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근혜 정부는 ‘장기입원환자의 본인부담금 인상정책’을 들고 나왔다. 까닭은 이렇다.
“한국은 OECD에 비해 입원일수가 너무 길다. 즉 불필요한 장기입원이 많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장기입원자가 내야할 비용을 올리는 것이다.”

합리적인 근거라고 보기 어렵다. 올바른 접근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정말로 입원일수가 긴가? 이중 불필요한 장기입원은 얼마나 되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어느 문제에 개입해야 할 것인가?”
이번 정부 정책은 이와 같은 ‘정책 ABC’를 전혀 따르지 않았다. 하나하나 따져보도록 하자.

한국의 평균 입원일수는 매우 긴 편이다. 2012년 기준 16.1일로 31.2일을 기록한 일본 다음으로 긴 수치이며, OECD 평균 8.8일의 2배에 육박한다. 하지만, 통계 속에 숨겨진 진실을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입원일수 증가의 원인은 폭증하는 ‘병상 수’에 있다. 아래 그림을 비교해보자. 일본의 병상-입원일수는 동일하게 높으나 점차 감소추세를 나타내고 있고 이는 OECD 전체와 비슷한 양상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병상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에 비해 입원일수는 오히려 크게 증가하고 있지 않다. 즉, 가장 큰 문제는 병상공급 증가인 것이다.

OECD 국가와 일본, 한국의 평균입원일수와 병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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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OECD 통계 웹페이지 검색. http://stats.oecd.org/#. 검색일 . 2015.0302

불필요한 입원여부도 입원일수가 길어지는 이유 중 하나이다. 정부는 일단 15일 이상은 불필요한 입원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15일 이상인 경우 특정 질환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상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과연 사람들이 불필요한데도 입원을 한다는 게 사실일까?

불필요한 입원은 개인에게도 매우 큰일이다. 입원하는 순간 많은 비용이 발생하며 (설령 건강보험이 잘되어 있다고 해도 대부분 간병비, 선택진료비, 병실차액, 그 외 잡다한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일상생활을 못하게 되어 소득이 줄어들 뿐 아니라, 장기 입원이 실직으로 이어질 가능성 역시 높다. 그렇다면 이런 악조건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장기입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큰 이유는 집에서의 요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신체동작에 장애가 있는 노인들은 급성기병상(외래와 장기요양병상을 제외한 30일 이하 단기간 내 의료서비스를 제고하기 위한 병상.)에서 퇴원하면 쉽게 갈 곳이 없다. 요양병원이 대안으로 존재하기는 하지만 현재 요양병원은 대부분 시급한 치료와 요양이 동시에 필요한 노인환자들이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입원을 해야만 쉴 수 있는 노동환경과 보험금이 나오는 민간보험도 주요 원인이다. 무엇보다 과도한 병상을 보유한 의료공급자들이 장기간 입원이 필요한 시술과 입원치료를 강요하는 것이 크다. 자, 어떠한가? 과연 실제 ‘불필요한’ 장기입원은 존재하는가?

마지막으로 정책수단을 살펴보자. 한국 의료정책을 지탱하는 단 하나의 수단은 가격정책이다. 그중에서도 환자 본인부담금을 올리는 것이 의료량 통제의 유일한 방법이다. 그때마다 OECD가 거론되는 것도 같다. 한국과 OECD는 매우 묘한 관계이다. OECD 국제비교에서 가장 심각한 노인빈곤율, 자살율, 가장 낮은 출산율, 가장 긴 노동시간, 가장 긴 학습시간 등은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가 필요한 정책을 추진할 때 OECD는 금과옥조가 된다. 장기입원, 경증질환 병의원 이용률 등에서 국민 부담을 높이려고 할 때 항상 동원되는 것이 OECD 통계이다. 하지만 이 OECD에서는 장기입원일수를 낮추기 위한 방법을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대부분 국가들은 진료의 질을 유지 또는 개선시키는 동시에 병원 평균재원일수를 감소시키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이 두 가지 목표 달성을 위해 임상적 차원, 서비스 차원, 제도적 차원에서의 다양한 정책적 선택이 가능하다(Forde, forthcoming). 병원 부문의 의료의 질 개선에 초점을 둔 덴마크의 개혁 사례와 같이 병원 병상 수를 전략적으로 감축하고 지역사회 기반의 서비스를 개발하면 병원 평균재원일수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OECD, 2013d). 덜 침습적인 외과수술의 시행 장려, 병원 지불방식으로의 변경, 환자들이 집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기퇴원 프로그램의 확대, 병원이 진단 및 치료 경로에서의 진료 조율을 개선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병원 평균재원일수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Borghans et al., 2012).“

이 중 그 어디에도 환자 비용부담으로 의료량을 통제하라는 권고사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공급자를 어떻게 효율화할 것인지를 권고할 뿐이다. OECD를 참고하려거든 제대로 참고해야 한다. OECD가 잘못된 정부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한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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