9일 전후 상황을 비교해 보면 문제의 본질이 보다 명료하게 드러난다. 12월 9일 이전 보수 세력은 박근혜를 탄핵시키더라도 보수 정권 재창출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국민적 지지를 받는 반기문이라는 카드가 있었고 ‘신보수연합’의 무대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제3지대가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조선일보> 등 보수 매체는 마치도 촛불시민혁명을 자신들이 주도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몰고 갔다. 박근혜 지지 세력은 극소수로 내몰린 채 숨을 죽여야 했다. 박근혜 반대 분위기가 워낙 압도적이다 보니 박근혜가 자신의 공약대로 국민대통합에 기여했다는 역설적 표현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