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4일~16일 서울시, 서울연구원, SH공사, 세종대학교, 오사카대학교가 공동으로 주최해 ‘동아시아 주거복지 컨퍼런스’가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함께 사는 사회-가난한 사람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열린 이번 컨퍼런스에는 한국을 비롯한 대만, 홍콩,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주거 관련 학자와 공무원, 민간단체 활동가들이 참석해 각 국의 주거문제를 발표하고,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했던 다양한 노력과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주거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대안 중 청년과 사회주택을 키워드로 본 컨퍼런스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슈진단은 총 2회 연재됩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 주거권 보장과 한국사회의 주거불평등 완화를 위해서 활동하는 청년 단체입니다. 제도 개선을 위해 교육, 연구, 캠페인 등 활동을 하고 있으며 청년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달팽이집을 공급해 새로운 사회주택을 공급하고자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필자 주)

 

동아시아 주거문제의 공통적인 양상

동아시아 지역은 현재 다양한 주거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저소득 가구, 철거민,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주거문제와 더불어 청년계층과 같이 사회경제적 변화로 인해 새롭게 주거문제의 당사자로 대두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과거 주택부족으로 인해 물리적인 주택의 공급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였다면 현재는 노후주택과 빈 집에 대한 관리·감독과 부담 가능한 주택의 공급, 수요자의 특성에 기초한 맞춤형 주거 정책의 수립, 주거 문화와 환경의 개선 등으로 양상이 복잡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다양화되고 복잡해지는 주거문제를 해결할 주체는 누구인가? 동아시아 지역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주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룩하였고, 일본에 이어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대표되는 동아시아 지역의 성공은 눈부신 성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급격한 경제성장과 도시화 과정에서 도시 빈민·철거민 문제가 발생하였고, 자생적 주거 공동체는 도시 개발을 통해 파괴되었다. 고도성장시기가 끝나고,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존에 부각되지 않았던 청년계층과 같은 새로운 주거문제의 당사자들이 부각되기 시작하였고, 저임금 불안정 노동시장으로 인해 사회경제적 기반이 파괴된 이들은 거주의 안정성마저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1차적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해야 할 공공의 역할은 동아시아 지역 내에서 현재 부재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그림1. 홍콩의 지역별 계층화와 도시 과밀화(주거복지 컨퍼런스 발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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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지역은 다양한 양상의 주거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공간이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는 자연스럽게 비도시지역보다 주거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배경을 지닌다. 즉, 도시지역의 주거문제는 공공의 제도와 정책을 통해 세심하게 조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동아시아 개발 체제에 내재되어 있는 ‘투기적 도시화(Speculative Urbanisation)’에 따라 도시 공간은 이익 추구를 위한 개발 욕망의 공간으로 변질되었다. 자본의 투기로 인한 도시 재개발은 도시 과밀화와 기존 거주민의 주거안정을 위협하며, 필연적으로 이주의 문제를 발생시킨다.

도시문제로 대표되는 동아시아의 주거문제에 있어, 공공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동아시아 주요국가의 주거정책은 주택 매매를 통한 자가 촉진정책이었고, 이를 통해 국가 경제의 활성화를 꾀하는 동시에 주거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환원시켰다. 주거복지정책의 근간이 되는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을 보더라도 한국과 일본이 이제 5%를 갓 넘은 수준이며, 이제 논의가 시작된 대만의 경우 0.08%에 지나지 않고 있다.

 

그림2. 대만의 사회주택 비율(주거복지 컨퍼런스 발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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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민간임대주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정부를 통한 민간임대시장에 대한 관리·감독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저소득가구·노인·노숙자·청년 등 다양한 주거복지수요계층의 특성에 따라 필요한 지원정책 역시 수립되지 못하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 사례

경제개발시기, 동아시아 지역의 국가 및 도시들은 주거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였고, 상당한 경제적 성장이 이루어진 지금에 와서는 다양화 되는 주거문제에 대해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주거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개인의 책임이 아닌 한 사회가 가진 사회경제적 구조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면, 공공 부문에서 책임감 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현 시기 공공부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각 국가별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