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의 눈물
권영길의 눈물. 민주노동당의 ‘상징’인 그가 기자간담회에서 끝내 눈물을 흘렸다. 권영길이 회견문을 읽다가 말을 잇지 못하고 울컥한 순간은 앞으로 건설될 통합 진보정당에서 어떤 당직과 공직도 맡지 않겠다며 사실상 2012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대목이 아니었다. 서울 “삼선교 쪽방의 국민승리21 시절부터, 2004년 총선승리의 영광, 분당의 상처까지 모든 고난과 영광의 세월동안 민주노동당이라는 이름은 권영길의 영혼”이었다고 회고할 때였다.왜 권영길은 그 대목에서 눈시울 적셨을까. 민주노동당과 더불어 걸어온 그 길이 가시밭이었고 외로웠기 때문이 아닐까. 기실 한국의 모든 신문과 방송은 기자 출신의 정치인 권영길은 물론, 진보정당의 정치 활동이나 정책을 보도하는 데 내내 인색했다. 흔히 진보언론으로 꼽히는 신문도 예외는 아니었다. ‘복지’ 쟁점화, 진보정당 없었다면…단적인 보기가 최근 퍼져가고 있는 ‘복지’ 의제다. 권영길은 진보통합으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백의종군을 밝힌 간담회에서 현재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은 한국사회 최대 쟁점”이라고 지적한 뒤 그 쟁점들은 [...]
정애정씨의 눈물
내가 작년에 인터넷방송인 칼라TV에서 진행했던 인터뷰, “정태인의 호시탐탐”은 삼성 특집을 했다. 당연히 삼성 반도체의 백혈병 관련자들도 여러 번 출연했는데 이 인터뷰는 짧은 질문 한 두 개로 끝냈다. “정애정에게 황민웅은?” 정애정씨는 2006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민웅씨의 부인이다. 한 시간이 넘는 인터뷰에서 줄곧 밝고 씩씩하게 대답하던 정씨가 이 마지막 질문에 갑자기 고개 숙여 눈물을 뚝 흘리며 한 답은 이랬다. “제 모든 거요.” 지난 2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 14부(부장판사 진창수)는 역사적 판결을 내렸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 등 8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이 중 일부가 앓은 병과 삼성의 업무 사이에 인관관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현재 투병 중인 다른 직원 2명과 유족 1명에 대해서는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피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고 일부 영향을 받았더라도 백혈병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 없다”고 [...]
권영길과 ‘시대 교체’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이끌어온 권영길 의원이 눈물을 흘렸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향후 건설될 통합 진보정당에서 백의종군하겠다”는 선언까지 덧붙여 의지의 견고함을 확인했다. 가히 결자해지이자 요즘 말로 ‘대인’의 풍모다. 개인적으로 필자의 민주노동당 탈당을 합리화한 건 뻔한 ‘진보의 미래’를 내팽개치고 민주노동당 다수파의 사적 이익에 ‘진보의 산증인’이 타협했다는 혐의였다. 만약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이나 노회찬이 진보정당의 후보로 나섰다면, 과연 3%의 득표에 머무르고 그예 분당 사태까지 벌어졌을까? 물론 일어나지 않은 역사에 대한 부질없는 가정은 허망할 수밖에 없지만 필자의 행동을 결정하기엔 결코 모자라지 않았다.권영길 의원의 눈물과 함께 조승수 의원의 사과는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에 얽힌 모든 혐의를 역사의 문제로 돌릴 수 있는 돌파구이다. 벌써 4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당시에 심상정 의원은 민주당의 ‘정권 교체’에 대응하는 말로 ‘시대 교체’를 내세웠다. ‘민주-반민주’의 시대를 넘어 ‘진보와 복지의 시대’가 열릴 것이니 이에 걸맞은 [...]
상생은 어떻게 가능한가
최근 상생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상생과 동반성장이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과 노동자의 상생, 대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상생, 부유층과 서민의 상생이 모두 절실하다. 그만큼 우리사회가 양극화돼 있고, 그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계상황까지 왔기 때문이다. 상생이 이뤄지지 않고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것은 뭔가 불공정 거래가 발생하고 있거나, 성장의 과실이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고 편중되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이 초과이익을 지속적으로 수취하고 다른 쪽이 그만큼 손실을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는 명목상 10% 정도의 성장을 이뤘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재벌 대기업집단은 60%가 넘는 당기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국민경제 구성원의 한쪽이 전체 성장을 웃도는 실적을 냈다면 구성원의 다른 쪽은 평균 성장에 미치지 못하는 성장을 했거나 아예 정체를 했다는 것을 뜻한다. 대기업집단이 국민경제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성장을 했다면 나머지 [...]
대한민국 보수에 건네는 연민
방귀가 잦으면? 어떻게 될까? 속담 맞추기 놀이판을 펼치자는 뜻이 아니다. 나름 품격을 갖추려는 성의다. 글 들머리부터 구린내를 폴폴 풍기고 싶지 않아서다. 하지만 지금이 과연 예의를 차릴 때인지 하릴없이 회의가 든다. 대한민국 보수를 보라. 역한 구린내가 진동하고 있지 않은가. 과연 저들이 보수인가를 단적으로 드러낸 보기가 있다. 무릇 보수 또는 우파의 가치는 제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데 있다. 세계사에 나타난 보수들은 예외 없이 제 민족의 우수성을 부르대며 권력을 누렸다. ‘위대한 프랑스’를 내건 드골이 대표적 보기다. 바로 그렇기에 보수의 가치는 국가보다 사회를, 민족보다 계급을 성찰하는 진보의 가치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그런데 대한민국에서 보수와 진보는 도무지 경계선을 찾기 어렵다. 아무런 선입견 없이 찬찬히 짚어보라. 만일 어느 민족이 다른 민족의 제국주의 정책으로 식민지로 전락했을 때, 독립을 위해 몸 던질 섟에 되레 그 제국주의 국가의 장교로 [...]
‘칼끝의 꿀’ 기초생활법
칼끝의 꿀. 보편적 복지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를 겨냥해 한나라당 대표가 살천스레 던진 말이다. 여야 대표들이 2011년 새해 기자회견에서 곰비임비 복지를 내세우며 상대의 복지정책은 깎아내릴 때였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 안상수는 한 번 늘린 복지 예산은 줄이기 어렵다며 무책임한 복지 남발은 ‘칼끝에 묻은 꿀’을 핥는 것처럼 위험하다고 날을 세웠다. 물론, 한나라당도 복지를 하지 않겠다고 감히 주장하진 않는다. 이른바 ‘맞춤형 복지’나 ‘70% 복지’를 부르댄다. 문제는 맞춤형 복지와 70% 복지의 현실적 의미다. 대통령까지 ‘복지 포퓰리즘’을 들먹이는 이 땅에서 실제로 살아가고 있는 민중의 현실을 찬찬히 짚어볼 일이다. 한나라당 대표는 ‘칼끝의 꿀’이라는 은유로, 대통령은 포퓰리즘이라는 마녀사냥으로 언죽번죽 보편적 복지를 비난할 때, 서울의 한 지하단칸방에 살고 있던 60대 부부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동반 자살했다. 물론, 하루 평균 40명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나라에서 노부부의 자살은 정책 당국자나 언론사 고위간부들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