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펀치(490) 20대와 투표, 그 상관관계에 대하여

위클리펀치(490) 20대와 투표, 그 상관관계에 대하여

By | 2018-06-29T17:02:56+00:00 2016.01.20.|

지난 18대 대선 투표율과 캠페인 등을 살펴보다가 문득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투표장려 캠페인들이 여러 차례 진행되었음에도 왜 20대의 투표율은 여전히 가장 낮은가?’
‘정말로 정치에 대한 관심은 화창한 날씨를 이길 수 없는 것인가?’

생각하다 보니 정말로 궁금했다. 20대들은 왜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일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위의 두 문장은 각각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그리고 2항이다. 두 조항은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대부분의 나라가 정당정치로 대표되는 대의민주제를 채택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대의민주주의는 국민이 법률 등의 국가정책을 직접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은 국가정책을 결정할 대표자를 선출하고,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대표자로 하여금 임기 동안 국가정책의 결정과 집행을 담당하게 하는 통치형태원리이다.(박경철, 대의민주주의국가에서 직접민주제적 제도의 헌법적 의미, 2005) 이 체제 아래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투표 참여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출된 대표자들은 자신에게 표를 주는 사람들을 대변하게 된다. 바꿔 말하면 자신에게 표를 주지 않는 이들의 의견은 정치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특정 세대의 낮은 투표율은 대표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할 필요성을 부여하지 않으므로, 해당 세대의 의견은 대변되지 못한다.

 

그림1. 최근 선거의 연령대별 투표율 변화
wepu_pic1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18대 대통령선거 투표율분석, 2013

 

최근 대한민국에서 실시된 선거의 투표율을 살펴보면 눈에 띄는 공통점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20대 청년층이 가장 낮은 투표율을, 50-60대가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의사결정과정에 있어서 특정 세대의 목소리가 대한민국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게 될 것이며, 낮은 투표율을 보이는 세대의 이익은 대변되지 못하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미 취업, 주거, 복지 등에서 ‘삼포세대’라 불리며 사회적약자의 위치에 있는 대한민국 청년세대가 더욱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현재의 청년들이 앞으로 20-30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야 할 주요 경제주체자임을 고려한다면, 낮은 투표율로 인해 보호받지 못하는 청년세대의 어려움이 장차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투표를 하지 않는 행위는 단순한 주권 행사 거부의 의미를 넘어 정당정치와 민주주의의 심각한 훼손, 동세대의 입장을 대변 받을 수 있는 권리 박탈, 더 나아가서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하여 ‘20대들이 왜 투표를 하지 않는가’ 라는 주제로 20~25세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 FGI) 를 실시하였다. 이미 기성세대의 필터를 낀 내 생각이 아니라 학생들이 갖고 있는 투표에 대한 시각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포커스 그룹 인터뷰 내용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질문: 투표를 함에 있어 장애물은 무엇이 있을까요?

A: 저 같은 경우는 잘 몰라서

B: 후보 등에 대한 정보의 부재

C: 20대들은 타지에 나와있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투표하는 방법이나 그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면 좀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참가자들은 그들이 투표를 하지 않는 주된 이유를 ‘정보 부족’으로 꼽았다. 당혹스러웠다. 선거철이 되면 TV, 인터넷, SNS 할 것 없이 나오는 이야기가 ‘선거’와 ‘투표’에 대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전달되는 정보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아 대답한 것이다. 혹시나 해서 다시 물어봤다.

‘집으로 오는 후보 홍보물을 받아 본 적이 있느냐? 그걸 읽어 본 적이 있느냐?’

읽어는 봤지만 그 말이 그 말 같이 느껴지고,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어 훑어보고 버렸다는 응답이 돌아왔다. 그 속에서 어떤 유용한 정보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순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이제껏 나는 20대의 정치적 무관심이 스스로를 정치적 소외계층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FGI의 내용은 내 생각의 선후관계가 잘 못 되었음을 말하고 있었다. 그들이 정치적 소외계층이 된 것에는 20대의 무관심 이전에 기성세대의 ‘젊은이의 정치적 주권’에 대한 무관심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갓 20살에서 25살이 된 그들의 삶에 우리는 정치와 관련된 기회를 얼마나 제공하였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기성 세대는 그들에게 실질적 유권자가 될 교육을 시키지 않았다. 정치와 사회 그리고 민주주의는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속 단원으로, 수능시험에서의 과목으로만 존재했을 뿐 실제 삶 속에서 시민이 참여하는 정치와 그 효능성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던 것이다.

심지어 아이들이 성년을 지나 유권자가 된 이후에도, 정치와 선거권이 가지고 있는 중요성과 무게에 대한 재교육은 시행되지 않았다. 그러고는 알지도 못하고, 준비도 되지 않은 이들에게 ‘왜 과거에 민주화 운동을 통해 어렵게 얻어낸 민주주의, 선거권을 가볍게 보느냐’ 라고 질책만 한 것이다. ‘망고’라는 과일을 책에서만 본 어린아이에게 실물 망고를 던져주고, 어떻게 먹는지 가르쳐 주지 않고 ‘왜 힘들게 사왔는데 먹을 줄도 모르냐’고 탓만 한 것이다. 먹고 싶어도 먹을 줄 몰라 자연스럽게 망고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줄은 생각지 않고 말이다.

캐나다에서는 투표 연령이 되기 전 아이들의 시민교육의 일환으로 ‘Student Vote’ 라는 모의투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는 실제 선거기간과 동일하게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실제 투표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학생에게 정치에 대한 지식과 선거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예비 유권자로서 정치에 대한 토론을 펼치기도 한다. 2011년 선거기간에는 3,750개의 학교, 563,000명의 학생들이 실제 모의 투표를 하였으며, 이 프로그램은 정치에 대한 관심과 투표가 시민의 의무라는 믿음을 제공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 받았다.

2016년 총선이 채 100일도 남지 않았다. 총선 이후 우리는 또 낮은 투표율을 이유 삼아 투표하지 않는 자들, 특히 ‘젊은이들’ 탓을 할지도 모른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를 비난을 앞세우기 보다는 지금이라도 가정과 학교, 사회 속에서 내 아이와 학생, 그리고 친구에게 선거권과 민주주의, 정치적 주권에 대해 미리 교육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준비된 유권자’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이번 대만 총통 선거에 젊은 층의 134만표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2016년 4월 한국에서도 그런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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