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103) 노동자가 소비자다 : 떠오름과 빈곤의 역학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발견된 오리너구리의 박제가 1798년 대영박물관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본 것을 의심했다. 네발짐승의 몸통에 오리 부리를 접착한 듯 보였지만, 위조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오리 주둥이, 물갈퀴, 비버 꼬리를 가진 이 두더지 같은 동물을 ‘이해하기 위해’ 식물학자이자 동물학자인 조지 쇼가 곧바로 분류를 시도했으나 이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에 살며 알을 낳고 젖이 나오지만 젖꼭지가 없는 오리너구리는 조류인가, 양서류인가, 포유류인가? 오리너구리의 분류에 대한 논란의 종지부가 찍힌 때는 1884년으로, 발견이 보고되고 무려 80여 년이 흐른 후였다. 결론은 난생 포유류 혹은 단공(單孔)류. 동물의 분류에 대한 기존의 합의를 해치지 않는 ‘협상의 결과’였다. 분류는 개념화의 방식이므로 ‘이해하기 위해’ 분류에 대한 논란을 이어왔다는 설명은 옳다. 특성상 온전히 조류나 양서류, 포유류로 분류될 수 없는 미지의 대상을 위한 별도의 범주를 포유류 범주 아래 마련하는 합의에 도달하는 데 80년 이상 [...]
이슈진단(101) 기업형 임대주택(New Stay) 사업, 아직은 시기상조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입법 요지 ◎ 자가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임대차 방식은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전환됨에 따라, 임차인들의 주거비 부담이 증가하는 등 민간임대시장의 불안이 심화되고 있음. 민간부문에서 임대주택의 공급을 증가시켜, 민간임대시장에서 야기되고 있는 주거불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의 입법취지로 보임 ◎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의 핵심은 중산층을 대상으로 기업이 중심이 되어 대규모(건설형 300호이상, 매입형 100호이상)로 임대형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임. 이를 위해 공급주체인 기업에게 저렴한 택지제공, 금융지원, 세금감면, 건축규제 완화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여 기업형 임대사업을 육성하기로 함 ◎ 2008년 금융위기이후에 심화되어온 양극화현상의 결과로 중산층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중산층을 주거지원의 대상으로 삼을 것은 중요한 진전이라고 보임 ◎ 하지만 저소득층에 대한 주택공급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거나 주거의 공공성이 훼손되어서는 안 됨 ◎ 개인인 소규모 임대업자와 비등록사업자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임대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은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임차인의 교섭력강화와 임대기간 장기화 등 임대시장의 성숙을 [...]
이슈진단(100) 법인세의 모든 것 : ②대기업들의 합법적 탈세비법 세 가지
지난 글에서 우리는 법인세를 증세해야 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한 바 있다. 첫째로 기업이 이전보다 훨씬 많은 부를 가져간다는 점, 둘째로 법인세율이 오랜 기간 동안 가파르게 하락해 왔고 그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법인세 하락에도 불구하고 임금과 사회보험료 등 1,2차 소득분배에는 기업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다양한 해법들이 제기되고 있다. 막대한 기업유보금에 세금을 물리는 방법,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법(최고세율과 최저한세율의 인상 등) 그리고 사회목적세를 신설하는 방법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각자 나름의 합리성을 가지고 제기되는 방법들이고 무엇보다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첫걸음으로써 기업들의 동참을 끌어낸다는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막대한 복지 재원을 충당하는 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예컨대, 현재 대기업들에 대한 조세감면 혜택을 전면 취소한다고 하더라도 최대 4조원 수준의 세수를 늘리는 [...]
이슈진단(99) 감춰진 제3의 지표, ‘체감 실업률’
고용률이나 실업률은 과연 ‘실제’ 노동시장을 잘 반영 하고 있을까? 통계청은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통해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의 현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왔다. 고용률과 실업률은 이 조사 결과를 활용하여 발표하는 경제활동인구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들이다. 하지만 이 지표들이 현실적인 실업 및 고용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 말하기는 어렵다. 여기에는 취업자 및 실업자로 드러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적인 노동시장의 상황을 알아보려면, 바로 드러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이에 본 글에서는 노동시장의 구성과 경제활동인구 및 비경제활동인구의 구성을 분석함으로써 노동시장의 상황을 다시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림 1은 노동시장의 구성을 나타낸 것이다. 15세 이상의 인구는 생산가능인구로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연령의 인구를 의미한다. 생산가능인구는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로 나누어진다. 그 중 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와 실업자로 분류하는데, 여기에 속하지 못한 나머지 구성원은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한다. 일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실업자와 [...]
이슈진단(98) 법인세의 모든 것 : ① 분배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국회 연설을 통해 법인세 증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복지를 위한 증세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가운데 3대 국가 기간 세제 중 법인세가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다른 두 개의 기간 세제인 개인소득세와 부가가치세의 경우 각각 납세여력 미비, 소비 침체 부작용 등이 증세의 장애물이 되고 있으나 법인세, 특히 대기업의 법인세는 납세여력이 충분해 소비 침체의 부작용도 우려되지 않는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는 인하되어 왔다. 법인세를 인하하면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믿음,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는 다국적기업을 국내로 유치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신자유주의를 배경으로 득세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떠한가? 이러한 맹신이야말로 국민들의 삶에 오히려 질곡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실증적인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신자유주의가 전파하는 논리를 비판하기에 앞서 먼저 [...]
이슈진단(97) 끝없는 최저임금 논쟁, 출산·양육 가능한 최저임금은 “7,746원”
최저임금을 두고 벌어지는 대립 ▣ 매년 반복되고 있는 노동계와 경영계 사이의 대립 –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협의를 앞두고 인상 수준에 대한 노동계와 경영계 간의 치열한 대립 이 올해도 역시 반복될 것으로 보임 – 민주노총은 시간당 임금 1만원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주장하고 있음.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향상과 안정적인 생계유지를 위해 현재보다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이 필요하다는 것. – 반면, 경영계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동결 내지 소폭 인상을 주장하며 협상에 임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됨 – 이와 같은 대립은 비단 올해만의 문제가 아님 – 매년 노동계는 높은 수준의 인상을, 경영계는 동결 내지 매우 낮은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며 협상에 임했으며, 이와 같은 큰 입장 차로 인해 매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협상은 파행 을 거듭하고 있음 ▣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입장차 – 이와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