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시평] ‘규제 완화 폭탄’ 최경환이 더 문제다

[정태인시평] ‘규제 완화 폭탄’ 최경환이 더 문제다

By | 2014-11-20T15:06:57+00:00 2014.06.24.|

안녕하세요? 경제의 흐름을 짚어 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경제일지를 만들려고 인터넷에서 신문들을 뒤적이니 온통 걸리는 건 ‘문창극’이라는 이름입니다. 문창극과 ‘국가 개조’일제 강점기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인식, 심지어 6.25 한국전쟁에 대한 종교적 해석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의 경제관 또한 문제입니다.
2010년 3월 15일 자 ‘공짜 점심은 싫다’라는 그의 칼럼을 읽어 보시죠.[관련 글] (☞ [문창극 칼럼] 공짜 점심은 싫다) 우리는 문창극 후보자가 새누리당과 주류경제학계에서도 보기 드문 철저한 시장주의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복지국가를 비판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문구, “공짜 점심은 없다”(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까지 스웨덴의 위기를 비판할 때 ‘스웨덴 병’과 함께 인기를 끌었던 말이죠)를 아예 철학적 차원으로 승화시켜서 “공짜 점심은 싫다”까지 나아갔다고나 할까요? 요컨대 가난한 사람이건, 부자건 ‘공짜 점심’을 거부해야 한다는 겁니다. 아이에게 무엇을 먹이건 밥은 부모의 책임이라는 겁니다. “부자는 무상급식에서 빼자”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주장 역시 우파 포퓰리즘으로 비판합니다. 한마디로 지극한 시장주의입니다. “시장에서 나타난 결과는 객관적이고 각 개인이 선택한 결과이므로 마땅히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질투와 시기의 산물이다. 무상으로 표현되는 어떤 재분배정책/복지정책도 개인의 인센티브(일할 의욕)를 떨어뜨려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거죠. 이런 분이 총리가 된다면 박근혜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나 ‘국가 개조’가 어떻게 진행될지 능히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세월호 아이들의 죽음까지 ‘혁신’과 ‘개조’를 명분으로 규제완화와 민영화에 악용되겠죠. 최경환이 더 문제다하지만 경제 문외한인 문창극 씨가 구체적인 악행을 저지르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 면에서 더 큰 문제는 최경환 부총리 후보자입니다. 그는 6월 13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부동산이 불티나게 팔리고 프리미엄이 붙던 ‘한여름’이 아니고 ‘한겨울'”이라며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 입으면 감기 걸려 죽지 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 다름 아닌 총부채상환비율(DTI)와 주택담보 비율(LTV) 얘깁니다. 은행에서 빚을 얻을 때 사려는 집값의 일정 비율 이상은 안 되며(LTV) 원리금 합계가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어서도 안 된다(DTI)는 은행 대출규제를 문제 삼고 있는 겁니다. ▲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연합뉴스LTV와 DTI에 관해서는 저도 개인적으로 추억이 많습니다. 우선 제가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경제비서관(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차장)일 때 이 정책 수단이 처음 제기 됐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2005년 경제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부동산 경기 과열이었습니다. 당시 핵심 문제는 제가 대통령에게 설명 드렸듯이 “공급을 늘리는데도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그보다 빨리 수요곡선이 오른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 즉 투기수요 때문”이라는 데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투기수요를 잡아야 했고 그래서 등장한 게 종합부동산세였습니다.

한편 수요곡선의 이동속도는 금융대출이 좌우합니다. LTV와 DTI는 이 속도를 늦추는 정책, 즉 능력이 없는 사람까지 투기에 참여해서 후일 파산하는 걸 예방하는 정책이었습니다. 참여정부는 2006년 11월 이들 금융규제를 도입했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부동산 투기는 진정됐습니다. 어쩌면 건설 및 부동산업자, 정부와 청와대 내의 성장론자, 그리고 주류경제학자들이 종부세를 막느라고 힘을 다 빼서 이 두 정책은 무사통과 할 수 있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LTV와 DTI는 4년 뒤, 2010년 초여름에 다시 한번 화제가 됐습니다. 그 해 7월 20일 이명박 정부의 신현송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은 DTI와 LTV가 “거시 건전성 규제 수단으로서 세계적인 모범 사례”라고 말했습니다(이후 그는 이 주장을 자신의 학술 논문에도 집어넣었습니다).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대 인복이었습니다. 세계 금융위기의 진단과 처방이라는 점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프린스턴대로 스카웃된 학자가 청와대의 보좌관이 된 건 참으로 기이했습니다. 제 의문을 풀어준 건 장하준 교수였죠. 이명박 씨가 현대건설 사장을 할 때 신 교수의 아버지는 부사장이었고, 이후 이명박 씨가 런던에 올 때마다 신 교수의 집에서 잤다나요(신 교수는 원래 옥스퍼드대 교수였죠). 신 교수는 이명박 씨를 “아저씨”라고 부르는 사이였답니다.이 개인적 인연이 이명박 정부를 수렁에서 구했습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신 보좌관은 2010년 ‘거시 건전성 규제 3종 세트(선물환포지션 규제,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를 도입했습니다. 단기자금의 유입을 줄이는 정책이었죠. 당시에 저는 이 정책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의 이력을 알게 된 것도 “어떻게 이명박 정부에 이런 인물이 있을 수 있나”를 수소문했기 때문이니까요. 신 교수가 LTV와 DTI가’세계적인 모범’이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은 2010년 당시에도 정부 내에 DTI와 LTV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 당시 한나라당 의원 출신인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2010년 7월 14일 “DTI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부동산 경기가 과열됐을 때 쓰는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어 있을 때는 신축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불을 지폈습니다. 당시의 건설업자들, 그리고 대부분의 경제성장론자들의 소원을 대변했던 거죠.
하지만 신 교수가 강력하게 막아서서 이명박 정부에서 이 규제완화 만큼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신 보좌관에게 이들 금융규제는 부동산 대책이라기보다 거시 건전성 규제(세계금융위기 이후 만들어진 용어로 거시 경제의 불안정성을 미리 예방하는 규제)의 의미를 지녔습니다. 만일 2010년 거시 건전성 규제 3종 세트가 도입되지 않고 오히려 최경환 당시 지경부 장관의 주장대로 경기를 살리기 위해 LTV와 DTI를 완화했다면 한국은 이명박 정부 말기, 늦어도 박근혜 정부 초기에 심각한 금융불안에 시달렸을 겁니다. 또다시 4년이 지난 지금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빚내서 집을 사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건설경기로 경제를 살리자, 그런데 공급을 늘리는데도 집값이 오르려면 2005년과 같은 투기수요가 필요합니다. 더구나 그때와 달리, 빚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기꺼이 빚내서 집을 살지 의문이니 더 강한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아마 이런 규제완화에도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더 강한 규제완화를 들고 나올 게 틀림없습니다. 최 후보자 말대로 LTV와 DTI는 부동산 과열 때문에 도입된 정책이니 이젠 그 원인이 사라졌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 후보자가 2010년에도, 또 지금도 모르고 있는 것은 거시와 금융입니다. 지금 한국 경제의 최대 복병은 1025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에 도달한 가계부채입니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가구소득은 연평균 4.6%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가계부채는 연평균 8.4% 증가했습니다. 그 결과 가계 부채 비율도 꾸준히 올라 지난해 말 161.3%를 기록했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소비가 늘어날 수 있을까요? 그런데 부동산 투기를 일으켜서 가계부채를 더욱 증가시키겠다는 정책은 당장은 경기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일반 서민은 움직일 것 같지 않고 자산가 계급만 일부 반응을 보일 것으로 보입니다만), 미래의 더 큰 폭탄을 준비하는 거나 다름없는 거죠.<조선일보>는 여야를 막론하고 강봉균, 한이헌, 권혁세 등 과거의 경제 관료들을 총동원해서 부동산 경기부터 살려야 한다고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말기부터 지금까지 부동산 규제는 계속 완화됐지만 아직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니, 이제 마지막 남은 금융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거죠.[관련 기사] (☞ “한국경제 남은 골든타임(선진국 경제로 진입할 마지막 기회) 2년뿐… 不動産부터 살려라”)불행하게도 박근혜의 청와대에는 신현송 보좌관이 없습니다. 지난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을 때 현오석 부총리는 LTV와 DTI의 완화를 슬쩍 흘렸습니다. 당시엔 신제윤 금융감독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일제히 반대에 나섰죠. 가계부채와 은행의 거시 건전성이 문제라는 정답을 들고 나왔습니다.하지만 이번엔 이들도 태도를 바꿨습니다. 신 금감위원장은 침묵하고 최 금감원장은 지난 17일 “LTV·DTI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죠. 불과 4개월 만에 우리 경제에 무슨 큰 변화라도 생겼다는 말일까요? 아니면 최 후보자가 실세이기 때문일까요? 가계소득을 늘려야 할 시점에 가계 부채를 늘리는 정책에 일반 서민들이 현혹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본 글은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칼럼지인 <프레시안 뷰>에 기고되었습니다.<프레시안 뷰>는 조합원만 볼 수 있으나 일부 칼럼을 선별해 전체 공개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글을 보고싶으신 분들은 프레시안의 조합원이 되시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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