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7일 뉴욕타임즈는 이례적으로 한국어, 중국어 그리고 스페인어 등 세 가지 언어로 동시에 특집기사를 냈다. 뉴욕에서 미용을 위해 손톱 및 발톱을 다듬는 일을 하는 네일 미용사들의 노동환경을 고발한 기사였다. 네일 미용사들은 미숙련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에서 한참 낮은 수준의 시간당 임금을 받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열악하고 불안정적인 근로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 기사의 배경은 한국인 소유의 네일샵들이다. 맨하튼의 네일샵의 70%~80%정도가 한국인 소유의 샵이며, ‘열악’하고 ‘불안정’적인 근로환경은 바로 이곳에서 비한국인 노동자에게 주어지고 있었다. 노동자의 인종에 따라 비한국인에게는 꺼려하는 업무를 주거나, 팁을 많이 받을 수 없는 중심가에서 먼 곳으로 파견하는 식으로 차별이 자행되고 있었다. 그 결과 한국인 네일미용사와 비한국인 네일미용사의 임금차이는 15%에서 최대 25% 정도로 나타났다. 이 기사는 SNS 등을 타고 번졌고, 소비자들로 하여금 ‘한국인 소유의 네일샵을 이용하지 말자’는 움직임을 불러 일으켰다.

사실 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비인도적인 행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방글라데시 최대 의류 제조업체로 총 17개의 공장을 소유하고 있는 한국 회사인 Y무역의 예를 들 수 있다. Y무역에서 일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노동자들과 한국기업 사이의 갈등은 유명하다.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이고자 무리수를 두고 있는 방글라데시의 의류산업 환경이 그 배경이다. 방글라데시는 생산비를 저렴하게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수출가공지대(EPZ)를 설정하였다. 이 지역에 의류공장을 밀집시켜 국제기준으로 설명하기 민망할 정도로 낮은 수준의 임금을 주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장들은 낙후되고 위험하여 거의 매년 화재 및 붕괴 사고를 일으켜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친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 Y무역 역시 개선하려는 고민 없이 그대로 편승했다. 그 결과 노동자들을 최저임금 및 수당 문제를 둘러싼 노동자들과 Y무역 간의 충돌이 2008년부터 수차례 발생한 바 있으며, 2014년에는 현지 경찰과 노동자들의 대치 중 총격으로 인한 사상자가 나오는 참극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국내언론은 이를 임금인상방법을 ‘오해’해서 비롯된 충돌이었다며 기업 측 입장을 중심으로 보도하였다. 사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없었으며, Y무역이 세계 2위의 의류생산국 방글라데시에 가장 많은 공장을 갖고 있는 유명 브랜드 생산을 책임지는 최대 기업체라는 부분만이 강조되었다. 하지만 이후 파견된 조사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방글라데시 의류공장의 상황은 저임금과 장시간노동, 그리고 위험한 작업현장의 크고 작은 사고들로 얼룩져 있었다. 노동자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해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공장의 안전기준을 강화하기로 국가차원에서 발표를 하였지만, 기본급을 올린 대신 수당을 낮추어 기대치보다 낮은 월급이 나왔다. 그러자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노동자들은 다시 거리로 나왔고, 한국기업의 공장을 보호하는 방글라데시 경찰의 총에 맞는 비극이 발생했던 것이다.

앞서 살펴본 두 사례를 통해 공통적인 그림자를 발견할 수 있다. 기업(혹은 네일샵 주인)이 저렴한 비용을 들여 더 큰 이익을 얻고자 노동자들의 어려운 상황을 이용해 극단적인 희생을 강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완제품만 보는 소비자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슬그머니 가게 안쪽과 외국으로 숨겼다. 뉴욕시내에서 스타벅스보다 많다는 네일살롱의 수나, 설립이래로 적자가 한 번도 없었다는 Y무역의 눈부신 성과는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세워진 기록이다.

한국기업들은 기억해야만 한다. 우리나라에도 80년대에 그린빌화재사건이 있었고, 90년대에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이 있었다. 그린빌 화재사건은 1988년 안양시에 위치한 그린빌 봉제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서, 직원들은 발주량을 맞추기 위해 밤늦게까지 일을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공장주는 관리차원에서 밖에서 쇠창살을 내리고 문을 잠궜는데, 화재가 났을 때 아무도 대피하지 못해 28명 중 22명이 사망한 사고이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은 부실공사 및 무리한 개조 때문에 건물이 붕괴된 사건이다. 붕괴되기 하루 전부터 옥상에 균열이 생기는 등의 문제가 발생되었으나, 영업을 무리하게 지속하여 막대한 인명피해를 일으킨 사건이다. 이 두 사건은 부실하게 확대한 무허가 건물에 의류공장을 세웠던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붕괴사건을 연상시킨다.

이처럼 ‘더 싸게, 더 많이’는 노동자들의 저임금문제를 발생시킬 뿐 아니라 초장시간노동을 하게 하거나 안전 불감증에 걸리게 한다. 생산지와 소비지의 괴리는 그 결과의 참혹성을 보기 어렵게 한다. 미등록 이민자를 포함한 초기 이민자들의 불리한 상황을 이용하여 저임금도 모자라 오히려 훈련비용을 받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뉴욕시의 네일샵이 그 중 하나이다. 또한 국제경쟁력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외국기업을 유치하고자 자국민의 희생을 외면하는 방글라데시의 의류산업이 다른 하나이다. 그리고 뉴욕 네일샵의 주인과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의 대표기업에 우리나라가 앞장서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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