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은 오래된 사회 의제 중 하나이다. 그러나 최근 2~3년 사이 여성혐오가 온/오프라인에서 노골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이에 대한 규제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강남역 10번 출구 여성 살인사건, 몰래카메라, #문단_내_성폭력, #우리에겐_페미니스트_선생님이_필요합니다. 해시태그 운동 등 이제 성차별뿐만 아니라 폭력에 노출된 일상을 경험하는 여성들이 여성혐오적인 사회를 바꾸기 위해 문제제기를 하고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10~30대 여성들은 일상에서 경험하는 차별을 말하고 해석의 장을 만들어가려고 한다. 새로운 흐름은 더 이상 차별이 상식이 아닌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자,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본 현장보고서는 2017년 9월 28일 한국여성민우회(이하 민우회) 30주년 기념 토론회에 참관하고 작성한 글이다. 더불어 기념 토론회에 맞춰 발간한 민우회 <2017 성차별 보고서>를 통해 오늘날 여성들의 차별 경험과 언어를 살펴본다.
나여기 캠페인
: 1999년과 2017년, 여성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나
민우회에서는 1999년 <나여기 캠페인>을 통해 학교, 직장, 공공장소, 관청, 가정 등에서 발생한 성차별 사례 2,050건을 수집한 적이 있다. 당시 4월~5월 동안, 450명의 여성이 이 캠페인에 참여했고, 수집 방식은 수첩에 성차별을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수첩기록은 참여자가 자신의 차별을 기록하면서 차별 체감도를 높이고, 동시에 불합리한 상황을 의식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의식화 과정을 목적에 탁월했다. 그로부터 2차 캠페인을 진행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여기 캠페인 2>는 2017년 6월부터 9월까지 진행되었고, 1,257명이 설문조사에, 10명이 심층면접에 참여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수집한 사례는 총 4,788건이다. 주로 서울 및 경기도(72.5%) 거주자가 많으며, 10대~30대가 67%이고 이 중 20대 참여율은 24%로 높다.
1999년과 2017년 한국의 여성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1999년 여성들이 생각하는 성차별 1위에서 5위까지 살펴보면, 1,2위는 가족 내 가사노동에서 이뤄지는 성차별로 명절이나 양육과정에서 겪는 차별이었다. 특히 명절과 제사처럼 많은 노동이 필요한 때에 여성은 주로 일을 하고, 남성은 쉬는 문화가 당시 큰 이슈였다. 다음으로 3위는 학교나 직장, 공공장소에서 경험하는 성희롱으로, 여성이 어떤 상황에 대해 거부의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긍정의 메시지로 생각하는 것을 다루고 있다. 4위는 도로에서, 5위는 학교에서 성차별을 느꼈다.
표1. 여성이 일상에서 느끼는 성차별 순위 (1999년, 2017년)
출처: 한국여성민우회, <2017년 성차별 보고서>, pp.39-40
한편, 2017년 여성들이 성차별을 경험하는 공간 1위는 가족으로, 부모를 대신해서 오빠나 남동생을 챙기거나, 치안을 빌미로 귀가를 단속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 다음으로 2위는 대중교통, 3위는 학교, 4위는 일터, 5위는 대중매체였다. 1위부터 5위까지, 1999년도나 2017년도나 여성들은 가족, 학교, 일터, 대중교통 즉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모두 가장 친밀한 곳에서 성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공간은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 실태조사에 참여한 여성들은 2017년 “한국은 성평등 국가라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 93%가 “아니오”라고 답했고, “예”라고 답한 비율은 2%뿐이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의 여성들은 어떻게 성차별을 경험하고 있으며, 그것을 해석하고 있을까?
차별은 어떻게 혐오의 언어가 되었나
토론회에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현미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발제문 <바로 여기서 차별에 대항 한다: 페미니즘의 대중화와 정동적 전환>에서 오늘날 여성혐오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국의 여성들은 공사영역뿐만 아니라, 친밀한 관계부터 익명적인 사람들까지 광범위하게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일상 곳곳에 만연한 성차별에 대항하는 언어로 여성들은 ‘여성혐오’라는 말을 선택적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여성 개인의 몸을 관통하는 차별의 언어와 규제들, 즉, 외모 지적, 다이어트 강요, 감정노동 요구 등이 심해지면서 ‘여성으로 차별 받은 경험이 없는’ 여성은 존재할 수 없는 사회적 조건을 구성하고 있다. 2017년, 이런 차별을 여성들은 ‘혐오’라고 명명했다. (김현미, <2017 성차별보고서>, p.10)
물론 김현미 교수는 ‘혐오’라는 말이 “타자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내포하기 때문에 대안적 사유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스스로 ‘여성혐오’라는 언어를 전유한 데에는 그만큼 여성의 삶 전역에서 의도적인 여성비하, 협박, 적대감이 증폭했기 때문에 선택적으로 “혐오”라는 말을 통해 차별과 여성성 비하를 드러내기 위한 언어라고 했다.(…계속)
*현장 사진을 포함한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아래의 pdf 파일을 다운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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