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몇 년간 같이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대한 논의를 하며 관계를 이어오던 경기도의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 일이 났다. 민간위탁법인이 변경되며 기존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는 원칙을 어기고 활동가들을 해고한 것이다.

활동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해고의 사유를 밝혀달라는 요구에 대해 “직원들과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냉랭한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상사와 직원, 또는 사용자와 노동자를 구분하는 비민주적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일까? 같이 일을 해 본 적도 없는 누군가를 무슨 기준으로 어떻게 평가했을까?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사람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 줄 필요와 의무와 최소한의 미안함도 느끼지 못하는 조직이 마을을 어찌 대할까?

수년간 마음과 정성과 노력과 열정을 쏟으며 행정과 마을과 다양한 관계자와 풍부한 관계를 쌓으며 수많은 고민을 하고, 수많은 해결책을 모색했을 누군가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뽑은 과정을 살펴보면, 1월 20일(월요일)에 모집공고를 내고, 이틀 후인 1월 22일(수요일) 오후 6시에 응모마감을 하고 같은 날 저녁 서류전형 결과를 통보하고, 다음 날인 1월 23일(목요일)에 면접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진행한 결과는 일주일 후인 1월 29일(수요일)에 합격자 공고로 발표되었다. 이를 공개전형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상식적으로 공개전형일 수 없다. 감독기관인 경기도가 합당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여겨진다.

마을공동체는 수많은 사람과 삶과 기억과 가치와 문화가 복잡하게 얽힌 커다란 소우주이다. 마을공동체 활동과 그것을 지원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마을이 담고 있는 수많은 가치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바탕으로 한 헌신이 필요하다. 애석하게도 새롭게 경기도 마을공동체지원센터를 위탁한 법인의 태도와 일처리 과정에서 이런 마음가짐과 헌신이 잘 읽히지 않는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하는데, 경기도민이 마주할 현실이 어떨지 우려스럽다.

힘겨운 겨울을 나고 있을 지원센터의 활동가들에게 조그만 응원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그들과 같이 고민해왔던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광역지자체의 지원체계에 관한 얘기를 조금 풀어보고자 한다. 모두가 동의하는 내용은 아닐 수 있지만, 이유 없이 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조금은 엿볼 수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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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광역지자체 지원체계에 관한 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