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청풍과 (사)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이 함께 준비한 <지역 생존 컨퍼런스>가 지난 11월 7, 8일 이틀간 진행되었습니다. 멀리 미국과 일본에서 찾아와 이튿날 행사인 ‘긴 호흡으로 지역을 바라보는 법’에 참석해준 타일러 범프와 오카베 토모히코의 발표 내용 전체를 두 분의 양해를 얻어 소개합니다.
포틀랜드의 커뮤니티 경제 개발(Community Economic Development in Portland Oregon)
타일러 범프(Tyler Bump) | 전 포틀랜드 지속가능성관리국 선임경제계획자
초청해 주신 청풍 협동조합에 감사드립니다. 포틀랜드에 관해 두 가지 이야기를 드리면서 시작을 하려 합니다.
첫째, 포틀랜드는 하나의 도시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지속가능한 여러 동네들이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으며, 또 상업지구가 상당히 많습니다.
둘째, 포틀랜드에는 15년 전부터 젊은 층이 많이 이주해오기 시작했습니다. 포틀랜드가 합리적인 가격에 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고, 그래서 이들이 새로운 사업들을 많이 시작하고 있습니다.
저는 약 10년간 포틀랜드 시에서 일을 했습니다. 지금은 컨설턴트이긴 하지만 하는 일은 비슷합니다. 커뮤니티가 경제적으로 성장을 하고, 스타트업들이 더 활발하게 일을 할 수 있고, 또 다양한 산업지구나 동네의 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 어떤 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하는가에 초점을 두고 일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는 사람, 장소, 그리고 정책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나눠서 말씀을 드릴 텐데, 이 세 가지가 어떻게 잘 어우러져야 도시가 성공할 수 있는지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포틀랜드는 지역 특산품을 많이 판매하고 있습니다. 신발, 초콜릿, 자전거 등등 소상공인들이 만드는 지역만의 특산품을 상당히 많이 판매하고 있고, 또 그럴 수 있도록 주민들이 기꺼이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와 동네의 이웃들이 지역을 도우려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에 로컬 비즈니스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포틀랜드는 소상공인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로컬 커뮤니티 안에 DIY 사업가들을 비롯한 스타트업 사업가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이러한 소상공인들이 모여서 네트워크와 시스템을 형성하면서 서로를 돕고 있습니다.
또 팝업 공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공터를 사용해서 임시 공간을 만듦으로써 안 쓰던 공간을 다시 활성화시키고 새롭게 복원합니다. 요즘은 포틀랜드가 워낙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팝업 공간으로 쓸 수 있는 곳이 많이 줄어들었고, 그래서 기존 팝업 공간들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건 빈 공간을 활용한 야시장의 풍경인데, 다운타운에서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포틀랜드엔 굉장히 작은 규모의 기업들, 소상공인들이 점차적으로 자신의 비즈니스를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이 구축이 되어 있습니다. 정책적으로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고, 또 은행에서도 돈을 쉽게 빌릴 수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창업 기회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포틀랜드에는 동네마다 작은 상업지구들이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동네마다 어떤 특산품이 있는지, 또 어떤 환경에서 비즈니스가 유지되는지를 확연히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이런 비즈니스들이 저마다 굉장히 독특하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남이 하니까 따라하는 게 아니라 나만의 개성을 잘 살려서 독특한 비즈니스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상업지구마다 많은 축제들을 엽니다. 여름이면 매주 다양한 축제가 열려 사람들이 몰립니다.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포틀랜드엔 길거리 음식이 발달해 있고, 푸드 카트의 진입장벽이 매우 낮습니다. 그래서 레스토랑을 열기 전에 거리에서 푸트 카트로 시작을 합니다. 푸드 카트를 지원하기 위해서 정부에서는 뭘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정부가 빠져주는 게 도와주는 겁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협동조합도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다양한 협동조합들이 들어와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공용 공간들을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공간들은 대부분 비영리 단체들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라틴계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정책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기업들을 참여시키는 건데, 정책을 개발하기 시작하는 단계부터 참여를 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다양한 소상공인과 커뮤니티를 참여시킬 때 그들을 오라고 할 게 아니라 직접 정부가 나서주고 어떠한 니즈가 있는지 들어줘야 합니다. 저도 공무원으로 일할 때 직접 그들을 찾아갔습니다. 로컬 비즈니스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다음에 커뮤니티와 비즈니스들이 어떠한 미래를 구상하고 있는지 들어봐야 합니다. 직접 들어보면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되고, 훨씬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듣게 됩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기업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틀)를 마련해줘야 합니다.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포틀랜드는 다섯 명의 지방의회 의원을 두고 있는데, 이 가운데 한 명이 소상공인을 대표합니다. 그러니까 이 의원이 콘택트 포인트로서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듣는 역할을 전담합니다.
포틀랜드의 종합계획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으로 포틀랜드라는 도시를 어떻게 발전시켜갈지를 그리는 향후 25년간의 청사진입니다. 어떠한 투자와 정책이 필요한지 등이 담겨 있습니다. 일단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모든 기업체들이 규모와 상관없이 커뮤니티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지도는 공간 계획을 나타냅니다. 짙은 선들이 상업지구가 형성된 클러스터들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붉은 원은 상업지구에 더해 다양성이 갖춰져 있는 지역들입니다. 이런 곳들에선 20분만 걸으면 필요한 것을 다 얻을 수가 있습니다.
규정 하나를 읽어드리겠습니다.
“동네 상업지구는 주민에게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네의 특징을 규정하며, 소상공인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도심 일자리의 4분의 1을 창출하며 현금 순환을 촉진함으로써 경제적 혜택을 제공합니다.”
이렇게 정책의 큰 구상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포틀랜드 시와 의회가 미래의 포틀랜드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어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보여주는 문구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포틀랜드가 얼마나 큰 변화를 겪었는지 하나의 사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2009년과 2016년의 모습입니다. 굉장히 많이 변했는데, 이럴 때 사람들은 묻습니다. 누가 혜택을 입었는지, 또 궁극적으로 모두가 함께 번영을 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래서 종합 계획에서 새롭게 도입한 규정이 하나 있습니다. 아파트나 건물을 지을 때 이 가운데 20%는 평균 임금 이하를 버는 저소득층에게 그들이 지불할 수 있는 가격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입니다. 또 이런 건물에도 대기업들뿐 아니라 소상공인들도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이들에게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센트럴 이스트사이드라고 하는, 다운타운에서 멀지 않은 구역이 있는데, 처음 이곳에서 도시재생을 시작했을 때 가난한 예술가들이나 돈이 많지 않은 이들이 부담할 수 있을 정도로 임대료가 낮게 책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실제로 다양한 이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이곳 건물들에는 작은 제조업체도 있고, 디지털 기업도 있고, 오피스 공유 업체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Neighbourhood Prosperity Network’라는 커뮤니티 기반으로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네트워크가 있습니다. 경제 발전을 커뮤니티가 주도할 때는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가령, 지금 일곱 개 지구가 있는데, 각각의 우선 순위가 다릅니다. 어떤 지구에선 젠트리피케이션을 막는 게 첫 번째 관심사고, 또 다른 지구는 소상공인들이 마음껏 날개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게 먼저고, 다른 곳은 젊은 층들이 더 많은 교육을 받고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오늘날 포틀랜드에는 50개의 이런 마을 상업지구가 있고요. 이 안에 약 1만 9,200개의 소상공인들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을 만들기를 건물이 아닌 관계 만들기로 시작하다
오카베 토모히코 | 코토랩 합동회사 대표
일본에서 온 오카베라고 합니다.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보통 자기 마을이 특징이 정말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지역 자원을 찾아내는 게 제 첫 번째 일입니다. 지역 자원을 다른 시점과 사고로 바라봐야 하는데, 단순히 제가 흥미를 느낀다고 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봤을 때도 가치가 있다고 여길 수 있게 만들어 내야 합니다. 이게 두 번째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돈의 흐름이라는 측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속가능한 수입이 창출되는 흐름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친구들을 처음 만났을 때는 요코하마의 고토부키초라는 마을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7년 전부터는 미츠하마라는 곳에서도 일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작년부터는 쿠마가야라는 곳에서도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후카야까지 총 4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요코하마의 고토부키초라는 곳은 2차 세계대전 후 항만에서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들이 살던 도야가이(쪽방촌) 마을입니다. 몇 년 전까지도 쓰레기와 폐차가 마구 버려지고, 경찰조차 순찰을 잘 하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위험하지 않습니다. 일용직 노동자들은 이제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처음 이곳에 주목했던 이유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쓰던 1,500개의 비어있는 방 때문이었습니다. 방 주인들을 찾아다니면서 배낭여행객들을 위한 숙소로 탈바꿈할 수 있게 해달라고 설득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요코하마 호스텔 빌리지’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배낭여행객들은 일본이 굉장히 안전한 곳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타겟으로 해서 호스텔을 만들면 지역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주민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하면서 함께 운영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꾸준한 수입을 얻게 되었고 이를 활용해 다시 마을 주민들을 고용하는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일본은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고 있습니다. 요코하마 호스텔 빌리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선 빈 집과 빈 방이 너무 많아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공간을 활용해 카페도 만들었습니다. 카페를 하겠다는 분들에게 2년 동안 지속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저희는 월세를 받고 이것을 다른 곳에 투자하면서 선순환을 만들어냅니다.
요코하마 호스텔 빌리지 이후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 미츠하마, 쿠마가야, 후카야 세 곳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세 곳은 모두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미츠하마는 항구가 있는 마을입니다. 항구의 기능이 쇠퇴하면서 번화가의 규모가 계속 축소되었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10년 전부터 빈 집을 활용해 가게를 연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도시 재생’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빈 집 은행’을 만들어서 빈 집을 발굴하고 활용 방안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곳에 이주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공간을 소개해주었습니다. 사람들이 이주해오면서 새로운 점포가 많이 들어섰습니다. 지금은 약 40개 점포가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쿠마가야라는 마을인데, 이곳은 일본에서 가장 더운 지역입니다. 시골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시도 아닌, 규모 면에서도 좀 애매한 마을입니다. 또 노인들이 자기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강해서 마을이 쇠퇴하고 있는데도 월세를 깎아주거나 아예 집을 빌려주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다행히 20~30대 젊은층이 ‘우리가 해보자’며 들어와서 네트워크를 맺는 방식으로 20~30년 후 더 좋은 마을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후카야라는 곳은 최근 들어 새롭게 정비가 되기 시작하면서 빈 공간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길게 보자면 50년 전부터 조금씩 진행돼온 변화인데 최근에서야 공터들이 드러나기 시작한 겁니다. 저는 이렇게 발견된 공터들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 구성원의 연령대가 다릅니다. 미츠하마는 30대가 가장 많고, 쿠마가야는 그보다 젊은 20~30대, 마지막으로 후카야는 40~50대 분들이 많습니다(이주자들의 연령대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임).
빈 집에 대한 결정권은 소유주들이 가지고 있는데, 시골의 빈 집이라고 해도 그 소유주들은 대부분 도쿄나 오사카 같은 큰 도시에서 살고 있는 것도 어려운 문제 중 하나입니다.
‘쿠마가야’에서는 여름마다 젊은이들이 주도하는 축제가 열립니다. 마을의 상점들도 다 참여를 하면서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합니다. 마을 주민들이 자립심을 갖도록 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후카야에서 지자체 소유의, 잘 사용되지 않는 큰 주차장을 아이들의 놀이터로 탈바꿈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팀의 리더로 참여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새롭게 발견되는 공터들에 새로운 건물을 짓기보다는 공간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공공적 공간으로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참여해 주시는 분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합니다. 지역별로도 구성원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점들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또 관계 맺기만큼이나 중요한 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던 자원을 발견하고 그것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서 아주 작은 비즈니스로 만들어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일입니다. 사실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지만 의무감에서 억지로 하기보다는 재미를 느끼면서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앞으로도 그러길 바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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