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생 정책의 주요 대상은 혼인청년보다 비혼청년이 돼야 더욱 효과적일 것

 

제목부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2015년 기준 전국 20~39세 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출산율은 30년 전인 1985년의 그것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일단 어떻게 도출된 값인 지부터 알아보자. 먼저, 국가통계포털(http://kosis.kr/)에 접속해서 5년마다 수행되는 인구주택총조사 자료 중 가임기(15세부터 49세까지)의 배우자가 있는 여성수를 5세 단위로 나눠 아래 표와 같이 정리했다.

 

 

다음으로 국가통계포털 인구동향조사 자료 중 해당년도의 어머니 연령별 출생아수를 5세 단위로 구분해 아래 표와 같이 정리했다. 자료에는 어머니의 혼인여부가 기재되지 않기 때문에, 별도로 혼인가구의 자녀를 의미하는 ‘혼인중인 자’ 비율을 해당연도별로 곱하는 방식으로 혼인가구 출생아를 추정했다.

 

 

이제 앞서 산출한 두 개의 표를 활용해서 다음과 같이 혼인가구의 출산율을 계산해볼 수 있다. 예컨대 1980년 15~19세 유배우자 여성 35,512명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34,153명으로 출산율은 96.17%가 되고, 2015년 45~49세 유배우자 여성 1,680,825명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329명으로 출산율은 0.02%가 되는 식이다.

 

 

이 글의 주제인 청년혼인가구 출산율로 논의를 집중하기 위하여 지금까지 논의한 자료를 아래 그래프와 같이 정리하였다. 먼저 동그라미 표식(초록색)은 어머니 기준 청년(20~39세) 혼인가구의 출산율 변화를 나타낸 것이고, 네모 표식(파란색)도 마찬가지로 어머니 기준 가임기(15~49세) 혼인가구의 출산율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세모 표식(노란색)은 언론에서 출산율 지표로 가장 빈번하게 활용하고 있는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당 예상되는 출생아 수)인데 OECD 기준을 활용했다.

 

자료 : 국가통계포털(http://kosis.kr)

 

 

청년혼인가구 출산율은 2015년이 1985년보다 오히려 높아

 

세 출산율 지표는 널리 알려진대로 1980년에 비해 2015년의 출산율이 낮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혼인여부와 관계없이 계산되는 합계출산율이 하향 추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비해, 혼인가구만을 대상으로 산출한 출산율 그래프(동그라미, 네모)는 2005년을 기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특히, 청년(20~39세) 혼인가구 출산율은 반등의 정도가 더욱 강하여 2015년(14.65%)에는 1985년(12.95%)의 수치를 넘어섰다. 청년혼인부부의 2015년 출산율이 1985년보다 높은 현상은 과거에 비해 청년의 출산과 혼인의 상관관계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산율이 역대 최저치를 갱신했다는 언론 보도에 익숙한 상황에서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든지 간에 2015년의 출산율 데이터가 1985년보다 높다는 것은 언뜻 생각해서는 납득하기 쉽지 않다. 이 현상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출산·육아를 선택하는 혼인가구출산·육아를 선택하지 못하는 비혼청년의 분화

 

다음 그림처럼 연령별(20-39세, 15-49세) 혼인가구 출산율에 더해 비혼율 데이터를 추가해보자. 그림의 변화추이를 보면 출산율과 비혼율 모두 공통적으로 2005년부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2005년을 기점으로 혼인가구 출산율과 비혼율은 반등하거나 상승폭을 키우기 시작했다. 2005년 이후, 청년들이 출산·육아를 선택하는 혼인가구출산·육아를 선택하지 못하는 비혼청년으로 빠르게 분화되고 있는 것이다.

 

자료 : 국가통계포털(http://kosis.kr)

 

2005년 이전의 청년들은 그 이후와 비교해서 출산과 관계없이 통과의례로서 혼인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림 2>의 1980~2000년까지의 비혼율을 보면, 소폭의 변동은 있지만 이후와 비교해서 대체로 일정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반대로 혼인율도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한국사회 격동의 20년을 보내면서도 혼인율이 유지되었다는 점은 당시 혼인은 정치경제적 변화에 쉽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암시한다. 즉, 당시 청년에게 혼인은 선택보다 통과의례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러나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포기)라는 말로 상징되듯 2005년 이후부터 청년들은 소위 말하는 결혼적령기에 으레 혼인하는 것이 아니라, 출산·육아를 감당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야 혼인하는 경향으로 변화했다. 그렇기 때문에 2005년 이후, 청년 출산율과 비혼율이 동시에 상승하는 현상을 청년들이 ‘출산·육아를 선택하는 혼인가구’와 ‘출산·육아를 선택하지 못하는 비혼청년’으로 급속도로 분화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지 등 ‘물질적 조건’보다는 딩크(Double Income No Kids)족의 등장과 같이 가치관이나 문화의 변화가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주장하나, 그럴 경우 청년혼인가구의 출산율이 상승하고 있는 점을 설명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논의한 점을 정리한다면, 2015년의 청년혼인가구 출산율이 1985년보다 높은 이유는 청년혼인가구의 출산·육아 환경이 개선되었다고 해석하기보다 청년세대 내에 ‘출산·육아를 선택하는 혼인가구’와 ‘출산·육아를 선택하지 못하는 비혼청년’의 분화가 빠르게 이뤄진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혼인이 더 이상 통과의례가 아닌 상황에서 혼인을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청년은 과거와 유사하게 출산·육아로 이어지지만, 혼인을 선택할 수 없는 비혼청년의 경우 출산율 데이터를 산출할 때 과거와 다르게 분모에서 아예 빠져바리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저출생 대책은 혼인청년이 아니라 비혼청년이 대상이 되어야 더욱 효과적일 것

 

그런데 중요한 것이 혼인가구의 출산율이 아닌, 사회 전체의 저출생 그 자체라면 목표는 혼인가구의 출산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출생을 장려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효과적인 수단은 2015년 출산율이 1985년보다 높은 청년혼인가구보다 출산·육아를 선택하지 못하는 비혼청년 대상 정책이 될 것이다. 경제학에서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있듯이 이미 상당한 출산율을 기록하는 혼인청년을 대상으로 출산을 촉진하기보다 출산·육아를 고려하지 못하는 비혼청년 대상 출산촉진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노파심에 말하자면 현재 혼인청년에 대한 출산·육아 지원정책이 충분하기 때문에 비혼청년에게 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출산·육아 환경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적극 동의한다. 그러나 저출생 해결이 정책의 목표라면 보다 효과적인 대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저출생 대책의 대상은 비혼청년보다는 이미 출산을 완료한 이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예컨대 다음 그림과 같이 지난 7월에 발표된 문재인정부의 첫 저출산 대책도 마찬가지였다. <표 2>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미 출산을 완료한 이들 대부분이 혼인가구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까지 저출생 대책의 대상은 사실상 혼인청년에 집중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출산을 촉진하는 방식이 아니라 출산에 대한 보상에 가까운 방식으로, 비혼청년들을 유인할 수 있는 정책과 거리가 멀다.

 

<그림 3> 문재인정부 첫 저출생대책(2018.07.05.)

자료 :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보도자료(2018.07.05.), 아이 낳고 키우는 2040세대 부담은 낮추고 삶의 질은 높인다

 

그렇다면 비혼청년들의 출산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까. 국내의 출생 대부분이 혼인가구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선 이들이 혼인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지가 우선적으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혼인하지 않더라도 출산과 육아를 선택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혼인제도라는 틀 속에서 현재 출산율이 충분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면 혼인제도로 유입되도록 지원하든가 혼인제도가 아닌 다른 틀에서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으로는 출산·육아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이는 정책이라도 비혼청년들에게 다른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조건(그것이 일자리든 주거든 수당이든)을 제공하는 정책까지 저출생대책의 핵심으로 인식해야 한다. 즉,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정책도 저출생대책의 일환으로 더욱 중요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