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 운용의 세 가지 한계

By | 2018-10-16T17:14:34+00:00 2018.10.04.|Tags: , |

보수 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따갑게 비판하면서 종종 ‘아마추어 정부’라는 딱지를 붙여 왔다. 지극히 보수적인 시각에서 나온 평가이지만 시각을 달리 접근해 보더라도 아마추어 정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세 가지 지점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시장 내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 행위가 없다.

1980년대 이전 몇 십 년 동안 경제는 국민경제 틀 안에서 작동했고, 국가는 시장에 대해 우위를 유지했다. 국가의 시장 개입과 통제가 용이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세계화와 함께 국민경제의 틀이 무너졌고, 시장에 대한 국가의 우위도 사라졌다. 국가 권력 획득과 정치적 우위 확보는 더 이상 동의어가 될 수 없게 되었다. 시장은 국가의 통제로부터 상당히 자유로워졌으며, 국가의 개입에 저항하고 반격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갖추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조건에서 시장 내 우군을 확보하는 것은 정치 제일의 과제가 되었다. 국가의 정책에 협력할 수 있는 기업군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곧 다수의 경영자들을 정치적 동반자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 여당은 시장 내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뚜렷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않다. 시장 전체를 조율 통제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가 대 시장’이라는 수십 년 전 프레임 안에 갇혀 있는 듯하다. 시장의 역습에 직면하면서 경제 정책이 좌초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시장에 대한 국가 우위가 사라진 조건에서 ‘정치 기반 없는 정책’은 무기력하기 그지없다. 지금 우리는 그 장면을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다.

 

둘째. 경제를 이야기하면서 경영을 도외시하고 있다.

오늘 날 국가의 경제 정책과 기업 경영 기조는 갈수록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기업 경영 기조 재정립과 분리된 채 국가 경제 정책이 빛을 발하기 어려운 것이다. 경영을 도외시하고 경제를 말하기 어렵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탄탄대로를 걸어 온 독일 사례는 이 점을 잘 말해주고 있다. 독일은 노사합의를 바탕으로 ‘사람 얼굴의 자본주의’를 지향하면서 노동시간 단축, 학습 강화, 일자리 창출을 유기적으로 결합시켰다. 사람의 성장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다. 더불어 산업4.0을 통해 사람과 로봇의 협업을 추구함으로써 일자리의 양과 질을 함께 개선하는 방향으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했다. 이 모든 것은 정부 주도의 정책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지만 그에 부합하는 방향에서 기업 경영 기조가 확립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정부와 기업 사이 소통과 협력이 잘 이루어진 것이다.

이 점에서 현재 문재인 정부는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오직 ‘재정 기반의 거시경제 정책’에만 매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호응하고 협력하기보다 저항하고 반격하는 추세가 강하다. 경영자들 사이에서 정부 정책이 경영 현장과 유리되어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셋째 산업구조조정에 대한 뚜렷한 방침이 없다.

산업구조는 경제 발전 단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한다. 결코 동일한 구조를 지속하지 않는다. 한국의 산업화 과정만 되돌아보더라도 그렇다. 1960년대에는 섬유산업 등 경공업 위주 산업구조였다. 1970년대 후반을 거치면서 중화학공업 중심 산업구조로 바뀌었다. 1990년대 이후에는 ICT 산업과 문화콘텐츠 산업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기존 제조업과 결합, 새로운 산업구조를 잉태했다. 그간의 산업화 역사는 새로운 성장 산업이 출현하면서 산업구조가 조정을 거듭해 오는 과정이었다.

지속적인 경제 발전은 지속적인 산업구조 고도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과거 스웨덴의 사회민주당이 좌파 정당으로서 40년 넘도록 장기 집권에 성공할 있었던 요인 중 하나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사회민주당은 노동력을 부가가치가 보다 높은 산업으로 꾸준히 재배치시켜 나갔다. 그 결과 스웨덴은 높은 국제경쟁력을 바탕으로 풍부한 복지 재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경제는 또 한 번의 기로에 서 있다. 자동차 조선 등 그동안 한국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해 온 산업들이 경쟁력을 잃고 퇴조하고 있다. 기존 산업 구조 안에 갇혀 있다가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떤 형태로든지 산업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한 뚜렷한 방침을 갖고 있지 않다. 기존 산업의 기술 경쟁력 회복만을 기대하고 눈치이다.

지나온 경험은 새로운 성장산업 출현 없이 성장 동력은 형성되지 않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 산업구조조정에 대한 방침 없는 성장 전략은 허사로 끝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안고 있는 한계이다.

 

‘우군 확보 없는 시장과의 전쟁’, ‘경영과 유리된 경제 정책’, “산업구조조정 없는 성장 전략’은 결코 성공을 기약할 수 없다!

 

도대체 문재인 정부를 지배하고 있는 아마추어리즘은 어디로부터 유래하는 것일까? 그 원인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절실한 상황이다. 환경 변화에 부응하는 치열한 탐색 없이 과거 유산에 의존하는 경향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 하기보다 익숙한 이론과 매뉴얼에 의존하는 경향도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축적된 시민의 지혜에서 배우려하기 보다 자신의 판단을 우선하고 절대시하는 엘리트주의의 작용 탓도 클 것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넓은 의미에서 진보 정부로 분류되고 있지만 신자유주의에 경도되면서 진보 정책을 펼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우리 역사상 온전한 의미에서 진보 정책을 실험한 첫 번째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는 곧 문재인 정부에 이르러 진보 진영의 사유 체계와 문제 해결 능력이 총체적으로 검증받는 과정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진보 진영에 속한 사람이라면 현재 문재인 정부가 직면한 갖가지 곤란을 마냥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런 과정이다. 하지만 역사상 모든 도약은 한계를 딛고 올라서면서 일어났다. 지금 우리가 아마추어리즘이라는 혹독한 딱지를 붙여가며 문재인 정부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도약을 꿈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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