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 : 자금이 없는 사람들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서 프로젝트를 공개하면 익명의 다수로부터 소액의 후원이나 투자를 받는 행위
몇 년 전부터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겠다며 시도되는 크라우드펀딩을 종종 보게 된다. 크라우드펀딩이란 자금이 없는 사람들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서 프로젝트를 공개하면 익명의 다수로부터 소액의 후원이나 투자를 받는 행위로 사회적 목적을 가진 경우 소셜펀딩으로 부르기도 한다.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크라우드펀딩은 청년들이 공동으로 거주할 주택의 전세금(이하 보증금 포함)을 펀딩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연이율 기준으로 적게는 2%대에서 많게는 8% 수준(일부 18%)의 이자를 보상으로 내건다. 자체SNS를 통해 단독으로 펀딩하는 경우도 있고 전문 플랫폼을 통해 펀딩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다음은 필자가 기억하고 있는 청년주거 전세금 크라우드펀딩의 목록 중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표 1. 국내 사회적 경제주체의 청년주거 전세금 크라우드펀딩 사례]
국내 사회적 경제주체의 청년주거 전세금(보증금 포함) 크라우드펀딩 : 평균 8,722만원 22개월 만기 연 4.04%(세전) 이율
위 목록은 다음의 기준으로 작성하였다. 먼저 펀딩의 주체로 (예비)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조직 즉 사회적 경제주체로 제한했는데, 최소한의 사회적 목적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추정되는 펀딩을 선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주거문제와 관련해서 부수적인 문제라고 판단하는 인테리어나 시설비, 운영자금이 주목적인 펀딩은 제외하고 전세금이 주된 목적인 건만 추렸다. 2014년 10월부터 현재(2018년 7월)까지 진행된 8개 단체 총 10건의 크라우드펀딩은 평균 8,722만원을 목표로 22개월 만기 연 4.04%(세전) 이율로 시도되었다.
자료 :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좌), 모두들청년주거협동조합(우)
자체SNS : 만기는 길고(보통 24개월 이상), 이율은 저리(연 3.0% 이하)
전문 플랫폼 : 만기는 짧고(12개월 미만), 이율은 상승(연 4.7%~8.0%) 펀딩금액에 따라 상품
자체SNS를 이용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만기는 길고(보통 24개월 이상), 이율은 저리(연 3.0% 이하)인 성격을 띠고 있었고, 전문 플랫폼을 이용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만기는 짧고(12개월 미만), 이율은 상승(연 4.7%~8.0%)하되 펀딩금액에 따라 상품이 추가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 차이는 플랫폼 이용료(결제수수료 2.4~4.0% 추정)의 존재와 전문 플랫폼 내부 정책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사회적 경제주체들이 기존 금융기관으로부터 전세금을 저리로 조달할 수 있다면 크라우드펀딩은 존재할 이유는 거의 없다. 그러나 신생 사회적 경제주체가 기존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그마저도 담보가 확실한 매입자금 대출에 한정되어 전세금은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고 분석된다.
전월세전환율보다 낮은 금리로 펀딩할 경우에 주거비를 낮출 수도
그렇다면 이제 위에서 언급한 자료를 단순화하여, 사회적 경제주체가 크라우드펀딩을 통하여 전세금(보증금) 1억원을 24개월 만기 연 4.0%(세전)로 모을 수 있다면, 실제로 주거비가 낮아질 수 있을 지로 질문을 구체화해볼 수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전월세전환율보다 낮은 금리로 펀딩할 경우에 주거비를 낮출 수도 있다. 이해를 돕고자 먼저 전월세전환율에 대해 설명하려 하는데, 어떤 보증부 월세인 주택 임대차계약을 떠올려보자. 우리는 이 경우 보증금을 올리면 월세가 줄어들고, 보증금을 낮추면 월세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전환비율이 ‘전월세전환율’이라고 불린다. 예컨대 보증금 1천만원을 올릴 경우 월세가 5만원 낮아진다면, 전월세 전환율은 연 6.0%가 되는 식이다. (5만원 * 12개월 = 60만원 | 60만원 / 1000만원 = 6.00%) 실제 2018년 1분기 서울의 1억 이하 주택의 전월세전환율은 6.0%(자료 : 서울부동산정보광장)로서 앞으로 전월세전환율은 연 6.0%이라고 가정하자.
[표 2. 크라우드펀딩 연이율과 시세대비 주거비 부담 관계]
(전월세전환율 : 연 6.0% 가정)
이때의 크라우드펀딩 연이율에 따른 시세대비 주거비 부담 변화는 위 표와 같다. 먼저, 펀딩 이율이 연 0.0%인 경우 사회적 경제주체는 무상으로 돈을 빌려 전세금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주거비 부담은 0원으로 당연히 시세대비 0%이다. 다음으로 펀딩 이율이 연 3.0%라면, 사회적 경제주체는 전세금을 전월세전환율보다 저리(반값)로 조달하여 월세 지출을 하지 않고 이자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시세대비 50%로 주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신혼부부 등이 전세자금 대출을 통해 월세를 지출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자를 부담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그러나 연 6.0%를 초과하는 이율로 펀딩을 하는 경우에는 펀딩 이자가 월세 지출 분보다 커지기 때문에 손해가 발생하기 시작하고, 펀딩을 시도할 가치가 현격하게 낮아진다.
이제 앞서 던진 질문에 대해 대답해볼 수 있다. 사회적 경제주체가 크라우드펀딩을 통하여 전세금(보증금) 1억원을 24개월 만기 연 4.0%(세전)로 모을 수 있다면, 이는 시세 대비 66.7% 가격으로 주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를 통해 청년 거주자의 주거비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즉, 전월세전환율보다 낮은 금리로 펀딩할 경우에 주거비를 낮출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공사)에서 제공하는 전세임대주택의 경우 입주자가 부담하는 전세금에 대한 연이율은 1.5%에서 3.0%인데, 위 표를 기준으로 할 때 입주자는 시세대비 25~50%의 주거비 부담을 진다고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논리다.
물론 [표 1]의 5번 사례처럼 연이율 15.0%, 18.0%로 펀딩을 시도하는 사례도 있다. 이 경우라도 청년 개인이 부담하는 절대적인 주거비는 낮아질 수 있다. 다만 펀딩 이자율과 전월세전환율의 차이가 아닌, 다른 요소로 주거비를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개인당 면적을 쪼개는 방식으로 주거비가 낮아지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10평, 보증금 1,000만원 월세 50만원짜리 주택을 2명이서 각각 5평, 월세 32.5만원씩으로 나눠 부담한다면 개인이 부담하는 월세의 절대금액은 50만원에서 32.5만원으로 17.5만원 낮아진다. 그리고 월세를 지출하고 남은 15만원(32.5만원 * 2인 – 50만원 = 15만원)을 보증금에 대한 이자로 지출할 경우, 연이율 18.0%(15만원 * 12개월 = 180만원, 180만원 / 1,000만원 = 18.0%)가 되는 방식이다. 그렇지만 개인별 주거면적이 10평에서 5평으로 줄어들어든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효한 선택지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공동 거주하는 2명 사이에 발생할 갈등에 대한 비용까지 감안할 경우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자료 : 비플러스, 만인의꿈(좌), 셰어하우스우주(우)
펀딩 자체에 드는 비용(자체SNS), 셰어하우스 운영비를 감안할 때 실질 비용은 높아져
다시 주된 논의로 돌아와서, 지금까지 청년주거지 마련을 위한 전세금 목적 크라우드펀딩을 전월세전환율보다 낮은 이율로 성공할 경우 주거비는 시세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정리했다. 이때 자체SNS를 활용할 경우(연 3.0% 이하), 전문 플랫폼(연 4.7~8.0%)보다 저리로 펀딩이 가능해 일견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자체SNS가 가진 함정이 있다. 바로 펀딩 자체에 드는 비용이다. 예컨대 전문 플랫폼을 활용할 경우 플랫폼 이용료 속에 포함되었을 마케팅, 약정체결, 관리시스템 등에 드는 비용을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데 이를 감안할 경우 실질 비용은 더 높아질 것이고 단순히 저리라서 유리하다고 말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자체SNS냐 전문 플랫폼이냐를 떠나, 전세금 크라우드펀딩은 방은 따로 쓰되 거실, 부엌, 화장실 등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 방식의 거주를 전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잦은 공실관리, 입주자 간 갈등조정 등에 필요한 운영비용을 감안해야 한다. 셰어하우스 위탁운영비로 임대수입의 15~25%가 책정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비용을 감안할 경우 실질 비용은 한층 더 높아진다. 공공임대주택을 사회적 경제주체에게 위탁운영하는 ‘사회적주택’의 경우사회적 경제주체의 운영비로 월세 시세의 20%가 책정된다는 점도 참고할 수 있다. 지금까지 논의한 제반 여건을 고려할 때, 입주자에게 시세 80% 수준의 임대료를 부담하게 하려면 전세금 크라우드펀딩은 최소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실질 비용을 감안할 때 청년주거 전세금 크라우드펀딩은 전문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연 3.6% 이하, 자체SNS를 활용할 경우 연 1.6~2.4% 이하가 되어야 주거비를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
먼저 입주자는 부담하는 시세대비 80%의 임대료는 사회적 경제주체의 수입이 된다.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되었다는 서울시 사회주택이 시세 80% 이하라는 점, 행복주택이 시세 72%(사회초년생)~80%(신혼부부)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선택한 기준이다. 이 수입에서 시세 20%에 해당하는 셰어하우스 운영비를 뺄 경우가 크라우드펀딩의 최대비용이 된다. 전월세전환율 6.0%를 가정할 경우 아래 표와 같이 계산하여 이 비용은 연이율 기준으로 3.6%가 도출된다. 이는 전문 플랫폼을 활용할 경우 지출가능한 최대수준일 것이다. 그리고 자체SNS를 활용할 경우에는 펀딩 자체에 드는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정확한 기준을 책정할 수 없어, 전문 플랫폼 결제수수료(2.4~4.0%)의 1/2로 가정했을 때, 이를 제외한다면 연 1.6~2.4%를 도출할 수 있었다.
[표 3. 크라우드펀딩 방식별 유효 연이율]
결론적으로 실질 비용을 감안할 때 청년주거 전세금 크라우드펀딩은 전문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연 3.6% 이하, 자체SNS를 활용할 경우 연 1.6~2.4% 이하가 되어야 사회적 경제주체가 지속가능한 수준에서 청년들의 주거비를 인하할 수 있는 펀딩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물론 펀딩 그 자체나 주택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생길 수 있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감안하지 않았고, 여러 가지 가정 하에서 도출된 결과라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 결과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청년주거 전세금 크라우드펀딩’ 중 상당수는 주거비 절감 효과가 작거나, 사회적 경제주체의 경제적인 희생이 전제되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수준보다 낮은 금리로 펀딩이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 펀딩 참여자에게 경제적 동기 이외의 비경제적 동기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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