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사원

                       옥유림

커다란 나무 위에
둥지를 꿈꾸던 새

쉬지 않고 날다 지쳐
임시 둥지 틀었다

작은집
휘청거려도
다행이라며 웃는다

 

임시 둥지 인턴십

위 시는 2014년 시조시학에 실린 옥유림 시인의 <인턴사원>이라는 시이다. 처음 이 시를 접했을 때, 취업준비를 하며 매일을 초조하게 보내던 때가 생생하게 기억났다. 대학원 졸업 후 1년에 2번 있는 공채를 꼬박 준비했었다. 1년 동안 100번이 넘는 이력서를 냈고, 100번이 넘는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초반에는 굴지의 대기업을 목표로 파이팅을 외쳤으나 불합격 통지 메일이 쌓여 갈수록 이 넒은 서울, 이 많은 빌딩 중 내 책상과 의자는 없다는 상실감에 청계천을 하염없이 걷기도 하였다.

이렇게 쉬지 않고 신규 공채 합격을 목표로 날다 지쳐서 임시 둥지를 트는 곳이 계약직원이나 인턴십이다. 경력도 쌓고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추가하기 위해 인턴십을 지원하게 된다. 특히 대기업에서 실시하는 인턴십이나 정규직 전환기회가 있다는 한 줄의 부연설명이 붙으면 경쟁률이 신입 공채만큼 올라갔다. 하지만 어렵사리 인턴십 기회를 얻더라도 막상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턱없이 낮았다. 인턴십은 일자리 사다리의 초입이나 준비기간이 아닌 말 그대로 ‘임시 둥지’인 것이다.

 

인턴십의 부작용, 열정페이

인턴십에 대한 인식이 임시 둥지로 바뀐 것은 비교적 근래의 일이다. 인턴은 원래 병원의 수련의에게만 사용되던 용어였는데, ‘채용 및 취업 과정에서 기업과 구직자에게 현장에서의 미스매칭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그 의미가 확대되었다. 김대중 정부 이후로 청년인턴제도는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해결 정책들 중 중요한 축으로서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로 크게 증가한 인턴십은 신규채용을 줄이는 노동시장의 상황과 엇나가면서 악용되기 시작하였고 본래의 좋은 취지를 잃어버렸다.

올해 7월 고용노동부는 보도 자료를 통해 중소기업청년인턴제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사실을 밝혔다. 보도 자료에서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기업이 인턴들을 신규로 채용하지 않고, 지원금을 받기 위해 인턴을 반복해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는 청년인턴제를 실시하는 기업은 인턴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정규직으로 채용할 경우 신규채용 후 6개월간 지급되는 65만원의 임금보조금 정도가 정규직 전환을 독려하는 수단이다. 그러므로 청년인턴제로 약정된 기간인 6개월이 지난 후에 반드시 정규직 채용으로 연결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오히려 인턴을 새로 고용하는 것이 지원금 수령 측면에서는 이익이다.

이미 구직자에게 불리한 구조로 시작이 된 청년인턴제는 불황과 함께 ‘열정 페이’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정규직 전환문제만큼 화두에 올랐던 것이 인턴업무 내용이었다. 인턴십 기간에 인턴에게 현장업무를 가르치며 직업훈련을 하기 보다는 분야와 관련이 없는 잡무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업무를 떠맡기는 형태가 많았다. 기업들은 인턴십 지원 경쟁률이 높아진 만큼 대체 인원이 많아졌고, 자신의 목표를 위해 지원해서 시작했으니 저임금과 잡일은 감수해도 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또한 기간마다 새로 인턴을 뽑는데 짧은 기간에 양질의 직업훈련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열정페이는 청년구직자들의 불안함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열정을 인질로 삼아 그 ‘열정에 대한 경험’을 임금 대신 준다는 뜻이다. 열정페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이상봉 디자이너가 견습생과 인턴에게 월급을 10만원, 30만원이라는 최저임금과 비교하기도 민망한 임금을 준 사건과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에서 수습직원 11명을 2주간 채용 후 전원 해고한 사건을 들 수 있다. 열정페이가 비난을 받는 이유는 입지가 있고 생계가 안정적인 사람들이 아닌 청년구직자들의 간절함을 인턴십 제도를 통해 단순히 이용만 했기 때문이다.

 

임시둥지가 아닌 준비둥지로

실업률이 낮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청년들은 아직도 졸업을 유예하고 안정된 일자리를 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취업준비생으로 남는다. 그 이유를 지난 11월 19일, ‘청년 니트족’을 주제로 한 새사연 확신광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던 강연 후 참여자들의 열띤 토론에서 청년 당사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많은 수의 대졸자는 학자금 대출을 받기 때문에 졸업을 하고 나면 빚을 상환해야 한다. 또한 서울기준으로 독립 및 결혼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계약직이나 중소기업의 임금은 부족하다.  따라서 학생 신분을 1~2년 유예하더라도 대기업 혹은 정규직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기업들의 채용상황이 극적으로 좋아지지 않는 한 지금의 실업난은 지속될 전망이다. 냉혹한 노동시장의 상황을 체감하고 있는 청년구직자들은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인턴 경력을 넣기 위해 열악한 상황을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인턴십에 지원할 것이다. 둥지가 아예 없는 것 보다는 임시둥지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기업은 이와 같은 청년의 불안함을 발판삼아 인턴제도를 이용, 노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여 이윤을 유지하거나 늘린다. 기업과 구직자 간 좋은 관계를 장기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악덕기업들을 모니터링하고 처벌하는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인턴제도를 실시하는 본래 의도로 돌아가야 한다. 인턴십이 임시 둥지가 아닌 준비 둥지로서의 역할을 되찾아야 잦은 이직 및 불안정 고용에서 오는 저숙련화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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