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포 세대란 말이 유행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의미의 이 용어는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어려운 삶을 반영하는 단어로 많이 쓰이고 있다. 이와 함께 ‘내 집 마련’의 소망 역시 청년들에게 있어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더욱 더 이루기 힘든 것이 되었다. 높아질 대로 높아진 도시의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청년들은 안정적인 주거의 꿈마저도 빼앗기고 있다.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4가지없는 청년세대

연애, 결혼, 출산, 그리고 가족과 함께 거주할 안정적인 주거 공간은 청년 세대가 그들의 부모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꿈이다. 지금 청년들의 부모 세대는 힘들고 고된 시기를 거치며 이 4가지를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러므로 청년들이 ‘포기하는 것’이란 그들의 부모가 획득하고자 했고 달성할 수 있었던 ‘그들 부모의 꿈’에 비춰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청년들은 그 꿈을 자의적으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타의적으로 포기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청년들의 삶이 그저 다른 선택이 아닌 포기로 인식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이 4가지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인 안정적인 일자리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기에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수도 빠르게 늘어났으며, 기업들은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러한 경제적 상황은 가족과 함께 하는 안정적인 삶을 꿈꿀 수 있게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대외적 요인으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청년들의 일자리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이와 같은 경제적 환경 하에서 기업들이 안정적인 형태의 고용보다는 더욱 유연한, 즉, 해고가 손쉬운 형태의 고용을 선호하면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규 정규직 일자리의 문은 과거에 비해 훨씬 좁아졌다. 반면, 연애, 결혼, 출산을 위한 비용, 그리고 출산 후 육아를 위한 비용은 빠르게 증가했으며, 일자리가 있는 도시의 부동산 가격 역시 빠르게 상승하면서, 청년들에게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은 비용이 지나치게 높거나 어려운 ‘꿈’이 되었다.

청년들의 행복이 모든 세대의 행복이 되는 정책 마련해야

간혹 청년들이 처한 현실에 관해 “쉽고, 돈을 많이 주는 일자리만 찾는 청년들의 인식”이 문제라는 식의 지적을 한다. 하지만 이는 과거와는 다른 경제적 상황, 불안정한 일자리를 통해서는 가족과 함께 하는 안정적인 삶이라는 ‘꿈’을 꾸기 어려워졌다는 ‘그들의 현실’을 너무나 쉽게 무시한 탓이기도 하다. 과거 어느 시기보다 좋은 ‘스펙’을 갖춘 청년들이 여전히 더 좋은 ‘스펙’을 쌓으려고 하는 것은 안정적인 일자리의 아주 좁은 문을 비집고 들어가야만 ‘꿈’을 계속 추구할 ‘가능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문제는 그 문은 더욱 좁아지고 있으며, ‘스펙’을 쌓을 수 있는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는 청년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는 불평등의 확대를 비롯해 많은 사회적 문제를 양산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경제성장 동력을 약화시켜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청년들이 어려움을 독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경기침체는 모두의 삶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청년들의 행복을 위해 다른 세대들의 행복이 포기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금 청년들이 직면한 불행의 원인이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청년들의 증가와 출산율의 감소 등은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다른 세대의 삶의 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청년들이 자초하지 않은, 그리고 이제 청년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정부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경기침체와 경제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청년들이 직면한 현실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자리 질적 측면의 제고가 필요하다. 기존의 일자리 양적 확대 정책은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효과적이 않다. 단순한 일자리 창출이 아닌, 양질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려는 노력, 그리고 생계도 유지하기 힘든 저임금 일자리를 줄이기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노력 등 청년 일자리 전반의 질적 개선을 위한 정책을 통해 정부는 청년들이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도록, 청년들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이 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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