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연 내부에서 청년 관련 주제로 회의를 할 때 일본의 청년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된 적이 있었다. 일본에서 2000년대 초반에 성인이 되고, 취업준비를 했던 청년세대들이 겪었던 일들이 현재 한국의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과 모양이 흡사하다는 내용이었다. 가령 청년을 지칭하는 단어가 곧 불안정성을 내포하는 단어가 된 점이 비슷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유(free)와 아르바이터(arbeiter)의 줄인 말인 일본의 ‘프리터족’과 한국의 ‘달관 세대’ 및 ‘N포 세대’이다. 불안정한 청년층이 두꺼워지고 지금과 같은 상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국가 성장 저해 및 사회 불안 증가 등 여러 측면의 좋지 않은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은 자명하다. 이에 일본의 청년문제가 발생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국내 청년문제의 변화양상을 예측하고, 대책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원래 프리터족은 프리랜서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신조어였는데, 일본의 경제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지며 어쩔 수 없이 프리터족이 되는 청년들이 많아지자 불안정한 고용을 나타내는 말로 변화 되었다. 이는 취업이 어려우니 소비를 줄여 생활하고 더 나빠지지지 않는 것에 만족 한다는 달관 세대와 미래가 불안정해서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집 등 포기하는 것이 N개라는 N포 세대 청년들과 무척 닮아있다. 그런데 일본의 청년세대 중 프리터족 비율이 일본 경제가 나아지고 있는 지금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는 높은 청년실업률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 국내 상황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성장 흐름과 인구구조 변화의 모양이 일본과 비슷한 모양으로 20년가량의 격차를 두고 나타나고 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세대, 88만원 세대

일본과 한국의 청년들은 경기침체기에 비자발적으로 선택했던 불안정한 일자리를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전전하게 되었다. 계속된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들은 인원조정을 원했고, 정리해고 뿐 아니라 신규채용축소로 위기에 대응한 결과 고용상황이 질적, 양적측면 모두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러한 시기를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겪었고, 이 시기에 구직활동을 했던 일본 청년층을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라고 부른다.

국내에서는 2007년에 출간된 우석훈·박권일의 저서의 제목인 ‘88만원 세대’가 잃어버린 세대에 대응할법한 말이다. 88만원 세대는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와 같이 취업난과 비정규직의 공포에 시달리는 20대 청년층을 일컫는다. 취업 자체도 걱정이지만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대다수가 비정규직에 취업하며, 그 월평균 급여가 88만원이라는 당시의 분석에 따라 88만원 세대가 되었다. 이 세대는 상대적으로 노력이 결실을 보기에 좋은 조건이었던 유년시절에 비해서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한 청년 실업, 불안정한 일자리, 낮은 임금에 비해 높은 교육비와 집값 등 구조적으로 힘든 청년시기와의 너무 큰 온도차로 인해 최근의 달관세대와 N포세대로 발전하였다.

경기가 좋아지면 청년문제 대다수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 여기는 의견도 있지만 일본의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다. 일본 노동력 조사를 활용해 분석한 조사를 보면 10% 후반대였던 청년층의 취업자 중 불안정 고용비율이 2000년대에 30% 후반까지 치솟았고, 근래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실업자 중 장기실업자의 비율이 기존에 10%수준이었던 것이 2000년대 초반 20%까지 증가하였고 최근까지 해당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2004년 게이오대학 가계패널조사를 활용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20-24세 프리터족이 5년 후에도 프리터족으로 남아있을 확률은 60%에 가까워 경제적으로 나아지고 있는 근래에도 이들의 상황은 여전히 잃어버린 20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출처 : 류상윤(2016) 우리나라 청년실업문제 일본 장기침체와 닮은 꼴, LG경제연구소)

일본과 국내 상황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비정규직 취업자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2014년 8월 607만 7천 여명에서 2015년 8월 627만 1천 여명으로 증가하였다. 임금수준은 2015년 8월 기준으로 정규직이 약 269만 6천원 인 것에 비해 비정규직은 약 146만 7천원으로 정규직 임금대비 54% 수준이다. 또한 2013년 OECD에서 조사한 ‘비정규직 이동성 국가별 비교’에 따르면 국내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OECD평균인 53.8%의 절반도 되지 않는 2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은 증가하고 있고, 임금격차는 벌어지고 있으며, 안정된 직장으로 가는 문조차 좁다. 이런 현 상황에서 경기가 회복되었을 때 일본의 상황보다 나을 것이라고 기대 하는 것은 어렵다.

 

Lost Stars

원래 ‘잃어버린 세대’라는 명칭은 기존사회에 속하지 못하고 소외되어서 방황했던 제 1차 세계대전 후에 미국의 지식계층 및 예술파 청년들을 의미했다. 이 세대는 전쟁의 결과로 인한 경제적인 번영과 물질주의가 우세한 사회 풍토에 환멸을 느끼고 유럽으로 넘어가 쾌락적이고 허무맹랑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일본에서 쓰인 단어는 장기 불황 속에서 경제적,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한 청년층의 상실감을 중심으로 나타낸 말로 정 반대 상황을 의미했다. 두 상황에서 공통적인 것은 기존 사회에 안착하지 못했다는 상실감과 우울함이 기본적인 정서가 되어 청년들이 자포자기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청년들은 할 수 있는데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청년문제를 들여다보면 정답이 없기 때문에 청년들도 헤매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높은 구조적 장애물에 부딪혀 목표와 희망을 잃어버려서 달관하고 포기하는 것이다. 일도 하지 않고, 어떠한 교육 및 훈련도 받지 않고 있는 니트족이 10년 새에 2배 넘게 증가한 것을 보면 이들의 심적 무력감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니트족이 되어 장기간 숙련과 자본 축적을 하지 못한 계층은 고령 빈곤층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다. 일본의 사례에서 타산지석을 삼아야 할 것은 청년들에게 당장의 일자리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힘든 시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청년들이 희망을 갖고 포기하지 않게 하도록 응원하고 격려하는 사회분위기도 실질적 정책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무관심 혹은 스스로 자구하라는 채찍질은 폭력과도 같다. 어둡고 긴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이세대의 청년들에게 터널에도 끝이 있다는 별빛을 선물하자.

 

hwbanner_610x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