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지나가 버린 정치권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안철수가 유승민과 손잡고 지금의 바른미래당을 만들 때의 이야기이다. 다수의 호남 지역 의원들은 안철수 행보에 강력 반발했다. 결정적 요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반대하는 유승민과는 결코 손잡을 수 없다는 데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 햇볕정책은 DJ 유지의 핵심이었다. DJ 유지에 대한 거역은 곧 호남 민심에 대한 배반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다수 호남 지역 의원들은 안철수와 결별하고 민주평화당을 결성했다.
이 와중에서도 용감무쌍하게(?) 안철수와 행보를 함께 한 호남 지역 의원들이 있었다. 3명이 딱 떠오른다.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주선, 원내 대표 김동철, 한 때 광주의 딸로 불린 권은희가 바로 그들이다. 도대체 이들은 호남 지역에서 팽 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뭔 믿는 구석이 있어 안철수를 따라 간 것일까?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그들의 흉중을 들여다볼 기회도 딱히 없다. 그래도 미루어 짐작되는 지점은 있다. 언제인가 김동철 의원이 문재인 정부를 가리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정부는 시장과 싸워 이기려는 아마추어 정부이다.” 안철수를 위시한 바른미래당 정치인들의 속내를 드러내는 매우 중요한 단서이다.
안철수와 마른미래당 정치인들은 한 치 의심도 없이 확신하고 있는 듯하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 분야에서 낡은 프레임에 갇혀 헛발질만 하다 실패의 나락을 굴러 떨어질 것이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실패로 보수가 붕괴로 치달았듯이 진보 또한 그와 같은 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차기 대선에서 누가 기회를 잡을 것인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쓰레기더미가 다름없는 자유한국당에게 민심이 쏠릴 가능성은 전혀 없다. 대권은 바른미래당으로 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안철수와 바른미래당 정치인들의 확신을 뒷받침해주는 생생한 사례가 있지 않은가? 바로 프랑스 마크롱의 극적인 성공이다. 2017년을 거치며 프랑스 정치를 지배해 온 사회·공화 양당은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허망하게 붕괴했다. 반면 의석이 단 1석도 없었던 마크롱이 일거에 대선과 총선을 휩쓸었다. ‘낡은 정치 체제 붕괴는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추이이다. 프랑스 사태는 한국에서도 재현될 것이다. 마크롱에 비하면 안철수는 훨씬 자산이 넉넉하다.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다.’ 미루어 짐작컨대 안철수와 바른미래당 머릿속을 감돌고 있을 법한 즐거운 상상들이다.
안철수와 바른미래당 정치인들의 생각은 혜안일까? 망상일까? 줄곧 망상이려니 했는데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을 보면 혜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청년실업 대책을 보면 더욱 그렇다.
내용은 다들 알 것이기에 골자만 이야기하면 이렇다. 중소기업에 처음 취업하는 청년에게 대기업 수준의 초임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몇 년 동안 재정 지원을 하겠다. 그러니 국회는 수 조원 규모의 추경 예산 편성에 동의해 달라! 허허허… 웃음이 나왔다. 도대체 이 기가 막힌(?) 안은 누구 머릿속에서 나온 것일까? 겉으로는 기획재정부 작품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아닌 듯싶다. 여기저기 탐문해 보니 청와대 경제 라인 작품이라는 설이 유력하게 떠돌고 있다. 5명이 주축인데 이름을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부 대책에 대해서는 그동안 정부를 내리 감싸기만 했던 진보 매체까지도 나서서 비판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굳이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여기서는 독일 사례에 비추어 판단해 보고자 한다.
유럽 최강 경쟁력을 장기간 이어온 독일 경제 주축은 작지만 강한 경쟁력을 지닌 강소기업들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독일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람 얼굴의 자본주의’를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강소기업들은 사람을 철저하게 자산으로 간주하는 사람 중심 경영을 추구했다. 독일 강소기업들은 모두가 높은 수준의 지식과 기능을 보유하도록 사람에게 집중 투자했다. 정부 역시 관련 연구와 학습 훈련을 집중 지원했다. 결과는 기업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일자리 증가로 이어졌다. 2007년 63% 수준이었던 독일 고용률은 10% 정도 상승했다.
국민 혈세인 재정을 투입할 때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관점에서 연쇄적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절실한 과제는 청년들이 기꺼이 찾도록 중소기업 자체를 변신시키는 것이다. 수조 원 규모 예산이면 중소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프로젝트 추진비용이 될 수도 있다.
시골의사 박경철은 주식 투자 귀재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박경철이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식 투자 비결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간단했다. 모두가 취해 있을 때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너도나도 그에 취해 있다. 이럴 때 깨어 있는 자가 진짜이다. 아무래도 새사연이 그 역할을 할 때가 온 것 같다. 두고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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